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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851 판결
[사기미수][공2003.4.1.(175),867]
판시사항

[1] 소송사기죄 적용의 엄격성

[2] 소송사기 미수죄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소송사기는 법원을 속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 또는 피고인이 그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거짓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하였음이 인정되는 때와 같이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소송사기 미수죄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1992. 1. 24. 이영은으로부터 백미 395가마의 차용증서를 받아 가지고 있던 중 이영은의 채무를 3,000만 원으로 줄여 주기로 합의한 뒤 1997. 2. 6.경부터 1999. 1. 7.경까지 사이에 3,000만 원을 모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00. 5. 31. 이영은을 상대로 백미 395가마 및 그에 대한 이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법원을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려고 하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소송사기는 법원을 속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 또는 피고인이 그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거짓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하였음이 인정되는 때와 같이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도2666 판결 2002. 6. 28. 선고 2001도1610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용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이영은에게 백미 80㎏ 들이 395가마를 이자 연 15%로 정하고 대여한 뒤 1992. 1. 24. 그로부터 차용증서를 받았고, 1992. 8. 1. 200만 원을 변제받았다. 이영은은 피고인 이외에도 여러 사람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사업에 실패하여 그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형편이 되자, 1995. 12. 15.경 피고인을 포함한 10여 명의 채권자를 모두 모이게 한 다음 자신에 대한 채권의 50%를 포기하면 나머지를 변제하겠다고 제의하였고, 채권자들이 대부분 이에 동의하였는데, 피고인은 명백한 답변을 하지 아니하였다.

(2) 그 뒤 이영은은 동생인 이영복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1,500만 원을 제공하면서 나머지 채권의 포기를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이영은은 피고인에게 1997. 2. 6. 1,000만 원, 1998. 2. 2. 1,000만 원, 1999. 1. 7. 1,000만 원을 변제하였고, 1999. 2. 10.에는 백미 40㎏ 들이 5가마를 주었다.

(3) 피고인은 이영은으로부터 받은 3,000만 원과 백미 40㎏ 들이 5가마는 모두 이자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0. 5. 31. 이영은을 상대로 백미 80㎏ 들이 395가마와 이에 대한 1995. 12. 25.부터 다 갚을 때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백미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다. 한편,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이영은에 대한 채권을 3,000만 원으로 줄여 주고 나머지 채권을 포기한 뒤 그로부터 3,000만 원을 모두 변제받고도 차용증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이용하여 이영은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위와 같이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는 이영은, 이영복, 이묘순의 제1심법정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및 김찬형, 김영례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있다. 하지만 (1) 이영은은 이 사건 고소인이자 피고인이 제기한 민사소송의 상대방으로서 고소장에서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3,000만 원의 채무를 모두 변제하자 피고인이 이자를 달라고 요구하기에 1999. 2. 10. 위와 같이 백미 5가마를 이자로 주었다고 주장하였다가 그 뒤에는 위 백미 5가마를 이자가 아닌 감사의 표시로 주었다고 그 주장을 바꾸는 등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또 1992. 8. 1. 200만 원을 변제한 때에도 영수증에 갈음하여 차용증서에 그 변제사실을 적어 넣고, 피고인 이외의 다른 채권자들에게는 위와 같이 감액하기로 합의한 채무를 변제한 뒤 차용증서를 돌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완불증까지 받는 등 채무 변제증서를 꼼꼼히 받아 두었으면서도, 피고인에게 3,000만 원을 변제할 때에는 영수증도 받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차용증서를 잃어버렸다고 하여 이를 돌려받지도 아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2) 이영복의 진술은 그의 형인 이영은으로부터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을 들었다는 것으로서 이영은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상 그의 진술도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삼기 어려우며, (3) 이묘순은 이영은의 처와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피고인으로부터 이영은의 채무를 모두 변제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고인으로부터 그러한 이야기를 들은 시기에 대하여 처음에는 1998년이라고 진술하였다가 1999. 1. 7.에야 피고인이 이영은으로부터 받은 돈이 3,000만 원이 된 것으로 밝혀지자 그 진술을 번복하는 등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그의 진술도 그대로 믿기 어렵고, (4) 김찬형과 김영례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그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증거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김찬형은 피고인이 이영은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이영은을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의 사무장으로서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김영례의 진술도 이영은이 피고인에게 돈을 다 갚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위 이영은, 이영복, 이묘순, 김찬형, 김영례의 진술을 제외하고는, 피고인이 이영은의 채무를 3,000만 원으로 줄여 주고 나머지를 모두 포기하고도 이영은을 상대로 위와 같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편취하려고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서성(주심) 이용우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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