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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69119 판결
[매매대금][미간행]
판시사항

기존의 물품대금 채무를 정산하면서 그 채무액을 감액하여 주고 이를 분할 변제할 수 있도록 그 변제방법과 변제기일을 새로이 약정한 것만으로는 경개계약이 체결되었다 할 수 없고, 기존의 물품대금 채권은 단지 금액이 감액되고 변제기만 연장된 채 그 동일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윤옥례

피고,상고인

김우섭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담당변호사 신석중)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들 패소 부분 중 변제기가 1997. 11. 30.과 1998. 2. 28.로 약정된 합계 2,000만 원의 정산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신호정밀공업사'라는 금속가공업을 운영하는 피고 박관호는 조립금속제품제조업을 운영하는 원고로부터 금속제품을 공급받고 그 물품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원고에게 1996. 8.경부터 1996. 10.경까지 액면금 합계 33,650,617원 상당의 약속어음 3장을 발행하여 주었으나 그 약속어음 3장 모두가 그 지급기일에 지급 거절된 사실, 이에 피고 박관호는 자기 명의로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되자 피고 김우섭의 동의를 받아 원고에게 피고 김우섭 명의의 '신성산업'이라는 상호로 계속 거래할 것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위 요청을 받아들여 피고들에게 1996. 12.경부터 1997. 5.말경까지 5차례에 걸쳐 합계 37,642,413원 상당의 금속제품을 추가로 공급하였으며, 한편 원고는 물품대금으로 1997. 2.경부터 1997. 5.경까지 합계 40,804,655원을 지급받은 사실, 그 후 피고들은 1997. 7. 24. 원고로부터 마지막으로 17,823,650원 상당의 금속제품을 공급받으면서 원고와 사이에 위 물품대금 17,823,650원과 그 이전의 미지급 물품대금 26,423,443원('신호정밀공업사' 및 '신성산업'의 물품대금 잔액)을 더한 총 물품대금 44,247,093원에 대하여 피고들이 30,000,000원만을 지급하는 것으로써 모두 정산하기로 하되 1997. 11. 30.과 1998. 2. 30.(1998. 2. 28.의 오기로 보인다.) 및 1998. 5. 30. 3차례에 걸쳐 각 1,000만 원씩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정산 약정'이라 한다)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40,804,655원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와 사이의 물품거래가 종료되고 그 대금 채무가 모두 변제되었으며 그 이후의 거래나 정산 약정이 있었음을 부인하는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물품거래가 있었던 사실과 1997. 7. 24.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이 사건 정산 약정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들에게 이 사건 정산 약정에 기한 책임을 묻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피고 김우섭에 대하여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이 인정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주장하는 피고 김우섭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이유 없다.

3. 한편, 원심은 이 사건 물품대금 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6호 에 의하여 거래종료일로부터 기산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들의 항변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들이 1997. 7. 24. 계속적 거래관계를 종료하면서 기존의 물품대금 채무를 정산하여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그 채무액을 감액하여 주고 3회에 분할하여 변제할 수 있도록 그 변제방법 및 변제기일을 새로이 약정한 것은 경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개는 상인인 원고와 피고들이 그 영업을 위하여 한 상행위로 추정되므로 이에 의하여 새로이 발생한 채권은 상사채권으로서 5년의 상사시효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이 사건 소는 거래 종료일로부터 5년이 경과되기 전인 2001. 3. 28.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청구가 여전히 물품대금청구임을 전제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를 주장하는 피고들의 항변은 이유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경개라 함은 기존채무의 중요 부분을 변경하여 기존채무를 소멸케 하고 이와 동일성이 없는 신 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이라 할 것인데, 원심 판시와 같이 기존의 물품대금 채무를 정산하면서 그 채무액을 감액하여 주고 이를 분할 변제할 수 있도록 그 변제방법과 변제기일을 새로이 약정한 것만으로는 경개계약이 체결되었다 할 수 없고, 또 그 과정에서 원심의 인정 사실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피고 박관호의 단독 채무 부분(1996. 8.부터 1996. 10.경까지의 어음발행 거래 부분)에 대하여 그 이후의 나머지 거래에 관한 공동채무자인 피고 김우섭이 이에 대한 연대채무자로 추가되었다 하더라도 달리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66. 9. 6. 선고 66다1186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기존의 물품대금 채권은 위 정산 약정에도 불구하고 단지 금액이 감액되고 변제기만 연장된 채 그 동일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위 정산 약정으로 인하여 물품대금 채권이 별개의 어떤 다른 채권으로 새롭게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멸시효의 기간은 원래의 물품대금 채권임을 전제로 하여 정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정산 약정으로 인하여 원래의 물품대금 채권이 소멸하고 그와 별개의 새로운 상사채권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피고들의 단기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경개계약이나 채권의 소멸과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정산 약정에 의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연장된 변제기의 익일부터라 할 것인데, 새롭게 조정된 변제기 중 1998. 5. 30.에 지급하기로 된 10,000,000원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들이 주장하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도과되기 전에 제소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여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므로, 원심의 위 법리오해의 위법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1997. 11. 30.과 1998. 2. 28.에 각 변제기가 도래하는 합계 20,000,000원 부분에 대하여만 판결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범위 안에서 이유 있어 받아들이기로 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들 패소 부분 중 변제기가 1997. 11. 30.과 1998. 2. 28.로 약정된 합계 2,000만 원의 정산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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