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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0. 29. 선고 2005두4649 전원합의체 판결
[한약사국가시험응시원서접수거부처분취소][집55(2)특,624;공2007하,1853]
판시사항

[1] 법령의 개정에서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 및 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2]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에 관하여 개정 전의 약사법 시행령 제3조의2 에서 ‘필수 한약관련 과목과 학점을 이수하고 대학을 졸업한 자’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한약학과를 졸업한 자’로 응시자격을 변경하면서, 그 개정 이전에 이미 한약자원학과에 입학하여 대학에 재학 중인 자에게도 개정 시행령이 적용되게 한 개정 시행령 부칙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법령의 개정에서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어떤 법령이 장래에도 그대로 존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그 법령에 상응하는 구체적 행위로 나아가 일정한 법적 지위나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왔음에도 국가가 이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면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현재의 행위에 대한 장래의 법적 효과를 예견할 수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기 때문이고, 이러한 신뢰보호는 절대적이거나 어느 생활영역에서나 균일한 것은 아니고 개개의 사안마다 관련된 자유나 권리, 이익 등에 따라 보호의 정도와 방법이 다를 수 있으며, 새로운 법령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우월한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제한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침해된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2] 개정 전 약사법(1994. 1. 7. 법률 제4731호로 개정되고 2005. 7. 29. 법률 제76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2항 의 위임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1994. 7. 7. 대통령령 제14319호로 개정되고 1997. 3. 6. 대통령령 제153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에서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필수 한약관련 과목과 학점을 이수하고 대학을 졸업한 자’로 규정하던 것을, 개정 시행령(1997. 3. 6. 대통령령 제15301호로 개정되고 2006. 3. 29. 대통령령 제194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에서 ‘한약학과를 졸업한 자’로 응시자격을 변경하면서, 개정 시행령 부칙이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에 관하여 1996학년도 이전에 대학에 입학하여 개정 시행령 시행 당시 대학에 재학중인 자에게는 개정 전의 시행령 제3조의2 를 적용하게 하면서도 1997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하여 개정 시행령 시행 당시 대학에 재학중인 자에게는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를 적용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17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창언외 2인)

