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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도598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2] 사고 운전자가 사고 목격자에게 단순히 사고처리를 부탁만 하고 구호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한 사안에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고인 운전의 차량 왼쪽 부분과 피해자 운전의 오토바이 앞부분이 충격하여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로서 피고인 및 피해자의 주거지와 가까운 곳인데, 피해자는 사고 후 바닥에 앉아 있다가 누군가가 오토바이를 옆으로 치우는 것을 보고는 사고현장에 있던 사람의 도움을 받아 태양슈퍼 앞에 있던 의자로 옮겨 앉았고, 피해자가 멍한 상태로 앉아 있는 사이에 피고인은 태양슈퍼 주인인 공소외인에게 ‘급한 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야 하니, 뒤처리를 부탁한다. 저녁에 다시 오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는 사고 현장을 떠난 사실, 피해자는 사고현장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피해자의 아버지에 의해 곧 병원으로 옮겨져 2주 정도 치료를 받은 사실, 피고인은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와 태양슈퍼에 가서 공소외인에게 사고 후의 상황에 관하여 물어 피해자가 동산병원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는 그 병원으로 찾아간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에 차량에서 하차하여 피해자에게 별다른 외상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급한 회사일 때문에 자신이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등 뒤처리를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어 피고인의 신분과 주소를 알고 있고 피해자의 아버지와도 친분이 있는 공소외인에게 교통사고의 처리를 맡기고는 사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여지고,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목격자가 여럿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장소가 피고인의 주거지와 멀지 않은 곳이었으므로 그들은 피고인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고 피고인도 이를 인식하였다고 보이는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호하지 아니할 의사나 목적을 가지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 부분을 무죄로 본 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에 대하여 피고인의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고 위 부분에 대하여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며 (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피해자 구호조치는 반드시 사고 운전자 본인이 직접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자를 통하여 하거나, 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타인이 먼저 구호조치를 하여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나, 사고 운전자가 사고를 목격한 사람에게 단순히 사고를 처리해 줄 것을 부탁만 하고 실제로 피해자에 대한 병원이송 등 구호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사고 운전자는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없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후 피해자에게 다친 곳이 있는지 물어 본 바도 없이 사고현장을 떠났고, 위 공소외인은 피고인과 잘 알고 지낸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안면만 있어서 피고인이 누구라는 사실을 아는 정도에 지나지 아니하며(수사기록 26쪽의 피고인 진술 참조), 공소외인이 피해자를 구호하겠다고 피고인에게 응낙하거나 실제로 그가 피해자를 구호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현장에 온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이 비록 위 공소외인에게 뒤처리를 부탁한다고 말을 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와 같이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떠나기 전에 피해자를 구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이상 설령 위 공소외인이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고인을 알고 있었고 이 사건 사고당시 다른 목격자들도 피고인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고 보지 아니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이와 같이 필요한 조치를 다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한 이상 그에게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그 인정과 같은 사실만으로 이 사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위 법률 조항 소정의 도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2. 도로교통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위 1.의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사실인정을 한 다음,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 후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할 의사나 목적을 가지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에게 교통사고 후 미조치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현장을 떠나기 전에 공소외인에게 뒤처리를 부탁한 것만으로는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필요한 조치를 모두 다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인에게 교통사고 후 미조치의 범의가 없었다고 본 원심의 이 부분 설시는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나, 한편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 후 도로 상에 넘어진 피해자의 오토바이는 피고인이 그의 차량을 운전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 현장을 떠나기 이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도로 한쪽으로 치워졌고, 달리 사고현장에 교통상의 위해가 될 만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보이지 아니하는바, 그렇다면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떠날 당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기 위하여 더 이상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물건손괴 사고 발생 후 미조치 행위에 대하여 따로 도로교통법 제106조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위 대법원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거기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의 오해나 경험칙 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이강국 손지열(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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