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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5다75736 판결
[손해배상(기)등][미간행]
판시사항

[1] 의견을 표명하는 표현행위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

[2] 신문 등 언론매체의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및 특히 풍자만화나 시사만평의 경우 고려하여야 할 사항

[3] 표현행위로 인한 타인의 명예훼손에 있어서 위법성 조각 사유의 내용과 의미 및 행위자가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4] 표현내용이 사적(사적) 관계 또는 공적(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지 여부에 따른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설정 기준의 차이 및 당해 표현이 다른 언론사에 대한 것인 경우의 한계설정 기준

[5] 갑신문사의 과거 친일행적이나 기자 대량해고 사태 등에 관하여 을신문사가 비판적인 기사, 만평 등 보도를 한 사안에서, 그 내용 중에 일부 정확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 등이 있더라도 주요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거나 이를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동아일보사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용현)

피고, 피상고인

한겨레신문 주식회사외 7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돈명외 5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민사상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고 의견을 표명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는바,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지 않은 순수한 의견 또는 논평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되지 아니하고, 반면에 어떤 의견의 표현이 그 전제로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이거나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체 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된다. 그리고 신문 등 언론매체의 어떤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지의 여부는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하에서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한편, 풍자만화나 시사만평의 경우에는 직설적인 언행과는 달리 풍자나 은유, 희화적 표현기법이 흔히 사용되고 일반 독자들도 그러한 속성을 감안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과장은 용인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 ,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203 판결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보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는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다. 그리고 ‘진실한 사실’이라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행위자가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참조).

한편,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표현된 내용이 사적(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바,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등 참조). 특히 당해 표현이 언론사에 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며,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의 보장은 다른 한편 타방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다52142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각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측이 ① 이 사건 제1보도에서 원고 주식회사 동아일보사(이하 ‘원고 신문사’라고만 한다)가 서울시의 ‘세종로광장’ 건설계획에 반대하고 사옥(사옥)의 이전을 거부하여 마치 언론권력이 부당한 압력 행사로 도시계획을 무산시킨 듯한 느낌을 주는 등의 일부 표현상의 잘못은 있다 하더라도, 위 보도에 이르게 된 기초적인 사실관계와 취재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보도의 주요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이 사건 제2보도 및 만평에 있어서, 서울시 지하철 1호선의 시청역과 종각역 사이의 노선이 원고 신문사 사옥을 우회하면서 유례없이 급곡선으로 설계 시공되어 과다한 소음이 발생하고 유지비용이 소모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위 급곡선 설계 경위에 대한 의혹의 제기는 상당한 것이고, 나아가 위 보도 등에서 마치 원고 신문사가 위 설계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듯한 표현을 사용하여 부정적 인상을 증폭시킨 잘못은 있다 하더라도 위 보도 등에 이르게 된 기초적인 사실관계와 취재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주요 내용은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거나 이를 진실하다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③ 이 사건 제3보도에서 적시한 일제시대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 사건’ 및 김성수의 친일논설 게재에 관한 전후의 경위 등 당시 원고 신문사 사주(사주)나 경영진의 태도 및 행적에 관한 주요 내용은 대부분 진실이고, 또 위 보도 내용 중에 일부 정확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이 있기는 하나 보도의 전체적인 취지가 동아일보나 그 사주 측의 친일 행적을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것이 악의적인 목적에 의한 것이라거나 그로 인하여 보도의 전체적인 취지가 왜곡되었다고 볼 수 없고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며, ④ 이 사건 제4보도(사설) 및 만평의 내용 중 ‘피고측에 대한 뒷조사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는 표현에 있어 그 용어의 사용에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기는 하나 위 사설의 전체적인 내용이 피고측의 기획기사에 대하여 족벌신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피고측의 비리나 문제점을 찾아내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보도태도를 견지하겠다는 의견 표명 내지 논평에 해당할 뿐 원고 신문사의 명예를 훼손할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위 만평 역시 마찬가지로 그 내용이 희화적인 묘사나 풍자를 속성으로 하는 만평의 표현한계를 일탈하거나 원고 신문사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⑤ 이 사건 제5보도에 대하여도 과거 1974~1975년의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탄압 및 기자 대량해고 사태 당시의 상황에 관한 기초적 사실관계와 피고측의 취재 및 보도 경위 등을 종합하면 위 보도는 그 주요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각 보도 및 만평은 모두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에 위반한 사실오인, 명예훼손에서의 위법성조각사유의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 사실의 적시 여부와 만평의 표현한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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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5.11.29.선고 2004나8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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