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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6674 판결
[배임][미간행]
판시사항

[1] 피고인이 부동산을 매도한 후 그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하였으나 해제가 부적법한 경우, 배임죄의 범의가 인정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위 법리가 기부약정과 같은 증여계약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증여자가 법인과의 부동산 기부약정에 관하여 적법한 해제사유가 있다고 믿었지만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아니하다고 보아, 증여자가 증여 부동산들을 제3자에게 매도한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은,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의 채택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1은 2001년경 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포교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을 공동으로 설립하고, 피고인의 소유인 판시 부동산들(이하 ‘이 사건 부동산들’이라 한다)을 포함하여 각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들을 법인에 기부하여 그 부동산들을 법인의 기본재산으로 한 다음 공소외 1은 대표이사 및 종정, 피고인은 상임이사 및 총무원장을 맡아서 위 법인을 운영하기로 약정하고, 2001. 2. 27.경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정관을 정함과 아울러 공소외 1, 피고인을 포함한 6명을 이사로, 그 중 공소외 1을 종정 및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한편, 그 후 개최된 이사회에서 피고인을 상임이사로 선임한 사실, 피고인은 2001. 4. 10. 이 사건 부동산들을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에 기부하는 내용의 기부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위 기부신청서에는 위와 같은 법인의 운영문제 등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는 사실,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은 이 사건 부동산들을 포함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1 등이 기부하기로 한 재산을 기본재산으로 하여 2001. 5. 10. 주무관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고 같은 해 5. 21. 그 설립등기를 마친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앞서 본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운영에 관한 약정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합의 또는 협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더 나아가 피고인이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에게 이 사건 부동산들을 기부함에 있어서 이를 조건으로 삼았다고는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고 전제한 다음, 위 2001. 4. 10.자 기부약정(이하 ‘이 사건 기부약정’이라 한다)에 따라 피고인은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에게 이 사건 부동산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음에도 2001. 9. 6.경 이 사건 부동산들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같은 해 9. 10.경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조치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공동설립 및 운영에 관한 약정을 거쳐 이 사건 기부약정에 이르게 된 전체적인 경위와 각 약정의 내용을 비롯한 전후사정에 비추어 볼 때, 비록 그 기부신청서에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이 사건 기부약정을 통하여 피고인과 당시 설립중인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공소외 1이 대표자로 선임되어 있었다)은 ‘피고인이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상임이사(총무원장)직을 유지하는 등으로 위 법인 운영권의 1/2을 보유할 것’을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부담의무 또는 조건으로 하는 증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하고, 오히려 위와 같은 공동운영에 관한 약정이 있었음에도 그와 직결되는 사항을 상대부담 또는 조건으로 삼지 아니한 채 공동설립자 일방의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정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기부약정을 문서화한 기부신청서에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운영문제 등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제1심 증인 공소외 2의 증언내용 등 피고인의 변명에 부합하는 자료를 배척한 채 만연히 이 사건 기부약정이 무조건적인 증여계약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는 채증법칙 위반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나. 나아가 상대부담 있는 증여 또는 조건부 증여인 이 사건 기부약정에 무효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정관 제11조 및 제12조에서 위 법인의 임원(이사장, 이사, 감사)은 대의원으로 구성된 총회에서 선출 및 해임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 및 공익법인인 위 법인의 임원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에 따라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여야 하는 점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으나, 이 사건 기부약정에 ‘피고인의 상임이사직 유지를 포함하여 피고인이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운영권의 1/2을 보유한다’는 상대부담 또는 조건을 붙인 당사자들의 의사는, 그 취지 및 위 법인 설립시에도 같은 부담 또는 조건에서 정한 대로 관계 법령과 정관에 의한 절차를 거쳐 피고인을 비롯한 임원들이 선임 및 등기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약정 자체만으로 위 법인의 임원진이 확정되는 효력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이 피고인에게 운영권의 1/2을 보유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 및 정관에 정한 절차를 성실히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위와 같은 부담 또는 조건이 붙은 이 사건 기부약정을 가리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인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 그런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도인이 부동산을 매도한 후 그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 그 매매계약의 해제가 해제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더라도 매도인이 그 해제가 적법한 것으로 믿고 그 믿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매도인에게 배임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지만, 피고인이 들고 있는 계약해제사유가 적법한 것이 아닌데 피고인이 이를 적법한 해제사유로 믿고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는 경우 피고인의 배임의 범의는 인정되며 (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114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이 사건 기부약정과 같은 증여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위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2001년 9월 초순경 이 사건 부동산들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당시는 피고인이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의 상임이사 및 총무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나머지 피고인측 이사 2인도 모두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이상, 위 법인은 일단 이 사건 기부약정에서 정한 부담의무를 이행하였거나 그 조건이 성취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하며, 피고인의 위 소유권이전등기 경료 이후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이 피고인을 해임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위 약정에 대한 해제권이 발생하였다거나 조건이 불성취됨으로써 위 약정이 실효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위 법인의 설립 이후 이 사건 부동산들의 제3자 매도 이전에 공소외 1과 피고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다는 등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유들만으로는 위 매도 당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기부약정을 해제할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같은 이유로 그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기부약정에 관하여 적법한 해제사유가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는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들을 제3자에게 매도할 당시 여전히 이 사건 기부약정에 기하여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라. 따라서 피고인이 한국불교 (종단명 생략)종에게 이 사건 부동산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결국 정당하고, 원심의 앞서 본 바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2. 양형부당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주심) 김황식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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