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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도9100 판결
[업무상횡령][미간행]
AI 판결요지
[1] 업무상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므로, 예산을 집행할 직책에 있는 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경비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예산을 전용한 경우라면, 예산의 항목유용 자체가 위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거나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그것이 본래 책정되거나 영달되어 있어야 할 필요 경비이기 때문에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그 지출이 허용될 수 있었던 때에는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한 유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그 유용자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법인의 이사를 상대로 한 이사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이 된 경우, 당해 법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당함으로써 사실상 법인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은 명백하므로 법인으로서는 그 이사 자격의 부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항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위 가처분에 대항하여 항쟁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필요한 한도 내에서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 경비에서 당해 가처분 사건의 피신청인인 이사의 소송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이는 법인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에 해당하고, 법인의 경비를 횡령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대표이사 해임소송 등이 제기된 경우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판시사항

[1] 법인의 대표자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이사의 소송비용을 법인 경비로 지급한 것이 업무상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안산시민시장 사업협동조합의 이사장이 위·수탁계약에 따라 안산시장으로부터 받은 위탁비를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이사장 업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사건 등의 응소를 위해 필요 한도 내에서 변호사 선임료 등으로 사용한 경우,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한중 담당변호사 장보식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업무상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므로, 예산을 집행할 직책에 있는 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경비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예산을 전용한 경우라면, 그 예산의 항목유용 자체가 위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거나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그것이 본래 책정되거나 영달되어 있어야 할 필요 경비이기 때문에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그 지출이 허용될 수 있었던 때에는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한 유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그 유용자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89. 10. 10. 선고 87도1901 판결 ,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43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법인의 이사를 상대로 한 이사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이 된 경우, 당해 법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당함으로써 사실상 법인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은 명백하므로 법인으로서는 그 이사 자격의 부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항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위 가처분에 대항하여 항쟁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필요한 한도 내에서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 경비에서 당해 가처분 사건의 피신청인인 이사의 소송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이는 법인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에 해당하고, 법인의 경비를 횡령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대표이사 해임소송 등이 제기된 경우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17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 안산시민시장 사업협동조합(법인임, 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의 이사장인 피고인은 이 사건 조합과 안산시장 사이에 체결된 ‘안산시민시장 관리운영 위·수탁계약’에 따라 2004. 5. 20.경 안산시장에게 제4분기(2004년 5월 ~ 2004년 7월) 위탁비를 청구하여 같은 달 27일 피고인 명의의 통장으로 제4분기 위탁비 38,330,000원을 입금받은 사실, 위·수탁계약에 의하면 위탁비의 세부내역은 ‘인건비, 일반수용비, 공공요금, 시설장비유지비’(이하 ‘인건비 등’이라 한다)로 구성되며, 이 사건 조합은 지급받은 위탁비를 위탁업무 이외의 목적에 사용하거나 유용할 수 없는 사실, 그런데 피고인은 위 통장에서 같은 달 28일 8,800,000원, 같은 달 31일 500,000원을 각 인출하여 이 사건 조합의 전 이사장 공소외 1 등이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장 직무행위금지 가처분신청사건 및 임원선출무효확인 소송의 응소를 위한 변호사 선임료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나, 다른 한편 이 사건 조합은 안산시장으로부터 제4분기 위탁비를 수령하기 이전인 2004. 5. 1.부터 같은 달 26일까지의 기간 중 제4분기의 인건비 등으로 합계 13,722,080원을 위 조합의 일반수입금(5일장 관리비, 1일장 관리비, 이벤트 관리비 등)으로 이미 지출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2004. 5. 27. 안산시장으로부터 수령한 제4분기 위탁비 38,330,000원 중 13,722,080원은 위 조합의 제4분기 인건비 등으로 선지출된 위 조합의 일반수입금으로 전환되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변호사 선임료 등으로 사용한 합계 9,300,000원이 위와 같이 위 조합의 일반수입금으로 전환된 금액의 범위 내임은 계산상 명백하며, 나아가 위 가처분신청 및 무효확인의 소가 모두 판결로 각하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각 소송에 대하여 항쟁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탁비가 입금된 통장에서 금원을 인출하여 변호사 선임료 등으로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를 가지고 예산을 전용하여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용담 박시환(주심)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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