피고, 상고인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시현)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어떤 법령이 장래에도 그대로 존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그 법령에 상응하는 구체적 행위로 나아가 일정한 법적 지위나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왔음에도 국가가 이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면,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현재의 행위에 대한 장래의 법적 효과를 예견할 수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기 때문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신뢰보호는 절대적이거나 어느 생활영역에서나 균일한 것은 아니고 개개의 사안마다 관련된 자유나 권리, 이익 등에 따라 보호의 정도와 방법이 다를 수 있으며, 새로운 법령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우월한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제한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 신뢰보호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3두128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1994. 1. 7. 법률 제4731호로 개정되고 2005. 7. 29. 법률 제7635호로 개정되기 전의 약사법(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고 한다) 제3조의2 제2항 에서는, 한약사의 면허를 대학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한약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로서 학사학위를 교육부에 등록하고 한약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위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1994. 7. 7. 대통령령 제14319호로 개정되고 1997. 3. 6. 대통령령 제153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같은 법 시행령(이하 ‘개정 전 시행령’이라 한다) 제3조의2 에서는,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갖는 대학 졸업자에 관하여 필수 한약관련 과목 5개 분야 20과목과 이에 대한 최소학점 95학점을 이수한 자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7. 2.경 입법예고를 거쳐 1997. 3. 6. 대통령령 제15301호로 개정되고 2006. 3. 29. 대통령령 제194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같은 법 시행령(이하 ‘개정 시행령’이라 한다) 제3조의2 에서는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갖는 자를 한약학과를 졸업한 자로 변경하고, 부칙 제1항에서 개정 시행령을 1997. 3. 6.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제2항 제3호 에 의하여 “개정 시행령의 시행 당시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 외의 대학에 재학중인 자로서 1996학년도 이전에 입학한 자와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 외의 대학을 졸업한 자”(이하 편의상 ‘1996학년도 이전에 입학한 자들’이라고 약칭한다)는 제3조의2 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개정 시행령이 입법예고도 되기 전인 1996. 12. 18. 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에 입학원서를 접수하고 1996. 12. 26. 면접고사에 응시하였으며, 1997. 1. 20. 입학합격통지를 받고 1997. 1. 27. 합격자등록을 마쳐 1997. 3. 3. 위 한약자원학과에 입학한 다음, 개정 전 시행령 제3조의2 에서 정해진 필수 한약관련 과목과 이에 대한 최소학점을 이수하고 위 한약자원학과를 이미 졸업하였거나 2004. 2. 졸업예정인 자들인 사실, 원고들은 2003. 10. 15. 제5회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원서를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법제3조의2 제2항 ,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및 부칙 조항의 규정에 의하여 원고들이 한약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응시원서 접수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관계 법령과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우선 원고들은 개정 전 시행령 제3조의2 를 신뢰하여 한약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에 입학함으로써 위 신뢰에 기초한 구체적 행위로 나아갔다고 할 것이고, 원고들의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 취득의 기대라는 신뢰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개정 전 시행령 제3조의2 가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갖춘 자를 대학에서 필수 한약관련 과목과 이에 대한 최소학점을 이수한 자로 규정하고 있었던 이상 국민은 그 응시요건에 맞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국가시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신뢰에 따른 행위는 특별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 원고들에게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가 적용된다면 순천대학교에는 한약학과가 없었으므로 한약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다른 대학교의 한약학과에 재입학하거나 편입학할 수밖에 없고, 이는 원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부담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그 침해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이는 점, 원고들이 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에 입학원서를 접수하기 전에 개정 시행령이 입법예고라도 되었다면, 원고들은 한약학과 합격기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시험준비를 하거나 그들의 점수에 맞게 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가 아닌 한약학과 또는 한약과 관련이 없는 일반학과에 지원하였을 것인데, 개정 시행령이 원고들이 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를 지원하여 합격통지를 받고 합격자 등록까지 마친 후인 1997. 2.경에 비로소 입법예고가 됨으로써 위와 같은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가 발생되었고, 개정 시행령이 입법예고가 되기 전까지는 원고들은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이 요구될 것이라는 신뢰 아래 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 합격기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시험준비를 하여 위 한약자원학과에 입학하였을 것이고, 이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의 행사이었다고 보기에 충분한 점, 원고들이 위 한약자원학과를 입학한 후 개정 전 시행령 제3조의2 에서 정해진 필수 한약관련 과목과 이에 대한 최소학점을 이수하였으므로, 한약사 국가시험에만 합격한다면 한약사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은 갖춘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점, 원고들에게 한약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더라도 한약사제도와 그 시험제도를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비록 한약사제도를 신설한 이 사건 법제3조의2 제2항 의 입법 취지와 한약사 분야에서의 보건의료인 양성체계에 맞게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즉시 정비할 공익적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에서 정해진 한약학과 졸업이라는 새로운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 요건을 그 시행령 시행 전에 입학한 원고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원고들의 위와 같은 신뢰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1996학년도에 한약학과가 신설될 것을 발표하고, 1996. 5. 16.자 한약관련 종합대책과 1996. 8. 30.자 한의학 육성·발전 계획 등을 발표하였다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위 각 발표는 한의사와 약사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한약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에 관한 개선방안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고, 위와 같은 발표는 언제든지 번복될 수 있는 것이어서 위 법령 개정가능성의 확정적인 예측자료로 삼기 부족하므로, 원고들이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와 같은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

2. 한편, 원고들과 같이 1997학년도에 입학한 자들과 1996학년도 이전에 입학한 자들은 개정 전 시행령 제3조의2 에서 정해진 한약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신뢰하고 대학에 입학하였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것인데, 1996학년도 이전에 입학한 자들과는 달리 원고들에게는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가 적용된다면 한약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학교의 한약학과에 재입학하거나 편입학할 수밖에 없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점,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를 원고들에게 적용하는 경우 그 침해받는 신뢰의 이익이 공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비록 1996학년도 이전에 입학한 자들이 원고들에 비하여 대학에서 1년 이상 수학하였고, 보건복지부의 앞서 본 각 발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점만을 근거로 원고들과 1996학년도 이전에 입학한 자들을 차별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를 원고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할 것이다.

3. 따라서 개정 시행령 부칙이 한약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에 관하여 1996학년도 이전에 대학에 입학하여 개정 시행령 시행 당시 대학에 재학중인 자에게는 개정 전의 시행령 제3조의2 를 적용하게 하고, 원고들과 같이 1997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하여 개정 시행령 시행 당시 대학에 재학중인 자에게는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를 적용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개정 시행령 부칙은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를 그 시행 당시 대학에 재학중인 자로서 1997학년도에 입학한 자들에게 적용하게 하는 범위 내에서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개정 시행령 제3조의2 를 원고들에게 적용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신뢰보호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고현철(주심) 김용담 김영란 양승태 김황식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박일환 전수안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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