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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7. 24. 선고 2008고정7194 판결
[특수공무집행방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7인

검사

진현일

변 호 인

법무법인 로텍 담당 변호사 이헌욱외 1인

주문

1. 피고인들은 각 무죄.

2. 피고인 1, 2, 3, 4, 6, 7, 8에 대하여 각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2008. 5. 6.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1,500여 시민사회단체는 ‘2008. 4. 18. 정부가 미국과 체결한 미국산 쇠고기의 단계적인 수입확대 합의가 졸속 협상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투쟁을 조직적으로 하기 위해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라 한다)”를 결성하였다.

이후 대책회의는, 2008. 5. 2.부터 ‘2MB탄핵투쟁연대’, ‘미친소.net’ 등 주도로 서울 종로구 무교동에 있는 청계광장 등에서 개최하여 오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이어받아 2008. 5. 6. 저녁부터 매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일몰시간 후 옥외집회인 촛불집회를 개최하여 오다가, 2008. 5. 24.부터는 매일 저녁 청계광장 또는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 후 다음날 새벽 또는 아침까지 세종로, 종로, 신문로 등 도심 도로점거 시위를 벌이면서 청와대 진출 등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대책회의 참여단체는 서울 중구 태평로 31에 있는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촛불집회를 지원하며 노숙하기로 결의하고, 2008. 6. 4.경부터 서울광장에 각 단체별로 총 30개의 천막을 무단으로 설치하였다.

이에 서울시청은 서울광장에 천막을 설치한 단체에 2008. 6. 23. 2회에 걸쳐, 같은 달 27. 오전까지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발송하고, 2008. 6. 27. 11:00경 서울시청 직원들이 각각의 천막을 방문하여 같은 날 12:00경까지 자진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할 것임을 통보하였다.

그러나 대책회의 등 천막을 설치한 단체들은 같은 날 12:00경 이후까지 설치한 천막을 자진철거하지 아니하였다.

그래서, 서울시청은 2008. 6. 27. 15:10경부터 강제철거방침에 관한 방송을 한 후 서울시청 총무과 소속 공무원 공소외인 등 서울시청 공무원 및 중구청 공무원 100여 명을 동원하여 서울광장에 무단으로 설치된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하였다.

그때, 피고인들을 비롯한 대책회의 소속 단체 회원들 500여 명은 천막별로 주위에 20~30명씩 산재하여, 철거작업을 하는 공무원이 천막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몸싸움을 하거나, 천막을 붙잡고 놓지 않거나, 천막 주위에서 위세를 떨치는 등의 방법으로 공무원들이 천막을 철거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다중의 위력으로 위 공소외인 등 서울시청 및 중구청 공무원들이 행정대집행의 일환으로 서울시 소유지를 무단점유하여 설치된 천막을 강제철거하는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2. 판단

형법 제136조 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이러한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 대항하여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행위에 의하여 방해되었다는 이 사건 행정대집행이 적법한 공무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른바 행정상 즉시강제란 눈앞의 급박한 행정상 장해를 제거할 필요가 있음에도 미리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무를 명하는 방법으로는 그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에 직접 개인의 신체 또는 재산에 실력을 행사하여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를 말하는바, 이러한 행정상 즉시강제는 법령 또는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구체적 의무의 존재나 그 의무의 불이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소지가 많으므로, 행정청이 행정상 즉시강제의 권한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실정법상 근거를 필요로 하고, 그와 같은 실정법상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행정대집행법 제2조 는 대집행의 대상이 되는 의무를 “법률(법률의 위임에 의한 명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의하여 직접 명령되었거나 또는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행위로서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의하여 직접 명령되거나 법령에 근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대체적 작위의무 위반행위가 있어야 한다.

행정대집행법상 대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의하여 직접 명령되거나 법령에 근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대체적 작위의무 위반행위가 있어야 하므로 단순한 부작위의무의 위반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대집행은 허용되지 않고, 관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부작위의무를 위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해 법령에 의하여 직접 부작위의무 위반행위로 생긴 유형적 결과의 시정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거나 그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령에 근거한 행정청의 명령이 없는 이상, 그 위반자에게 부작위의무 위반으로 생긴 결과를 시정하도록 하는 작위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행정대집행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대집행을 하려면 상당한 이행기간을 정하여 그 기한까지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대집행한다는 뜻을 미리 문서로서 계고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의무자가 계고처분에서 지정한 기한까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대집행시기·대집행을 시키기 위하여 파견하는 대집행책임자의 성명 등을 기재한 대집행영장에 의한 통지를 하여야 하고, 의무자가 지정기한까지 스스로 의무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에 비로소 행정청이 직접 집행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집행하게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서울시청 및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은 서울광장에 무단 설치된 천막들을 강제철거하기 전에 광무병국민대책회의 등에게 2008. 6. 23.경 ‘천막 시설물 철거요청서’를 2회 발송하고, 2008. 6. 27. 11:00경 구두로 천막 철거를 요청하였을 뿐, 행정대집행법이 정한 계고 및 대집행영장에 의한 통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철거대집행에 착수한 사실, 이에 피고인들을 비롯한 대책회의 소속 단체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거나, 천막을 붙잡고 놓지 않으며 철거대집행에 저항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청 및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의 이 사건 철거대집행은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적법성이 결여된 행위이고, 이에 저항한 피고인들의 위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서울광장은 도로법에 의한 도로이고, 도로법 제65조 제1항 은 “관리청은 반복적, 상습적으로 도로를 불법 점용하는 경우나 신속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어서 「행정대집행법」 제3조 제1항 제2항 에 따른 절차에 의하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적치물을 제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서울시청 및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은 도로법 제83조 에 따라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의 철거를 명한 후 이 사건 철거대집행을 하였으므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로법에 의한 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하여 제공되는 도로로서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시도·광역시도, 지방도, 시도, 군도, 구도를 말하고( 도로법 제2조 제1항 제1호 , 제8조 ), 서울광장은 비록 공부상으로는 지목이 도로로 되어 있으나, 교통량이 많은 대로들로 둘러싸인 개방된 구조로 도로와 광장을 구분하는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고,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여 다수 시민의 휴식, 집회 또는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므로 도로법에 의한 도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서울광장이 도로법에 의한 도로임을 전제로 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고, 달리 이 사건 철거대집행이 적법한 직무집행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피고인 1, 2, 3, 4, 6, 7, 8에 대하여 각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장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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