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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2343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경찰관이 구체적 상황하에서 그 인적·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의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범죄의 진압 및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 경우,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

[2] 경찰관들이 인질의 구출 및 납치범의 검거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범인에게 돈을 전달하기로 한 인질의 아버지가 피살된 사안에서, 경찰관의 직무수행이 합리성 내지 상당성을 현저히 결여하였다거나 합리적인 판단 기준에서 현저히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한진)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국가가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는 경찰관의 직무에 해당하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1호 참조), 그 직무행위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이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경찰관이 구체적 상황하에서 그 인적·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의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범죄의 진압 및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 경우, 경찰관에게 그와 같은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 경찰관이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의 심각성 내지 그 절박한 정도, 경찰관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것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내세워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다45927 판결 ,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8520 판결 ,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64278 판결 ,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57856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 각 사실을 인정한 다음, (1) 경찰의 초기 대응 과정과 관련하여, 소외 1(이하 ‘범인’이라고 함)이 소외 2 소유의 레조 승합차를 절취함으로써 이루어진 도난차량 수배 40분 후 범인이 원고 2를 납치하여 목포시 대양동 소재 대양검문소 앞을 통과하였는데, 이는 경찰이 수배상황을 정상적으로 전파하지 않은 과실로 검문소 검색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던 것이고, 또한 경찰은 차량 도난신고와 여학생 납치신고의 관련가능성을 인지하여 도난차량을 용의차량으로 고지하여 우선적 검색을 실시하였어야 함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있으며, (2) 경찰은 최소 두 팀 이상의 차량 추적조를 출동시켜 원고 2의 아버지로서 범인에게 돈을 전달하기로 한 소외 3(이하 ‘망인’이라고 함)의 승용차를 은밀히 추적하는 한편 망인과 범인이 만나는 현장의 상황 파악 및 현장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였어야 하고, 소외 4 등 차량 추적조는 망인이 정차한 장소를 관찰할 수 없는 먼 거리에서 대기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 근접, 이동하였어야 하며, (3) 현금 440만 원과 신문지를 잘라 만든 다발을 섞어 범인이 요구한 3,000만 원으로 위장한 이 사건에서, 범인이 현금 3,000만 원으로 위장한 돈 보자기의 내용을 확인할 경우 인질인 원고 2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경찰로서는 망인이 범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특정 장소에 돈을 두고 떠나게 되는 상황을 가정하여 범인이 돈 보자기를 갖고 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인질의 안전을 확보하는 작전을 수립하였어야 함에도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으며, (4) 소외 5, 소외 6 등 망인의 승용차에 동승하였던 경찰관들은 범인과의 통화 내용이나 전개되는 상황을 지휘부나 부근 경찰관들에게 알렸어야 할 것인데 승용차에서 내린 이후에도 핸드폰이나 무전기를 이용한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 현장은 핸드폰 난청지역으로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난청지역이었다 하더라도 다른 경찰관들로서는 소외 5 등의 전화에 대하여 우선 통화를 하였어야 함에도 연락을 하지 아니하는 등 현장에서의 상호 연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며, (5) 망인이 돈 보자기를 내려놓은 곳으로부터 약 311.9m 떨어진 상덕치마을 입구에서 승용차에 탑승한 채 대기하던 소외 7, 소외 8 두 경찰관은 망인의 승용차 번호조차 모르고 있었고, 면밀히 관찰하였으면 망인의 승용차가 정지하고 망인이 돈 보자기를 내려놓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를 보지 못하였으며, 소외 5, 소외 6이 위 대기장소 약 31m 건너편에서 망인의 승용차로부터 하차하였을 때 당연히 이를 목격하여 함께 이동하는 등 대처를 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6) 범인이 무장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므로 범인과의 조우에 대비하여 망인에게 안전을 위한 보호장구를 착용시켰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과실 등이 있다고 전제한 후, 목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위와 같은 상황판단 미숙과 안이한 상황대처, 허술한 작전, 현장상황의 신속한 보고나 전파의 부재와 그로 인한 늦장 대응 등의 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그 채택 증거와 대조하여 살펴보면, (1) 대도시에서의 도난차량 수배 건수는 적지 않을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어 그와 같은 단순 차량 도난신고와 여학생 납치신고의 관련가능성을 인지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보아야 할 뿐 아니라, 납치는 도난신고 40분 후 이루어졌으므로 그 도난차량 수배가 하달된 시점과의 선후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경찰이 수배상황을 정상적으로 전파하지 않았다거나 검문소 검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2) 소외 4 등의 차량 추적조 외에 소외 7, 8이 탑승한 승용차 매복·대기조가 한 팀 더 있었고 소외 5 등 망인의 승용차에 동승한 경찰관들도 2명이 있었던 점, 한편 현장은 시야에 막힘이 없는 지역으로 노출의 위험 때문에 차량에 의하여 망인이 정차한 장소에 근접할 수 없었던 점, 범인이 접선장소를 자주 변경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범죄현장이 특정되지 못하였던 점 등의 사정을 참작하면, 차량 추적조의 구성이나 운용에 잘못이 있는 등의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려우며, (3) 경찰은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하여 경찰관 11명을 망인과 범인 사이의 통화 내용과 핸드폰 발신지 통보에 근거하여 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 지역에 나누어 배치하는 한편 소외 7 등 차량 매복·대기조까지 배치하였던 것이고, 한편 범인이 돈을 놓아두는 장소를 계속 변경하던 상황이었을 뿐 아니라 망인과 범인이 격투한 현장은 시야가 트인 광활한 농촌지역으로서 미리 현장에 경찰관을 배치하거나 출동할 수는 없었던 점, 망인이 돈 보자기를 내려놓은 때부터 범인이 격투를 하고 도주할 때까지는 극히 짧은 시간이었다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경찰이 수행한 각 대비책 외에 추가 작전이나 대책을 