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파기환송 판결의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의 기속력
[2] 환송 후 원심에서의 증인들의 각 증언 내용이 환송 전과 같은 취지여서 그들의 종전 진술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고, 그 외에 환송 후 원심에서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환송 후의 심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의 변동이 생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법원조직법 제8조 는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 에 의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
[2] 환송 후 원심에서의 증인들의 각 증언 내용이 환송 전과 같은 취지여서 그들의 종전 진술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고, 그 외에 환송 후 원심에서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환송 후의 심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의 변동이 생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법원조직법 제8조 ,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 형사소송법 제383조 , 제384조 [2] 법원조직법 제8조 ,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 형사소송법 제383조 , 제38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도830 판결 (공1997상, 444) 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1도1314 판결 (공2003상, 946)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공2004상, 850)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파기환송 판결의 기속력 위반 여부에 대하여
법원조직법 제8조 는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 에 의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지는 것이며,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도830 판결 ,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동업자인 공소외 1의 처인 피해자 공소외 2가 술에 취한 상태를 이용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추행한 후 남편 등에게 이를 알리겠다며 위협하여 10여 회 성관계를 갖고, 이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2002. 7. 5.부터 2002. 12. 31.까지 사이에 5회에 걸쳐 1억 600만 원을 갈취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은 위 돈을 투자금 명목으로 교부받았을 뿐 갈취한 사실이 없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제1심법원은 증인 공소외 1, 2, 3, 4, 5, 6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증인 공소외 7의 진술만으로는 범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다음, 그 밖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환송 전 원심은 아무런 추가 증거조사 없이 변론을 종결한 다음, 제1심 재판 과정에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배척한 위 증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제1심을 파기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환송판결은 환송 전 원심이 아무런 추가 증거조사 없이 제1심 재판 과정에서 이미 현출되었던 증거와 사정들만으로 제1심 판단을 뒤집은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고, 이러한 환송 전 원심의 조치에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으며, 또한 환송 전 원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내세운 정황들에 대하여도 그 판시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이 존재함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돈을 갈취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형사재판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환송 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이에 대하여 환송 후 원심은 공소외 2와 공소외 4에 대하여 다시 증인신문을 한 다음 역시 제1심을 파기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환송 후 원심에서의 공소외 2와 공소외 4의 각 증언 내용을 살펴보면, 환송 전까지의 진술내용과 같은 취지로서 그들의 종전 진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음을 알 수 있고, 환송 후 원심에서 그 외 추가적으로 증거조사를 한 바는 없다. 이러한 경우는 앞서 본 법리의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긴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환송 후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파기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
2. 증거재판주의 위반 여부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 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도1385 판결 ,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도332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있어 환송 후 원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내세운 정황들에 대하여는 환송판결이 이미 설시한 것과 같은 합리적 의심이 여전히 존재하고, 환송 후 원심이 일부 추가적으로 내세운 정황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송 후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돈을 갈취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형사재판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아니하였음에도 범죄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