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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14247 판결
[시정조치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5항 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을 뒤집을 수 있는 사정의 판단 기준

[2] 과점적 시장구조 아래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발 업체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 뒤 후발 업체가 일방적으로 이를 모방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5항 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정하면서 위반행위기간이 아닌 기간을 포함시켜 매출액을 산정하고 그것을 과징금 부과기준으로 삼은 경우, 과징금납부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적극)

원고, 상고인

대한제강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진훈외 5인)

피고,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오재창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가 2002. 3. 1.부터 2002. 5. 31.까지 사이에 철근제품 판매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한 시정명령 부분, 공표명령 부분 및 각 과징금납부명령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2002년도 국내 철근수요가 건설경기의 호전 및 건축허가 면적의 증가세로 인하여 전년보다 12.3% 증가한 11,039,000t이었음에 비하여 국내 총공급은 전년보다 14.5% 증가한 11,276,000t이어서 다소간의 초과공급 상태를 유지하였고, 2003년도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건설수요의 확대로 인하여 초과수요 상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원심은, 원고가 제출한 갑 제4 내지 21호증의 각 일부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회사들의 이 사건 각 가격인상행위가 실제로는 아무런 합의나 상호간의 양해 없이 각자의 경영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거나, 상대방 사업자와 공통적으로 관련된 외부적 요인이 각자의 가격결정 판단에 같은 정도의 영향을 미침으로써 부득이 동일 또는 유사한 시기에 동일 또는 유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 내지 과점시장에서 선도업체의 가격 인상을 후발업체가 단순히 모방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이 사건 회사들이 이 사건 각 가격인상행위에 관한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회사들이 실무자회의 등을 통한 직접적인 의견교환 또는 시장에서의 간접적인 가격인상 정보수집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이 사건 각 가격인상행위로 나아간 것으로 보이고, 설령 원고의 직원이 다른 회사들과의 실무자회의 등에 참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회사들은 과점적 시장구조하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도업체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 뒤 후발업체가 일방적으로 이를 모방하여 가격을 결정한 것이 아닌데다가, 선도업체 또는 후발업체가 종전의 관행 등 시장의 현황에 비추어 가격을 결정하면 다른 경쟁업체들이 이에 동조하여 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예견하고 가격결정을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의 추정이 복멸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9조 제5항 에 따라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을 받는 사업자들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는 사정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상품 거래 분야 시장의 특성과 현황, 상품의 속성과 태양, 유통구조,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내외부적 영향, 각 개별업체가 동종 거래 분야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 수요나 가격의 변화가 개별사업자의 영업이익, 시장점유율 등에 미치는 영향, 사업자의 개별적 사업여건에 비추어 본 경영판단의 정당성, 사업자 상호간의 회합 등 직접적 의사교환의 실태, 협의가 없었더라도 우연의 일치가 이루어질 수도 있는 개연성의 정도, 법 위반 전력, 당시의 경제정책적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두5552 판결 , 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4두7160 판결 등 참조).

다만, 과점적 시장구조하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발 업체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 뒤 후발 업체가 일방적으로 이를 모방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선발 업체가 종전의 관행 등 시장의 현황에 비추어 가격을 결정하면 후발 업체들이 이에 동조하여 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예견하고 가격 결정을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19조 제5항 에 따른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은 번복된다 (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두1386 판결 참조).

(3) 이러한 법리에 따라서 이 부분 원심 판단을 살펴본다.

