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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7. 23. 선고 2008노1386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정병원

변 호 인

변호사 국중권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원심 및 당심 소송비용은 모두 피고인이 부담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자신의 얼굴을 찍는 과정에서 버스가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피해자의 다리가 촬영된 것일 뿐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허벅다리를 촬영한 것이 아님에도, 신빙성 없는 피해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나. 법리오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의 입법취지 및 피해자가 스스로 허벅다리를 노출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촬영된 피해자의 허벅다리는 위 조항 소정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다. 양형부당

가사 피고인에게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이 사건의 경위, 피고인이 37년간 교육공무원으로서 재직한 경력 등에 비추어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증인 공소외인의 당심 법정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 공소외인은 수사기관 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촬영 전후의 과정에 대하여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특히 사진 촬영시 피고인의 위치나 자세에 관하여 자신의 왼쪽에 앉아있던 피고인이 왼손에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가슴정도 높이 내지 다리로부터 30cm 정도의 높이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찍으려고 하다가 핸드폰 폴더를 돌리면서 피해자의 다리 쪽을 촬영했다고 매우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는 데 반하여, 피고인은 막연하게 자신의 얼굴을 찍으려했다고만 주장할 뿐 촬영 당시 자신의 위치나 동작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못한 점, ② 피고인의 휴대폰 카메라는 선명하지는 않으나 앉아있는 피해자의 허벅다리 이하 다리를 촬영한 영상이 저장되어 있는데, 피고인이 자신의 얼굴을 찍으려다가 버스가 흔들려서 찍혔다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피해자의 다리 부분이 정확히 집중적으로 촬영되어 있고, 다만, 영상이 선명하지 않은 것은 달리는 버스 속에서 다소 흔들려 안정되지 못한 자세로 촬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당시 버스가 구불구불하고 방지턱이 많은 골목길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심한 흔들림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다리가 찍혔다고 하나, 피해자가 당심 법정에서 촬영 시점으로 지목한 버스의 운행구간은 골목길에 접어들기 이전의 왕복 4차로의 대로구간으로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몸이 상하로 심하게 요동하거나 좌우로 꺾여 카메라를 든 손을 지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흔들림 현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버스가 대로구간에서 골목길로 접어든 이후 4번째 정류장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하차하였고, 하차하기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상당한 시간 실랑이를 하였던 점에 비추어 촬영 시점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보다 신빙성 있어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의 당심 법정 진술에 의하더라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경우 버튼을 다시 한 번 눌러야 비로소 그 영상이 휴대폰에 저장된다는 것인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자신의 얼굴을 찍다가 실수로 피해자의 다리가 찍힌 것에 불과하다면 굳이 그 영상을 저장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인 점, ⑤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고 느끼자 그 즉시 피고인에게 항의하면서 핸드폰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자 이후 버스 안에서 및 버스에서 내려서 피고인과 실랑이를 하게 되었는바, 피해자의 행동은 그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반면, 피해자의 요구에 극구 불응하면서 휴대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던 피고인의 행동이나 그 이유에 대하여 피해자가 당돌하여 화가 나서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당심 법정 진술은 좀처럼 수긍이 가지 않는 점, ⑥ 마을버스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사이에 불과한 피해자가 굳이 많은 나이 차이가 나는 어른인 피고인을 명백하게 부당하지 않은 행위로 처벌받게 하기 위하여 허위의 진술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공소외인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할 수 있고, 따라서 위 공소외인의 수사기관,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을 포함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허벅다리 부분을 촬영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먼저, 이 사건에서 촬영된 피해자의 허벅다리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1항 소정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는 일반적인 성적 관념, 공개됨으로써 사회적으로 창피함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 대상 신체부분의 성적 연관성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하여 사회 일반 구성원들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 또한 대상 신체부분이 피해자 자신의 의사에 의하여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도 경우에 따라서는(예를 들면, 순간적인 생각에 취해 전라로 공공장소를 활보하는 경우) 이를 촬영하는 행위가 면책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자의에 의한 노출인지 여부에 따라서만 판단할 것도 아니다. 