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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8278 판결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의 공소사실에 기재된 ‘영업비밀’의 특정 정도

[3] 피고용인이 퇴사 후 고용기간 중 습득한 기술경영상 정보를 이용하여 영업을 한 경우, 위 정보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4] 갑회사를 퇴직한 피고인이 재직 중 취득한 갑회사의 납품가격 및 하청업자에 대한 정보 등을 이용하여 갑의 거래사인 을회사와 영업을 한 사안에서, 위 정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송인보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함에 있어 공소사실을 특정하여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심판의 능률과 신속을 꾀함과 동시에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것에 있으므로(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도9561 판결 등 참조),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의 공소사실에 영업비밀이라고 주장된 정보가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구별될 수 있고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어떤 내용에 관한 정보인지 알 수 있으며,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없다면 그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벨금속공업 주식회사(이하 ‘벨금속’이라 한다)에 근무하면서 취득하게 된 영업비밀에 관하여 “미국 배셋사의 바이어 명단,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 벨금속의 중국 하청업자인 존 울리(John woolley), 미스터 종(본명 공소외인)에 대한 자료”(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사건 정보 중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에서의 가격은 다른 공소사실 기재에 비추어 볼 때 배셋사에의 납품가격이나 그 제조원가(하청가격, 물류비 등)를 뜻하는 것으로 보일 뿐, 다른 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위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는 그 자체가 독립된 정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에 관한 제반자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벨금속 무역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취득한 이 사건 정보를 이용하여 중국인 하청업자인 ‘미스터 종’ 등으로부터 손톱깎이 세트 등을 생산하게 한 후 이를 배셋사 등에 납품하였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정보 중 “벨금속의 중국 하청업자인 존 울리(John woolley), 미스터 종(본명 공소외인)에 대한 자료”는 존 울리나 미스터 종에 관한 인적사항 또는 연락처에 관한 자료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영업비밀 중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나 “벨금속의 중국 하청업자인 존 울리, 미스터 종에 대한 자료”는 다른 정보와 구별될 수 있고, 어떤 내용에 관한 정보인지 알 수 있으며, 특별히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심의 이 부분 이유 설시에 적절하지 않은 점이 있지만,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위법이 없다.

2.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의 영업비밀이라 함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함은 그 정보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자 등 이를 가지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을 뜻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함은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하여 상대방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하여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든 경우를 뜻한다 (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도622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용인이 퇴사 후에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용인이 고용되지 않았더라면 그와 같은 정보를 습득할 수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러한 정보가 동종 업계 등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만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미국 배셋사의 바이어 명단, 하청업체 명단이 상당부분 경쟁업체에 알려져 있으나, 그 명단 전부가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닌 점, 공소외인이나 존 울리를 통하여 어느 하청업체에 제품 생산을 맡길 때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경쟁업체에 알려져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벨금속의 생산원가나 수출제품 단가는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다만 다른 업체에서 수출제품의 단가에 대하여 추측만 가능할 뿐인 점, 배셋사와의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는 수출제품 단가의 미묘한 차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므로 다른 업체가 벨금속의 수출제품 단가의 대략적인 가격을 아는 것만은 별 의미가 없는 점, 대신 정확한 단가를 아는 경우에는 자신이 납품하고자 하는 제품의 가격을 그보다 낮게 조정함으로써 배셋사와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 피고인이 벨금속을 2004. 2. 28. 퇴사하였고, 피고인이 보낸 족집게, 가위, 니퍼 등의 제품 샘플에 대해 배셋사에서 검사한 결과가 2004. 3. 15.과 그 다음날에 나왔는데, 피고인이 제품 샘플을 제작하여 배셋사에 보내고, 배셋사에서 샘플을 검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벨금속을 퇴직한 직후 내지 그 이전에 족집게 등을 제작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벨금속의 무역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미국 배셋사의 바이어 명단이나 공소외인 등을 통한 중국 하청업체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위와 같이 퇴직 후 단기간에 배셋사에 제품 샘플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점, 피고인이 배셋사에 벨금속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벨금속에서 납품하던 것과 동일 품목의 제품을 벨금속 대신 납품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정보는 동종 업계에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며,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가지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이 사건 정보 중 “미국 배셋사의 바이어 명단”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벨금속을 퇴직한 후 그 재직 당시 알고 있던 배셋사의 바이어 중 빌(Bill)과 접촉하여 배셋사와 거래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배셋사는 바이어를 통하여 국내외 경쟁업체들에게 원하는 제품의 사양과 그림 또는 도면 등을 보낸 다음 납품가격 등을 제시하도록 경쟁을 붙여 적합한 업체를 납품회사로 선정하여 왔으며, 벨금속은 배셋사에 대하여 손톱깎이 등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회사가 아니라 여러 납품업체들 중의 하나이고, 배셋사의 바이어들은 벨금속을 통하여 국내 동종업체를 소개받기도 하였고 소개받은 업체들과 명함을 주고받고 품질에 대한 상담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배셋사의 바이어 명단은 상당 부분 동종 업계에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들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그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등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벨금속을 퇴직한 후 벨금속이 배셋사에 납품한 바 있는 제품과 일부 유사한 제품을 벨금속의 배셋사에 대한 납품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배셋사에 납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배셋사는 납품업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다른 경쟁업체가 제시한 납품가격을 알려주면서 가격을 맞추어 줄 것을 요구하거나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어 경쟁업체 사이에서 타 회사의 납품가격은 많은 부분 알려져 있거나 예측이 가능하였던 사실, 벨금속은 배셋사에 납품하는 대부분의 제품을 국내 업체에 도급을 주어 생산하도록 한 반면, 피고인은 배셋사에 납품하는 제품 전부를 인건비가 싼 중국 업체에 도급을 주어 생산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벨금속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배셋사에 납품할 수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피고인이 벨금속처럼 국내 업체를 통해 배셋사에 납품할 제품을 생산하였다면 벨금속의 배셋사에 대한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등을 알게 되는 경우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피고인이 벨금속과 달리 중국 업체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한 후 벨금속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배셋사에 납품을 한 이상 벨금속의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등에 대한 정보가 피고인에게 있어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벨금속의 배셋사에 대한 납품가격의 대략적인 것은 동종 업계에 알려져 있기도 하므로 위와 같은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 공소외인이나 존 울리에 관한 자료”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벨금속을 퇴직한 후 재직 중에 알고 있던 공소외인 등을 통해 중국 업체로 하여금 제품을 생산하게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인과 존 울리는 국내 업체 중 벨금속과만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체와도 거래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공소외인에 대한 인적사항이나 연락처 등이 벨금속에만 알려져 있고 다른 경쟁업체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할 수 없으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다거나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영업비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 전수안 차한성(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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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전지방법원 2006.11.2.선고 2006노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