(가) 1차 가격인상 부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2002년 기준 국내 철근시장에서 생산능력으로 4.7%, 생산량으로 5.3%의 각 점유율을 차지하여 총 10개의 국내 철근 제조회사들 중 시장점유율 7위를 기록한 회사로서 이른바 1군 제강사라 불리우는 아이엔아이스틸 주식회사, 동국제강 주식회사, 한국철강 주식회사(이하 뒤에 나오는 회사를 포함하여 주식회사 기재를 모두 생략한다)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는 사실, 국내 철근 제조회사들 중 시장점유율 1위 회사인 아이엔아이스틸이 2001. 12.경 시멘트 업계의 담합사례를 모델로 하여 철근 제조업체들 사이의 가격담합을 암시하는 사업계획을 작성한 문건에는 그 대상이 원고를 제외한 채 시장점유율 1 ~ 6위인 6개 회사, 즉 아이엔아이스틸, 동국제강, 한국철강, 한보철강공업, 한보, 환영철강공업만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2002. 2.경의 1차 가격인상 직전부터 이미 철강 관련 신문에 철근 가격의 인상에 관한 기사들이 실렸던 점, 위 6개 회사 중의 하나인 한보가 1차 가격인상 직전인 2002. 2. 15.자로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담합행위를 피하기 위하여 자료에는 기재하지 않았지만, 철근 제조회사들이 2002. 2. 15., 2. 18., 2. 20., 2. 21. 등에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실제로 2002. 2. 15. 한국철강, 2. 18. 아이엔아이스틸 및 동국제강, 2. 21. 환영철강공업 및 한보, 2. 22. 한보철강이 가격을 각 인상한 바 있으나, 원고는 이와 어느 정도 동떨어진 2002. 3. 1.에 철근가격을 인상한 사실, 당시 한보철강의 직원이 작성한 메모에도 원고는 제외된 채 ‘한보철강 인상 예정(18일경, 약 20,000원), 아이엔아이스틸(한민수 상무) 20일 예상, 동국제강 20,200(18일 확정)’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또한 위 6개 회사에서 제외된 한국제강도 철근 가격을 2002. 2. 21. 286,000원에서 294,000원으로, 2. 23. 290,000원에서 300,000원으로, 3. 2. 300,000원에서 308,000원으로 각 인상한 사실, 원고가 2002. 1.경부터 매월 초에 위 6개 회사들과 철근 관련 정보를 교환하였으나 이와 같이 철근 관련 정보를 교환한 회사들 중 원고와 마찬가지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한국제강 및 제일제강공업은 피고에 의하여 철근 가격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된 사실, 그 외에 원고가 위 6개 회사들과 사이에 1차 가격인상과 관련하여 회합 등 직접적 의사교환을 하였는지가 명확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인정 사실을 기초로 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1차 가격인상에 있어서는 원고가 사전에 다른 회사들과 가격인상에 관한 회합 등 직접적인 의사교환을 하였다는 정황이 없거나 매우 부족한 점, 사전 담합이 의심되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들에 있어서도 원고가 관련되었다는 흔적이 전혀 없거나 거의 무시해도 좋을 수준인 점, 원고가 신문 등을 통하여 다른 회사들의 가격인상을 미리 알 수 있었던 점, 다른 회사들과 철근 관련 정보를 교환하였으나 한국제강 및 제일제강공업은 원고와 마찬가지로 철근 관련 정보를 교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격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신문 등을 통하여 가격인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원고가 합계 약 8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다른 6개 회사들의 가격인상을 목격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모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1차 가격인상행위는 선발업체들의 가격인상을 단순히 모방한 행위로서 과점적 시장구조하에서의 상호의존성에서 비롯된 병행적 가격책정에 해당한다고 보여지고, 따라서 이 부분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은 복멸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유만으로 원고의 이 부분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추정 복멸 주장을 배척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추정 복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나) 2차 내지 5차 가격인상 부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2차 가격인상 당시 동국제강이 2002. 5. 27.자로 작성한 문건에 ‘원고, 한보철강, 한보 등 2군 제강사들은 아이엔아이스틸, 한국철강, 동국제강이 27일부로 정확히 인상단가를 적용하고 있는지 예의 주시’라고 기재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위 문건에 기재된 날인 2002. 5. 27. 아이엔아이스틸, 동국제강, 한국철강이 2차로 가격을 인상하였고, 원고는 1차 가격인상 당시와는 달리 한보철강, 환영철강공업, 한보와 함께 2002. 6. 1. 동시에 가격을 인상한 사실(원고의 3차, 4차, 5차 가격인상일도 그 전에 철강사업부를 제3자에게 매각하였던 한보를 제외한 나머지 위 5개 회사들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가격동조화 현상이 점점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이 2002. 12. 23.자로 작성한 문건에 ‘동업사 단가인상 관련 - 월말재고를 감안해 출하량을 조절 중인 당사와 단가인상 관련 출하 조절 중인 원고, 한보철강은 재고가 증가하고 있으나, 아이엔아이스틸 등 기타 업체들은 출하제한 없이 FULL 출하를 하고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동국제강이 2002. 12. 30.자로 작성한 문건에도 ‘동업사 - 한보철강 : 당초 1월 5일부에서 1월 3일부로 단가인상 예정하고 있음. - 당사와 원고, 한국철강 3개사는 출하물량을 조절하고 있어 전체 재고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원고의 2차 내지 5차 가격인상은 원고가 위 6개 내지 5개 회사들의 가격결정을 일방적으로 모방하였다거나 독자적 경영판단의 결과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고, 달리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을 복멸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2차 내지 5차 가격인상에 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이 복멸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 복멸에 관한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위반행위의 시기를 2002. 3. 1.로 보지 않고 2002. 2. 18.로 앞당겨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위반행위 시기를 2002. 3. 1.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원고의 관련매출액 및 과징금액을 산정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법 제55조의3 제1항 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고자 할 때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위반행위의 기간 및 그 동안의 이익 규모 등을 참작하여 과징금을 정하면서 위반행위기간이 아닌 기간을 포함시켜 매출액을 산정하고 그것을 과징금 부과기준 매출액으로 삼은 경우, 이는 과징금부과 재량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 인정에 오류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과징금납부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두6121 판결 ,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7184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1차 가격인상행위 부분에 대한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은 복멸되었다 할 것이므로, 1차 가격인상과 관련된 기간 동안의 매출액이 포함된 과징금 부과기준 매출액을 기초로 하거나 1차 가격인상과 관련된 기간 등이 참작된 이 사건 각 과징금납부명령은 과징금부과 재량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정에 오류가 있어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각 과징금납부명령은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5.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가 2002. 3. 1.부터 2002. 5. 31.까지 사이에 아이엔아이스틸, 동국제강, 한국철강, 한보철강공업, 한보, 환영철강공업과 공동으로 철근 가격을 동일 내지 유사하게 인상하여 철근제품 판매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한 시정명령 부분, 공표명령 부분 및 각 과징금납부명령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안대희(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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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6.7.20.선고 2004누14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