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있으면 최초의 매도인이 중간 매수인에 대하여 갖고 있는 매매대금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되는지 여부(소극)
[2] 최초 매도인과 중간 매수인, 중간 매수인과 최종 매수인 사이에 순차로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들 간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있은 후에 최초 매도인과 중간 매수인 간에 매매대금을 인상하는 약정이 체결된 경우, 최초 매도인은 인상된 매매대금이 지급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최종 매수인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란 부동산이 전전 매도된 경우 각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함을 전제로 그 이행의 편의상 최초의 매도인으로부터 최종의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로 한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불과할 뿐이므로, 이러한 합의가 있다고 하여 최초의 매도인이 자신이 당사자가 된 매매계약상의 매수인인 중간자에 대하여 갖고 있는 매매대금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2] 최초 매도인과 중간 매수인, 중간 매수인과 최종 매수인 사이에 순차로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들 간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있은 후에 최초 매도인과 중간 매수인 간에 매매대금을 인상하는 약정이 체결된 경우, 최초 매도인은 인상된 매매대금이 지급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최종 매수인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흥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오수)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신성택)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들이 소외인에게 이 사건 토지의 처분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거나 소외인의 처분행위의 효과가 바로 피고들에게 귀속되는 내용의 특별한 처분권한을 수여하였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대리권의 내용과 범위, 대리관계의 현명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 및 이유모순, 판단유탈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로 내세우는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다14818, 14825 판결 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피고들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들과 소외 주식회사 서문(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 소외 회사와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순차로 각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각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 피고들과 소외 회사 사이의 매매계약서상의 매수인의 표시 및 매수 목적에 관한 특약의 존재, 이 사건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 과정 등에 관한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과 소외 회사 및 원고 사이에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외 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생략하고 소외 회사와 원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분양(매매)계약에 기하여 바로 피고들로부터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기로 하는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존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소외 회사로부터 위 매매계약의 계약금 34,000,000원만을 지급받은 후 더 이상의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않은 채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을 당초 계약가격인 평당 356,010원보다 훨씬 비싼 가격 수준으로 올려 지급하여 달라고 고집하자 이에 소외 회사는 원고로부터는 원고와의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은 후인 1996. 11. 18. 피고들과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을 평당 550,000원으로 인상하여 그 매매대금을 같은 달 30.까지 지급하되, 만약 이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원상복구하고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지불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 1에게 교부한 사실, 그런데 소외 회사는 약정된 1996. 11. 30. 이후에도 피고들에게 위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피고들이 소외 회사에게는 위와 같이 인상된 매매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지언정 원고에게는 당초의 소외 회사와 원고 사이의 매매계약상의 항변권만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므로 당초의 매매계약 및 중간생략등기 합의 이후에 피고들과 소외 회사 사이에서 이루어진 매매대금 인상의 합의를 가지고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와 같이 인상된 매매대금을 기초로 한 피고들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일부 배척한 다음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먼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들과 소외 회사 및 원고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2) 그러나 원심이 피고들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일부 배척한 다음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판단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란 부동산이 전전 매도된 경우 각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함을 전제로 그 이행의 편의상 최초의 매도인으로부터 최종의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로 한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불과할 뿐이므로, 이러한 합의가 있다고 하여 최초의 매도인이 자신이 당사자가 된 매매계약상의 매수인인 중간자에 대하여 갖고 있는 매매대금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79. 2. 27. 선고 78다2446 판결 , 1980. 5. 13. 선고 79다932 판결 , 1996. 6. 28. 선고 96다398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자신들 소유 명의로 등기가 되어 있는 피고들로서는 매수인인 소외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의무의 이행과 동시에 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와 같이 인상된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의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위와 같이 인상된 매매대금이 지급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원고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당초의 매매계약 및 중간생략등기 합의 이후에 피고들과 소외 회사 사이에서 이루어진 매매대금 인상의 합의를 가지고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들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일부 배척한 것은 중간생략등기의 합의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 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