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다217421 차별구제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겸 피부대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라이트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성민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합병 전 금호고속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금호고속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결 담당변호사 김성구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명성운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송담 담당변호사 이덕형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1. 25. 선고 2015나2041792 판결
판결선고
2022. 2. 17.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승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과 피고 합병 전 금호고속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금호고속 주식회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피고 서울특별시, 피고 경기도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 및 부대상고이유(부대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서면은 부대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소송 경과
가.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 금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항에서 정한 장애인이다. 원고 1, 원고 2는 휠체어 사용자이고, 원고 3은 무릎 관절의 장애로 버스에 설치되어 있는 승하차용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2) 피고 대한민국 소속 국토교통부장관, 피고 서울특별시의 대표자 서울특별시장, 피고 경기도의 대표자 경기도지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1항,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라 한다) 제2조 제6호에서 정한 교통행정기관이다(이하 위 피고들을 모두 합하여 '피고 대한민국 등'이라 한다).
피고 합병 전 금호고속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금호고속 주식회사(이하 합병 전후를 묻지 않고 '피고 금호고속'이라 한다), 피고 명성운수 주식회사(이하 '피고 명성운수'라 하고, 피고 금호고속과 같이 '피고 버스회사들'이라 한다)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1항, 교통약자법 제2조 제5호에서 정한 교통사업자이다. 피고 금호고속은 시외버스 운송사업자이고, 피고 명성운수는 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 시내버스(이하 모두 합하여 '광역형 시내버스'라 한다) 운송사업자이다.
(3) '휠체어 탑승설비'란 휠체어 탑승자가 버스에 승하차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로서 휠체어 탑승자를 태우고 상하로 움직이는 '리프트'와 버스와 외부 인도를 연결하는 ‘경사판’으로 분류된다. '저상(低床)버스'란 차실 바닥이 낮고, 승하차용 계단이 없는 대신 휠체어 탑승설비인 경사판이 설치되어 있는 버스를 말한다. 피고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고, 휠체어 탑승설비도 장착되어 있지 않다.
나. 원고들의 주장과 원심의 판단
(1)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 버스회사들이 원고들에게 저상버스나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4항에서 정한 교통사업자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피고 대한민국 등도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법에서 정한 각종 의무를 위반하여 피고 버스회사들의 위와 같은 차별행위를 야기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 등도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들에게 장애인차별 금지법 제46조 제1항에 따른 위자료의 지급과 제48조 제2항에 따른 차별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적극적 조치를 구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들의 피고 버스회사들에 대한 휠체어 탑승설비 관련 적극적 조치 청구만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하였다. 즉 원심은 피고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한 차별행위에 해당하고 이를 시정할 필요성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피고 버스회사들에 원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라는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 버스회사들에 대한 휠체어 탑승설비 관련 위자료 청구는 피고 버스회사들이 차별행위에 관한 고의 또는 과실 없음을 증명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버스회사들에 대한 저상버스 관련 청구, 피고 대한민국 등에 대한 저상버스 및 휠체어 탑승설비 관련 청구는 피고들이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하였다.
2. 피고 금호고속의 상고에 관하여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3. 당사자 사이에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이 존재하는지 여부(피고 금호고속의 부대상고이유)
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4조 제1항에서 같은 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의 유형들을 규정하고, 제6조에서 누구든지 장애 또는 과거의 장애경력 또는 장애가 있다고 추측됨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제46조 제1항 본문은 누구든지 같은 법 규정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제48조 제2항은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이하 모두 합하여 '적극적 조치'라 한다)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 및 제48조 제2항에 따른 적극적 조치 청구소송에서도 소의 적법요건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 존재하여야 한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별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위와 같은 분쟁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되 '비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의 존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함으로써 장애인이 이러한 권리보호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무익한 노력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
나. 앞서 본 것처럼 피고 금호고속이 운행하는 시외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고 휠체어 탑승설비도 설치되지 않았으므로 신체적 장애가 있는 원고들로서는 그 탑승을 포기,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이처럼 원고들이 그들의 신체적 장애 때문에 버스 탑승을 포기, 단념하였다면 원고들과 피고 금호고속 사이에 이미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버스 탑승을 실제로 시도한 경우에만 구체적 분쟁을 인정하는 것은 자력으로 버스에 탑승하기 어려운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불필요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정신에 들어맞는 법해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심의 설시 중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원고들의 피고 금호고속에 대한 소가 당사자 사이에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피고 금호고속의 본안 전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구체적 권리의무의 분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4. 적극적 조치의 청구취지 특정 여부(피고 명성운수의 상고이유)
가. 적극적 조치를 청구하는 소에서 원고는 피고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원고가 구하는 적극적 조치의 내용과 범위를 특정하여야 한다.