요구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아야 하며, (4) 소외 5, 6이 망인의 승용차에서 내린 직후 차량 충돌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뛰어갔으며 그 전체 시간은 1분 남짓이었므로 두 경찰관이 지휘부나 부근 경찰관에게 상황을 알릴 겨를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승용차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는 망인이 범인과 계속 통화하고 있었던 관계로 상부와의 통화 내지 교신이 어려웠으므로, 위와 같은 연락상 문제점이 경찰관들의 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고, (5) 당시는 달도 없는 어두운 밤으로 현장 도로변에 가로등마저 없어 60m가 채 되지 못하는 거리에서도 사람 얼굴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아볼 수 없고 대략적인 형체만 보이는 정도인 상황이었으므로, 돈 보자기가 놓인 곳으로부터 약 311.9m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던 소외 7, 8 두 경찰관으로서는 망인이 돈 보자기를 내려놓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고 할 것이며, 또한 위 두 경찰관이 소외 5 등이 승용차에서 내리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상황을 알아보고 함께 이동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서로 협조하여 행동하지 아니하였다는 잘못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며, (6) 한편, 경찰이 망인에게 보호장구를 착용시키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망인이 위험을 자초하여 범인과 싸우게 되었던 이상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하여 경찰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경찰이 원고 2의 어머니인 원고 1이 납치신고를 한 이후 대응조치를 소홀히 하였거나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순찰차 및 형사기동대의 현장 출동, 수사과 형사계 전원의 비상소집, 전남지방경찰청 등 상부에 대한 사건 및 상황 보고, 원고 2의 핸드폰 발신지 추적을 위한 실시간 위치확인등록 요청, 인근 경찰서 등지에 사건을 통보하여 주요 길목을 차단하고 검문·검색을 실시하도록 한 조치 등 인질 구출 및 납치범 검거에 관한 초기 대응 및 이후의 작전 과정에서 적절히 대처하였고 거기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으며, 특히 도난차량과 관련하여서도 차량수배의 전산처리 등 직무 처리에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상 살핀 내용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사건의 발생 및 전개가 급박하고 가변적인 인질강도 사건의 특성과 그와 같은 범죄의 태양 및 수법, 경위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 등에 비추어, 목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구체적·개별적 상황하에서 인질 구출 및 납치범 검거를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추적의 개시 및 방법 등 직무의 수행이 합리성 내지 상당성을 현저히 결여하였다거나 합리적인 판단 기준에서 현저히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경찰권의 행사가 부적절하였다거나 완벽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이 사건 인질 구출 및 납치범 검거에 관한 직무수행 행위가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인질 구출 및 납치범 검거 과정에서 망인이 피살된 것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구하는 것이므로, 목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위 과정에서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고 그것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수 있어야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망인이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된 것은 망인이 원고 2의 핸드폰으로 연락한 안부전화를 받게 된 범인이 망인에게 현금을 직접 가지고 나오라고 요구하였기 때문인바, 범인이 원고 2로 하여금 망인이 아버지가 맞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시킬 수도 있었던 만큼 경찰이 망인에게 승용차를 운전하여 현장에 직접 가도록 한 것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또한 망인이 범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경찰관 두 명을 망인 운전의 승용차 뒷좌석에 동승시켜 안전을 확보하였고, 경찰관들이 범인 검거를 위하여 승용차에서 하차하게 되었을 때에는 망인에게 목포로 돌아가라고 지시하여 현장에서 벗어나도록 함으로써 망인이 범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도록 한 이상, 목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로서는 이 사건 인질 구출 및 납치범 검거 과정에서 망인이 피해를 입게 될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리고 범인 검거는 경찰의 업무이지 망인의 업무는 아닐 뿐 아니라 작전 개시 전 경찰은 망인에게 사건에 개입하지 말고 경찰이 지시한 대로 따르라고 당부하였음에도 망인은 범인이 요구한 바에 따라 돈 보자기를 내려놓고 현장을 떠난 후에 목포로 돌아가라는 경찰의 지시에 반하여 돌발적으로 차를 몰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범인의 승합차를 충격하였고, 원고 2가 승합차에서 내려 도주한 후에도 범인 체포를 위하여 격투를 계속하면서 승합차 운전석 문을 잡고 따라가기까지 하였으며, 비록 범인이 전달된 돈이 위장된 것임을 확인하면 원고 2에게 위해를 가할 것으로 우려하였기 때문이라는 아버지로서의 행위 동기는 이해할 수 있으나, 범죄 진압에 전문적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경찰을 제쳐두고 자신의 처인 원고 1이 건네준 가스총을 사용하지도 않은 채 엽총 등 흉기를 소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범인과 격투를 벌이는 무모한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를 자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돈 보자기를 내려놓고 현장을 벗어난 후에는 경찰이 망인의 피살과 관련하여 망인에게 어떠한 위험이 발생하리라고 예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망인이 돈 보자기를 내려놓고 현장을 벗어난 후에는 더 이상 망인이 범인과 싸우게 될 경우에 대비하여 망인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직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후 망인이 위험을 자초하면서까지 범인과 싸우게 되어 발생한 결과에 대하여 경찰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이므로, 비록 경찰이 망인에게 보호장구를 착용시키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국가에 대하여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라. 그렇다면 이상 살펴본 바와 달리, 목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인질의 구출 및 납치범의 검거라는 이 사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과실이 있어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경찰관의 직무상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유무의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김황식 이홍훈(주심)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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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고등법원 2005.4.13.선고 2004나5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