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행사의 허부
나. 수탁자가 승소확정판결을 받아 지급 받은 대여금 상당액에 대한 소송신탁자의 지급청구 가부(소극)
판결요지
가. 신의칙은 비단 계약법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법률관계를 규제 지배하는 원리로 파악되며 따라서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소송신탁은 법률이 금하는 것이므로 채권자가 소외 망인으로 하여금 원고가 되어서 채무자에게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채권을 추심토록 의뢰한 약정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며 채권자는 소외 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대여금채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꾸며 소송을 제기하게 하고 채권자가 소지하고 있는 당좌수표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교부하고 나아가 법정에서 허위의 증언을 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아 채무금을 지급받게 하였다면 채권자는 스스로 공동불법행위자임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약정을 바탕으로 하고 또 스스로 불법행위를 자행한 자로서 약정에 의한 또는 부당이득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구하거나 소송사기에 의하여 채무자가 소송수탁자에 대하여 갖는 손해배상채권의 양도를 내세워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것은 사회질서에 반할 뿐 아니라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범렬
피고, 상고인
망 소외 1의 소송수계인 피고 1 외 3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치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판단한다.
1.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쫓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를 남용하지 못한다 함은 사법질서를 지배하는 기본적 원칙이다.
이와 같은 신의칙은 비단 계약법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법률관계를 규제, 지배하는 원리로 파악되며 따라서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행사 또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2.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원고의 주장하는 바를 간추려 보면 원고는 1970.1.경 당시 낙산기업을 경영하는 일방 재단법인 우석학원의 이사장으로 있던 소외 2에게 금 4,500,000원을 대여하여 그로부터 액면 금 4,500,000원의 당좌수표 1매를 발행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다가 동 소외인이 부도를 내어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던 중 1974.1.경 위 소외 2의 채권자단의 일을 보고 있던 소외 3에게 금 1,350,000원의 보수약정으로 우석학원을 인수한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으로부터 위 수표금을 받아 달라고 의뢰하였으나 그 수표가 위 소외 2의 개인수표라는 이유로 이의 지급이 거절되자 원고와 위 소외 3은 소송을 제기하여 이를 지급받기로 하고 피고 등의 피상속인인 망 소외 1에게 같은 보수약정으로 이를 의뢰하여 동인은 1974.4.경 자신이 원고가 되고 위 고려중앙학원을 피고로 하여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이 대여금채무는 소외 2 개인 채무이고 고려중앙학원이 인수한 우석학원의 채무가 아니라 하여 그 제1,2심에서 모두 패소하기에 이르자 1976.2.3 다시 위 소외 2를 피고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위 수표를 증거로 제시하고 원고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원고는 " 소외 2" 의 부탁으로 소외 1로 하여금 소외 2에게 금 4,500,000원을 이자 월3푼 변제기 같은해 3.23의 약정으로 대여케 하고 그 담보로 당좌수표를 교부받아 소외 1에게 전하여 주었다는 허위증언을 하여 뒤에 원고는 위증죄 소외 1과 소외 3은 위 중교사죄 등으로 기소되어 각 유죄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위 대여금 청구소송은 청구인용의 승소확정 판결을 받아 위 소외 2로부터 원리금 합계 금 14,885,900원을 지급받았으므로 위 소외 1은 원고와의 당초 약정에 따라 또는 횡령금으로서 이 돈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소외 1은 법원을 기망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에 기하여 위 소외 2로부터 금 14,885,900원을 편취함으로써 소외 2는 소외 1에 대하여 동액상당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채권을 취득하게 되었는데 원고는 소외 2로부터 이 손해배상청구채권을 양도받았으니 피고들은 위 소외 1의 상속인들로서 이 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3. 소송신탁은 법률이 이를 금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고와 소외 1 간의 약정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이며 위 소외 1에게는 위 소외 2에 대한 대여금채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소외 1로 하여금 대여금채권이 있는 양 소송을 제기하게 하고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당좌수표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교부하고 나아가 법정에서 허위의 증언을 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아 돈을 지급받게 하였다면 원고는 스스로 공동불법행위자임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약정을 바탕으로 하고 또 스스로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람으로서 약정에 의한 또는 부당이득에 의한 돈의 지급을 구하거나 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양도를 내세워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것은 사회질서에 반할 뿐만 아니라 정의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도의에 어긋나고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원고의 이와 같은 청구에 관하여 그 반사회성이나 신의칙위반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도 아니한 채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받아들였음은 필경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신의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의 필요없이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