나. 원고들이 피고 명성운수에 대하여 적극적 조치를 구하는 청구취지는, 원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광역형 시내버스에 저상버스 또는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한 버스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이로써 적극적 조치를 구하는 적용대상이 '피고 명성운수가 운행하는 광역형 시내버스'라는 점과 적극적 조치의 내용이 '저상버스 또는 휠체어 탑승설비의 제공'이라는 점을 모두 알 수 있으므로 피고 명성운수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명성운수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없다.
5. 피고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데 차별로 보지 아니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피고 금호고속의 부대상고이유, 피고 명성운수의 상고이유)
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제19조 제4항, 제8항,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제2항,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 1], [별표 2]는 교통사업자로 하여금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로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 제1호는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47조 제2항은 차별로 보지 않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증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관련 법령의 규정 내용에 따르면, 교통사업자는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로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장애인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차별로 보지 않는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별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 일정한 재정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차별금지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피고 버스회사들이 원고들에게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데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피고 버스회사들의 항변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로 보지 않는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이하에서 피고 버스회사들이 원고들에게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을 '피고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라 한다).
6. 원심의 적극적 조치 판결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피고 금호고속의 부대상고이유, 피고 명성운수의 상고이유)
가. 법원의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재량과 그 한계
(1)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 제할 수 있도록 제46조 제1항에서 차별행위를 한 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제48조 제2항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제48조 제3항은 법원은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이행 기간을 밝히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늦어지는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민사집행법 제261조의 간접강제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각 규정의 내용과 적극적 조치 판결 제도를 도입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적극적 조치 청구 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는 피고가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는 경우 원고의 청구에 따라 차별행위의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판결을 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그 적극적 조치의 내용과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때 폭넓은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2) 다만, 비례의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에서 파생되는 헌법상의 기본원리로서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9. 9. 9. 선고 2018두48298 판결 참조), 법원이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때에도 원고와 피고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인들의 공익과 사익을 종합적으로 비교 · 형량하여야 한다. 사인(私人)인 피고에게 재정 부담을 지우는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때는 피고의 재정상태, 재정 부담의 정도, 피고가 적극적 조치 의무를 이행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비롯한 인적 · 물적 지원 규모, 상대적으로 재정 부담이 적은 대체 수단이 있는지, 피고가 차별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기울인 노력의 정도 등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나. 원심의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판단
(1) 원심은 피고 버스회사들에 원고들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라는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하면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여야 하는 대상 버스와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의무의 이행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의 적극적 조치 판결이 확정된다면 피고 버스회사들은 즉시 운행하는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금호고속의 시외버스 노선은 전국 각지에 분포하고, 피고 명성운수의 광역형 시내버스 노선도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각지에 분포한다. 그런데 원고 1의 거주지는 고양시, 직장 소재지는 서울특별시이고, 원고 2의 거주지는 서울특별시, 가족의 거주지는 파주시이며, 원고 3의 거주지는 서울특별시이다. 이러한 원고들과 그 가족의 주거지, 직장 소재지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향후 피고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모든 노선의 버스에 탑승할 구체적 · 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 금호고속은 2016년도 회계연도 이후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피고 명성운수는 2014년도 회계연도에 약 22억 6,6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그런데 피고 버스회사들이 모든 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매립형 리프트를 기준으로 피고 금호고속 약 383억 원, 피고 명성운수 약 62억 460만 원, 노출형 리프트를 기준으로 피고 금호고속 약 229억 원, 피고 명성운수약 36억 6,12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피고 버스회사들은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 · 도지사가 정한 기준과 요율의 범위 내에서만 운임과 요금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어서(「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조 제1, 5항,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27조 제2항,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 · 요율 등 조정요령」 제3조, 제4조) 운임과 요금 인상을 통해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는 데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피고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노선 중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 · 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는 노선, 피고 버스회사들의 자산 · 자본 · 부채, 현금 보유액이나 향후 예상영업이익 등 재정상태,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운임과 요금 인상의 필요성과 그 실현 가능성, 피고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비롯한 인적 · 물적 지원 규모 등을 심리한 다음 이를 토대로 이익형량을 하여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대상 버스와 그 의무 이행기 등을 정했어야 한다. 이러한 이익형량을 다하지 아니한 채 피고 버스회사들에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한 원심판결에는 법원의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환송 후 원심은 위에서 제시한 이익형량 요소들을 고려하여 피고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의 내용을 다시 정해야 한다. 이때 휠체어 탑승설비 설치 대상 노선은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 · 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으로 하되, 그 노선 범위 내에서 피고 버스회사들의 재정상태 등을 감안하여 휠체어 탑승설비를 단계적으로 설치해 나가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피고 버스회사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버스는 잔존 내구연한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해 나가도록 하고, 신규로 보유하게 될 버스에는 원칙적으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 · 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에 관하여 피고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휠체어 탑승설비의 규격이나 성능 등에 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지만, 피고 버스회사들이 원고들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휠체어 탑승설비는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버스를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4항)도 덧붙여 둔다.