이는 통상 미를 과시하거나 생활의 편의를 위하여 노출되는 신체부위는 자세, 각도, 빛 등 자연환경 등에 의하여 여러 형태로 일정한 시간 동안만 관찰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진으로 촬영되는 경우에는 사진의 고정성과 연속성, 확대 등 변형가능성, 전파가능성 등에 의하여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하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신장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위 법률의 입법취지 및 최근 물의가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의 폐해를 방지하고,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며, 건전한 성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함을 이유로 하는 위 제14조의2 제1항 의 제정이유, 위 법률이 규정하는 다른 성폭력범죄의 유형(① 형법상 성풍속에 관한 죄 중 음행매개, 음화등의 반포등, 음화등의 제조등, 공연음란, ② 약취와 유인의 죄 중 추행 또는 간음을 목적으로 하거나 추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범한 일부 죄, ③ 강간과 추행의 죄 중 강간, 강제추행 등, ④ 위 법률에 의한 공중집회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및 다른 유사행위를 처벌하는 법 규정의 내용과 신체부위에 대한 촬영 행위의 처벌 필요성 등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신체부위의 촬영 행위가 위 법률에서 정하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대한 촬영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자체와 더불어 촬영 장소,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특정부위의 부각 여부, 촬영자의 의도에 대한 평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당심에서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사진 촬영은 피고인이 치마 속이 아니라 앉아 있을 때 자연스럽게 드러난 허벅다리 부분을 촬영한 것이기는 하나, 피해자가 입고 있던 원피스의 길이가 무릎 위로 20cm 이상 올라갈 정도로 짧은데다가 피해자가 앉아 있는 상태여서 피해자의 다리가 무릎 위로 상당한 부분까지 드러나 있었고, 피해자도 과도한 노출을 숨기기 위하여 소지하던 소형 가방으로 허벅다리 윗부분을 가리고 있었으며, 촬영 직후 피해자가 촬영 행위에 대하여 항의하였던 점, ② 비록 피해자가 비교적 짧은 치마를 입었던 상태이고, 전체적으로 볼 때 시내버스 안이라는 공개된 장소이었기는 하나, 피고인이 피해자와 버스 옆 자리(2좌석만으로 구성된 자리였다)에 나란히 앉아 있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상당히 밀착되어 있었고, 주변 승객들로부터 다소 격리된 면도 있었으며, 당시 시각이 밤 9시 무렵이었던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의 다리부위로부터 불과 30cm 정도의 거리에서 허벅다리 부분을 정면으로 촬영함으로써, 영상의 대부분이 허벅다리와 무릎부분으로 일상적인 인물사진과는 달리 허벅다리 부분이 과도하게 부각되어 있었고, 포착 순간이나 촬영 각도, 사진의 선명도에 따라서는 허벅다리 안쪽 살 부분이 촬영될 수 있었던 점, ④ 신체 중 허벅다리 부분은 성기부분과 가깝고 여성의 경우에는 성적 상징으로 강조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그 부분만 부각시킨 사진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유포될 수도 있는 점, ⑤ 피고인은 피해자의 허벅다리 이하 다리를 노려 의도적으로 촬영하였으며, 피해자는 촬영 사실을 감지하고 즉각 항의하면서 피고인의 핸드폰 카메라를 빼앗으려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와 같이 보는 것이 위 법률의 입법취지나 위 조항의 제정이유에 배치된다거나 부당하게 처벌영역을 확장해석하는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도7938 판결 은 여성의 치마 밑 다리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판결이 아닐 뿐만 아니라 촬영된 영상 등 그 구체적인 사실관계조차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한편, 피고인은 법리오해 주장 항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에 따라 형식적 판단에 그쳐야 함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므로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러한 사정은 양형사유에 불과할 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위 주장을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장기간 교육공무원으로 재직하여 왔고, 도로교통법위반죄로 1회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외에는 특별한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 할 것이나, 한편,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여성의 일부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고 더욱이 여성이 쉽게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여 근접거리에서 촬영하는 등 그 비난가능성이 큰 점,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탓을 돌리는 등 개전의 정이 없는 점,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고, 형사소송법 제191조 제1항 , 제190조 제1항 , 제186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원심 및 당심에서 생긴 소송비용은 모두 피고인에게 부담시키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용준(재판장) 서여정 송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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