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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254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민법 제760조 제3항 에 정한 ‘방조’의 의미 및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방조의 성립 요건

[2] 주식회사의 직원이 동료나 상사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대표이사에게 탄원을 한 사안에서, 회사의 규모나 사업조직 등에 비추어 대표이사가 해당 사업부서 등의 임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는 이상으로 부하직원들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민법 제766조 제1항 에 정한 ‘손해를 안 날’의 의미 및 그 판단 기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 주식회사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2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 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 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상고로 생긴 상고비용은 같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피고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민법 제760조 제3항 의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작위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작위의무 있는 자가 그것을 방지하여야 할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로 인하여 불법행위자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의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하고,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피방조자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 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다31264 판결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3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인정한 사실들에 기초하여, 피고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던 피고 2가 1999. 7. 29.경 원고로부터 원고에 대한 동료, 상급자들의 부당처우에 관한 탄원을 접하고 인사기획팀에 사실조사 및 보고를 지시한 다음, 인사기획팀으로부터 1999. 8. 17.과 1999. 9. 11. 두차례에 걸쳐 피고 1 주식회사의 초기 인력관리 미흡 및 원고의 직속 상사들의 감정적인 대응으로 문제가 악화되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인사기획팀에게 이에 관하여 필요시 자신과 협의하여 문제를 처리하고 원고 문제를 처리한 후 조직활성화 방안에 관하여 추후 협의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점, 그럼에도 원고는 인사기획팀의 조사절차가 진행중이던 1999. 8. 12.에도 구체적으로 업무처리를 지시받지도 못한 채 동료들과 격리되어 게시판을 등지고 여직원들이 출입하는 사무실의 출입구 앞에 혼자 앉자 근무하도록 지시받았고, 1999. 8. 말에야 비로소 개인용 책상을 다시 배정받은 점, 원고는 인사기획팀의 조사가 모두 끝난 후 피고 1 주식회사로부터 전보명령을 받았는데 전보된 부서의 상급자로부터 ‘근무시간 내 이석시 반드시 조직책임자에게 선보고 후 이석하라’는 복무관리지침을 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 2는 늦어도 1999. 8. 중순경에는 원고의 동료 및 상급자들의 부당처우 등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 것이고, 그 무렵부터는 피고 2가 원고의 동료 및 상급자들이 원고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가진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부하직원들의 불법행위를 방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2의 부하직원들의 원고에 대한 부당행위는 1999. 8. 말경 원고가 개인용 책상을 다시 지급받는 시점에 일단락되었다고 보이는데, 그것은 피고 2가 피고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원고의 탄원을 접하여 사실조사 및 보고를 지시하고, 원고의 직속 상사들의 감정적인 대응 등이 부적절하였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2차례에 걸친 보고를 받으면서 담당 임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한 데에 말미암은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나아가 피고 1 주식회사의 규모나 사업조직 등에 비추어 볼 때 대표이사인 피고 2가 해당 계열사, 사업부서 등에 관한 구체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들에게 위와 같이 원고의 직속 상사들의 부적절한 대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는 이상으로 부하직원들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2가 ‘이석시 선보고’와 같은 세부적인 복무지침 등에까지 일일이 관여하여야 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서 달리 피고 2의 지시로 사실조사 및 보고가 이루어진 1999. 9. 11. 이후 원고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인정한 사실들만으로는 피고 2가 부하직원들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을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2가 원고의 동료 및 상급자들의 불법행위를 방지하여야 할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가짐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부하직원들의 불법행위를 방조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방조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2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2. 피고 1 주식회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민법 제766조 제1항 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손해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손해의 액수나 정도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므18 판결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인정한 사실들에 기초하여 원고로서는 피고 1 주식회사가 제기한 요양승인처분 취소소송이 피고 1 주식회사의 패소로 확정된 2003. 8.경에야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여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피고 3, 4, 5, 6의 상고에 대한 판단

위 피고들은 법정기간인 2009. 2. 4.까지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고 그 기간이 도과된 후인 2009. 2. 6. 또는 2009. 2. 9.에야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2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 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피고 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상고로 생긴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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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12.4.선고 2008나1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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