7. 변론주의 위반 여부 및 피고 버스회사들이 고의 또는 과실 없음을 증명하였는지 여부(원고들의 상고이유 제3점)
가. 원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요지는, 피고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와 관련하여 피고 버스회사들이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항변을 하지 않았고 고의 또는 과실 없음을 증명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위 차별행위를 원인으로 한 피고 버스회사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변론주의 위반 또는 차별행위의 고의 또는 과실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나. 기록에 따르면 피고 버스회사들은 위 차별행위에 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피고 금호고속 2016. 3. 3. 자 준비서면, 피고 명성운수 2017. 6. 8. 자 및 2018. 4. 5. 자 준비서면). 또한 원심의 설시 중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차별행위에 관하여 피고 버스회사들이 고의 또는 과실 없음을 증명하였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8. 저상버스 미제공과 관련하여 피고들이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고들의 상고이유 제1의 가점, 제2점)
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4항, 제8항,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은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은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 2](이하 '이 사건 별표'라 한다)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별표는 교통약자법 제10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이동편의시설의 설치 대상시설별로 설치하여야 하는 이동편의시설의 종류를 열거하면서, 교통사업자가 시외버스와 시 내버스(좌석형)에 설치하여야 하는 이동편의시설로 안내방송, 문자안내판, 목적지 표지, 휠체어 탑승설비, 교통약자용 좌석 및 장애인접근가능표시 등을 열거하고 있다.
나.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의 규정 체계 및 법령상 명시적인 근거 없이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교통사업자가 제공하여야 하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이 사건 별표에서 열거한 바에 따라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별표는 승하차 편의를 위해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였을 뿐 저상버스의 도입에 관한 규정은 없다. 또한 기록에 비추어 보면 고속 주행 구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외버스나 광역형 시내버스에 바닥이 낮은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그 도입 여부에 관한 입법상 논의의 필요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행 법령의 해석상으로는 이 사건 피고 버스회사들과 같이 시외버스나 광역형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교통사업자에게 저상버스를 제공할 의무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피고 버스회사들이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피고들 모두 장애인차별금 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의 설시 중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저상버스 관련 위자료와 적극적 조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9. 피고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와 관련하여 피고 대한민국 등도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고들의 상고이유 제1의 나점)
가. 상고이유 요지
원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요지는, 피고 대한민국 등이 교통약자법 제6조, 제7조, 제7조의2, 제12조, 제13조, 제14조 제2, 3, 4항, 제25조, 제26조, 제28조 제1, 3항, 제29조, 제29조의2에 따라 피고 버스회사들이 이동편의시설인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지도 · 감독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피고 버스회사들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 · 행정적 · 재정적 지원을 하고, 제19조 제5항에 따라 피고 버스회사들이 차별행위를 하지 않도록 홍보, 교육, 지원, 감독할 의무도 다하지 않아 피고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를 야기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 등도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판단
(1)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장 '총칙' 편의 제4조 제1항은 금지하는 차별행위의 유형으로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 배제 · 분리 ·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제1호),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 · 배제 · 분리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제2호),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제3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2장 '차별금지' 편의 제19조는 '이동 및 교통수단 등에서의 차별금지'라는 제목으로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 · 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 · 배제 · 분리 ·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항)는 조항에서부터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제4항)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위 규정들은 제4조 제1항에서 열거한 차별행위 유형에 따른 차별금지의무의 내용 등을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의 영역에서 구체화한 조항이라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의 규정 내용과 체계에 따르면 이동 및 교통수단 등 영역에서 장애인차별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위 제4조 제1항과 제19조의 각 항(이하 모두 합하여 '차별행위 정의 조항'이라 한다)에서 열거한 차별행위의 유형에 포섭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 제2항, 제19조 제5항 위반에 따른 차별행위 성립 주장에 관하여 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 · 행정적 · 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하고(제8조 제2항), 교통행정기관은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 대하여 이 법에 정한 차별행위를 행하지 아니하도록 홍보, 교육, 지원, 감독하여야 한다(제19조 제5항).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 교통행정기관이 위 각 조항에서 정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는 것을 금지하는 차별행위의 유형으로 따로 규정하지 않았고, 그것이 차별행위 정의 조항에서 이미 열거한 차별행위 유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국 장애인이나 교통사업자가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교통사업자가 차별행위를 하지 않도록 지원 · 감독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와 관련하여 피고 대한민국 등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 등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의 설시 중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 등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10.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들 승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과 피고 금호고속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피고 서울특별시, 피고 경기도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주심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