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피해자를 속여 교부받은 인감증명서 등으로 등기소요서류를 작성하여 피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사기죄의 성립 여부(소극)
판결요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로 인한 처분행위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 및 등기의무자본인확인서면의 진실한 용도를 속이고 그 서류들을 교부받아 피고인 등 명의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하여도 피해자의 위 부동산에 관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명식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경과 후에 제출된 피고인 및 변호인의 각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검사의 상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1993. 2. 12.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커피숍에서 피해자 오희명에게 조달청 발주 전기공사를 수주하여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즉석에서 금 2천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위 공소장 기재 범행일시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검사 작성의 공소외인에 대한 각 진술조서(제2, 3회)의 각 진술기재, 수사기록에 편철된 호텔 계산서(제492쪽)의 기재가 있으나, 공소외인은 이 사건 고소 당시 고소장에 자신의 친척인 위 오희명이 위 금원을 피고인에게 교부한 일시를 "1996. 11. 12."로 기재하였다가 그 일시를 위 공소장 기재와 같이 변경하여 진술하면서, 그 경위에 관하여 "하도 오래된 일이라 고소를 하면서 제 기억나는 대로 기재하였던 것인데 이번에 오희명에게 확인서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장부를 확인하였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데(수사기록 제407쪽), 오희명의 남편으로서 위 금원교부 현장에 함께 있었던 김정화는 원심 증인으로 나와 "회사장부에 위 금원을 지급하였다는 자료는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나아가 위 호텔 계산서와 다른 별개의 호텔 계산서를 들고 나와 1993. 3. 6. 위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원심 제4회 공판조서)에 비추어, 위 각 증거를 믿을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1993. 2. 12.경" 피해자 오희명으로부터 금원을 편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에 대하여
가. 피고인이 1995년 8월 말경 김남진의 부동산을 편취하였다는 점을 제외한 나머지 유죄부분에 대한 판단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1995년 8월 말경 김남진의 부동산을 편취하였다는 점을 제외한 피고인에 대한 판시 나머지 각 사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공갈의 범죄사실 등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심리미진, 이유불비의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인이 1995년 8월 말경 김남진의 부동산을 편취하였다는 점에 대한 상고에 관하여 직권으로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1995년 8월 말경 남양주시 수동면 소재 수동면사무소에서, 내연관계에 있던 공소외인이 피해자 김남진으로부터 남양주시 수동면 수산리 217의 3 전 3,379㎡를 대금 9,500만 원에 매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4,500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은 위 김남진으로부터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서 및 등기의무자본인확인서면을 교부받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위 부동산에 대한 형질변경 및 건축허가를 받는 데에 사용하지 아니하고 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위 부동산을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데에 사용할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위 피해자에게 형질변경 및 건축허가를 받는 데에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서 및 확인서면이 반드시 필요하니 이를 나에게 건네주면 위 용도로만 사용하겠다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위 피해자로부터 즉석에서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서 및 등기의무자본인확인서면을 교부받은 후 이를 이용하여 같은 해 9일경 위 부동산을 피고인 외 4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위 부동산 시가 9,500만 원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로 인한 처분행위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 및 등기의무자본인확인서면의 진실한 용도를 속이고 그 서류들을 교부받아 피고인 등 명의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하여도 피해자의 위 부동산에 관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 따라서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에는 사기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피고인이 1995년 8월 말경 김남진의 부동산을 편취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더 이상 원심판결을 유지할 수 없다 할 것이고, 한편 원심은 위 사기죄와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각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하여 이 부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검사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