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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0. 8. 선고 2009노2511 판결
[특수공무집행방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7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박철우

변 호 인

법무법인 로텍 담당변호사 이헌욱외 1인

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 이유의 요지

국민대책회의의 참가단체들이 도로법 제45조 에 위반하여 이 사건 서울광장에 설치한 천막 등에 관하여 서울시로부터 도로법 제83조 에 따른 사전철거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므로,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도로법 제65조 제1항 의 행정대집행의 특례 규정에 근거하여 이 사건 철거대집행에 착수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적법성이 결여된 공무집행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도로법행정대집행법상의 행정대집행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2008. 5. 6.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1,500여 시민사회단체는 ‘2008. 4. 18. 정부가 미국과 체결한 미국산 쇠고기의 단계적인 수입확대 합의가 졸속 협상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투쟁을 조직적으로 하기 위해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라 한다)”를 결성하였다.

이후 대책회의는, 2008. 5. 2.부터 ‘2MB탄핵투쟁연대’, ‘미친소.net’ 등의 주도로 서울 종로구 무교동에 있는 청계광장 등에서 개최하여 오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이어받아 2008. 5. 6. 저녁부터 매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일몰시간 후 옥외집회인 촛불집회를 개최하여 오다가, 2008. 5. 24.부터는 매일 저녁 청계광장 또는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 후 다음날 새벽 또는 아침까지 세종로, 종로, 신문로 등 도심 도로점거 시위를 벌이면서 청와대 진출 등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대책회의 참여단체는 서울 중구 태평로 31 소재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촛불집회를 지원하며 노숙하기로 결의하고, 2008. 6. 4.경부터 서울광장에 각 단체별로 총 30개의 천막을 무단으로 설치하였다.

이에 서울시청은 서울광장에 천막을 설치한 단체에 대하여 2008. 6. 23. 2회에 걸쳐, 같은 달 27. 오전까지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발송하고, 2008. 6. 27. 11:00경 서울시청 직원들이 각각의 천막을 방문하여 같은 날 12:00경까지 자진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할 것임을 통보하였다. 그러나 대책회의 등 천막을 설치한 단체들은 같은 날 12:00경 이후까지 설치한 천막을 자진철거하지 아니하였다.

그리하여 서울시청은 2008. 6. 27. 15:10경부터 강제철거방침에 관한 방송을 한 후 서울시청 총무과 소속 공무원 공소외인 등 서울시청 공무원 및 중구청 공무원 100여 명을 동원하여 서울광장에 무단으로 설치된 위 천막들을 철거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피고인들을 비롯한 대책회의 소속 단체 회원들 500여 명은 천막별로 주위에 20~30명씩 산재하여, 철거작업을 하는 공무원이 천막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몸싸움을 하거나, 천막을 붙잡고 놓지 않거나, 천막 주위에서 위세를 떨치는 등의 방법으로 공무원들이 천막을 철거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다중의 위력으로 위 공소외인 등 서울시청 및 중구청 공무원들이 행정대집행의 일환으로 서울시 소유지를 무단점유하여 설치된 천막을 강제철거하는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철거대집행은 행정대집행법 제3조 제1항 2항 에서 정한 계고 및 대집행영장에 의한 통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또한 이 사건 서울광장이 도로법의 적용을 받는 도로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도로법 제65조 제1항 의 특례규정도 적용될 수 없어, 이 사건 철거대집행 행위는 어느 모로 보나 공무원의 구체적인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적법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에 저항한 피고인들의 이 사건 방해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형법 제136조 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이러한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게 대항하여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도47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도 피고인들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철거대집행의 공무집행이 그 법률적인 근거와 요건 및 절차를 모두 갖추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나. 우선, 이 사건 철거대집행이 행정대집행의 근거법률인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행정대집행법 제3조 제1항 , 제2항 에 의하면, “행정대집행을 하려함에 있어서는 상당한 이행기한을 정하여 그 기한까지 이행되지 아니할 때에는 대집행을 한다는 뜻을 미리 문서로써 계고하여야 하고, 또한 의무자가 전항의 계고를 받고 지정기한까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당해 행정청은 대집행영장으로써 대집행을 할 시기, 대집행을 시키기 위하여 파견하는 집행책임자의 성명과 대집행에 요하는 비용의 개산에 의한 견적액을 의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나는 모든 증거자료에 의하더라도 서울시청 및 중구청 공무원들이 이 사건 철거대집행에 착수하기 전에 위와 같은 계고 및 통지 절차를 거친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철거대집행 직무집행은 행정대집행법에 근거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

다. 다음으로, 이 사건 철거대집행이 도로법 제65조 제1항 에 따른 적법한 행정대집행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도로법 제65조 제1항 에 의하면, “관리청은 반복적, 상습적으로 도로를 불법 점용하는 경우나 신속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어서 행정대집행법 제3조 제1항 제2항 에 따른 절차에 의하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적치물을 제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앞서 본 행정대집행법 제3조 제1항 의 계고 및 제2항 의 통지 절차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도로법 제65조 제1항 은 일반인의 교통을 위하여 제공되는 도로로서 도로법 제8조 에서 열거된 도로( 도로법 제2조 제1항 제1호 )에서의 금지행위 위반으로 인한 적치물의 제거 등에 적용되는 것이지 도로가 아닌 곳의 적치물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할 여지가 없는 것이고, 한편 토지대장상의 지목이 도로로 되어 있다고 하여서 반드시 도로법의 적용을 받는 도로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인바,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서울광장은 비록 공부상 지목이 도로로 되어 있으나, 주변을 둘러싼 대로들과 구분할 수 있는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는 개방적인 광장으로서, 평소 차량들의 출입을 통제하여 일반 시민들의 휴식이나 집회 또는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 이를 도로법 소정의 도로라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철거대집행에 대하여는 도로법 제65조 제1항 의 위 특례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가사 이 사건 서울광장이 도로법상의 도로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로법 제65조 제1항 의 취지는 행정대집행법 제3조 제1항 제2항 에서 정한 대집행 계고나 대집행영장의 통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대집행의 특례를 인정하는 데에 있을 뿐, 행정상 즉시강제규정을 인정한 것은 아니므로(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8214 판결 참조), 위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이 사건 대책회의 소속 단체의 이 사건 천막의 철거의무 위반이라는 대체적 작위의무 위반행위가 있어야 하고, 한편 도로법 제45조 소정의 부작위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하여 그 결과물인 천막철거의 작위의무를 당연히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작위의무가 법령에 의하여 직접 명령되거나 법령에 근거한 행정청의 명령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누4374 판결 참조). 따라서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 사건 천막 등이 교통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관리청인 서울시청이 도로법 제65조 제1항 에 따른 철거대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사건 대책회의 소속 단체들에게 도로법 제83조 에 근거한 필요한 조치를 명함으로써 위 부작위의무 위반행위를 대체적 작위의무로 전환시켜야 할 것인데, 그와 같은 명령이 선행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이 사건 철거대집행 전에 서울시청 또는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보낸 자진철거요청서나 강제철거통보문은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 제83조 에 따른 철거대집행을 위한 사전 안내에 불과할 뿐, 이를 도로법 제83조 에 따른 시정명령조치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철거대집행은 단순한 부작위의무 위반행위를 대상으로 삼아 이루어진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라. 따라서 서울시청 및 중구청 공무원들의 이 사건 철거집행은 어느 모로 보나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적법성이 결여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들이 그들에 대항하여 몸싸움을 하거나 위세를 떨쳐 이를 방해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고 달리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을 발견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필곤(재판장) 신동준 홍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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