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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3도2144 판결
[사기미수·사문서변조(인정된 죄명 : 공문서변조)·변조사문서행사 (인정된 죄명 : 변 조공문서행사)][공2005.5.1.(225),690]
판시사항

[1] 사서증서 인증서 중 사서증서의 기재 내용을 일부 변조한 경우의 죄책

[2] 비용 부담에 관한 기재 내용의 일부를 변조한 인증합의서를 증거로 첨부하여 공사대금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소송사기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증인이 공증인법 제57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사서증서에 대하여 하는 인증은 당해 사서증서에 나타난 서명 또는 날인이 작성명의인에 의하여 정당하게 성립하였음을 인증하는 것일 뿐 그 사서증서의 기재 내용을 인증하는 것은 아닌바, 사서증서 인증서 중 인증기재 부분은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하겠으나, 위와 같은 내용의 인증이 있었다고 하여 사서증서의 기재 내용이 공문서인 인증기재 부분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사서증서의 기재 내용을 일부 변조한 행위는 공문서변조죄가 아니라 사문서변조죄에 해당한다.

[2] 피고인이 피해자와 사이에 온천의 시공에 필요한 비용을 포함한 일체의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피해자를 상대로 공사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시공 외의 비용은 모두 피해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변조한 인증합의서를 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소송사기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황석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지하수 개발업에 종사하는 자인바, 1998. 3. 3.경 오규석이 소유하고 있는 창원시 귀현동 산 25 소재 임야 30,000평에서 온천수가 나올 것으로 알고, 오규석과 위 임야에 온천개발을 하는 데 필요한 공사비는 피고인이 전액 부담하고 온천수가 나오면 위 임야의 절반을 피고인이 가지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마산시 석전동 소재 경남공증인합동사무소에서 합의내용 제1조에 '갑은 시공에 필요한 비용의 전액을 부담한다. 온천구 시공 전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등 준비비용 일체와 온천구 허가 취득비용 및 예상치 못했던 일체의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갑'은 피고인이다)라고 기재한 온천수개발합의서를 작성하여 인증서를 각 교부받은 후, 위 임야에 대하여 임형렬에게 도급을 주어 온천수개발공사를 완료하였으나 온천수가 나오지 않았고, 임형렬에게 공사비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위 인증합의서를 변조하여 오규석을 상대로 공사대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공사비 및 기타 투자비용을 사취하기로 마음먹고,

가. 위 인증서를 교부받은 1998. 3. 3. 이후 일자 불상경 장소 불상지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위 인증합의서의 '온천구 허가 취득비용 및 예상치 못했던 일체의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부분 중 '예상치 못했던 일체의 비용을' 부분을 위 인증합의서의 다른 부분에서 '시공', '와',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을이'라는 글자를 복사하여 오려 붙이고 '온천구 허가 취득비용' 부분의 '온천구' 다음에 '시공'이라고 적어 넣고, '허가' 다음에 '권'이라고 적어 '온천구 시공 허가권 취득 비용 및 시공 외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을이 전액 부담한다.'라는 내용으로 고쳐 공문서인 위 인증합의서를 변조하고,

나. 2001. 6. 26.경 창원지방법원 민사과에 오규석을 피고로 하는 공사대금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장에 위와 같이 변조한 인증서를 첨부하여 제출함으로써 이를 행사하고,

다. 같은 일시, 장소에서 '피고가 토지소유자의 임대차계약서를 받아 주지 않아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으니 이미 소요된 공사비와 시공 외 필요한 비용인 투자자들에 대한 교제비, 도로사용료, 온천탐사비 등 합계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장을 작성하여 위와 같이 '시공 외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오규석이 부담한다.'는 취지로 변조한 인증합의서와 함께 제출함으로써 오규석으로부터 5,000만 원을 사취하려고 하였으나 2002. 3. 28. 소취하 간주됨으로써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을 공문서변조죄, 변조공문서행사죄 및 사기미수죄로 각 처벌하였다.

2. 공문서변조죄 및 변조공문서행사죄에 대한 판단

먼저,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과 이 사건 인증합의서의 변개(변개)된 내용 및 정도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행사할 목적으로 임의로 위 인증합의서를 변개한 사실과 소장에 위와 같이 변조한 인증합의서를 첨부하여 제출함으로써 이를 행사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인증합의서에 관한 변조죄 및 그 행사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 자체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문서의 변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인증합의서 중 합의서의 내용을 변조하여 행사한 범죄사실을 공문서변조죄 및 변조공문서행사죄로 처벌한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온천수개발합의서에 대한 인증서는 공증인법 제34조에 정한 공정증서가 아니라 공증인법 제57조 제1항에 정한 사서증서의 인증에 해당함이 분명한데, 공증인법 제57조 제1항 은 "사서증서의 인증은 당사자로 하여금 공증인의 면전에서 사서증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게 하거나 사서증서의 서명 또는 날인을 본인이나 그 대리인으로 하여금 확인하게 한 후 그 사실을 증서에 기재함으로써 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증인이 공증인법 제57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사서증서에 대하여 하는 인증은 당해 사서증서에 나타난 서명 또는 날인이 작성명의인에 의하여 정당하게 성립하였음을 인증하는 것일 뿐 그 사서증서의 기재 내용을 인증하는 것은 아니다 .

그렇다면 사서증서 인증서 중 인증기재 부분은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하겠으나, 위와 같은 내용의 인증이 있었다고 하여 사서증서의 기재 내용이 공문서인 인증기재 부분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사서증서의 기재 내용을 일부 변조한 행위는 공문서변조죄가 아니라 사문서변조죄에 해당한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도1064 판결 은 사서증서 인증서 중 그 촉탁인 또는 촉탁대리인의 출석 여부에 관한 인증기재 부분을 변조하여 행사한 행위가 공문서변조죄 및 변조공문서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서, 사서증서 인증서 중 사서증서 부분만을 변조하여 행사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서증서 인증서는 그 전체를 공문서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이 부분 범죄사실을 공문서변조죄 및 변조공문서행사죄로 처벌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서증서 인증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사기미수죄에 대한 판단

소송사기는 법원을 속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서,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게 되면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인이 그 주장이 명백히 거짓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하였음이 인정되는 때와 같이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다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7700 판결 , 2004. 6. 25. 선고 2003도7124 판결 등 참조)고 함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온천의 시공에 필요한 비용을 포함한 일체의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피해자를 상대로 공사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시공 외의 비용은 모두 피해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변조된 인증합의서를 소장에 첨부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의 행위는 증거를 조작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하여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는 소송사기의 실행에 착수한 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사기미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공문서변조 및 변조공문서행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이고, 사기미수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나, 원심은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피고인에게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강신욱 고현철(주심) 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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