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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1.29.선고 2014다28336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4다28336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F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4. 11. 선고 2013나46476 판결

판결선고

2015. 1. 29.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 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등 참조).

한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현금카드 등의 전자식 카드나 비밀번호 등과 같은 전자금융거래에서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는 예금주의 명의와 다른 사람이 전자금융거래를 함으로 인하여 투명하지 못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하는 목적이나 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의 내용이 다양하므로, 접근매체의 양도 자체로 인하여 피해자가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해당 금융거래에 관한 원인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접근매체를 통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그 전자금융거래에 의한 법률효과를 접근매체의 명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넘어 그 전자금융거래를 매개로 이루어진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접근매체를 양도한 명의자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하여 접근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에 접근매체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어 접근매체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게 된 목적 및 경위, 그 양도 목적의 실현 가능성, 양도의 대가나 이익의 존부, 양수인의 신원, 접근매체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그 불법행위에 대한 접근매체의 기여도, 접근매체 이용 상황에 대한 양도인의 확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 피고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성명불상자에게 피고 명의의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넘겨주었음을 인정하면서도, (2) 피고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해 준다는 말을 듣고 피고의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모두 넘겨주었고, 성명불상자는 피고로부터 받은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이용하여 속칭 보이스피싱 범행 방법으로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로 하여금 피고 명의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도록 한 후 이를 인출하여 편취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자신이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한 예금통장과 현금카드가 불특정 다수인들을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는 속칭 '보이스피싱'의 범행에 이용될 수도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가 성명불상자에게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양도한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로 범죄자들로 하여금 원고의 돈을 편취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 방조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방조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우선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전화금융사기 범행과 같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면서 위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성명불상자에게 피고 명의의 예금통장을 넘겨주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에게 고의에 의한 방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대출을 해주겠다는 성명불상자의 말에 속아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위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넘겨준 피해자로 볼 수 있고, 또한 피고가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대가를 받았다거나 위 예금통장을 피고를 위한 대출 목적을 넘어서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락하였음에 관한 자료도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전화금융 사기 범행에 대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 피고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피고가 위 예금통장을 성명불상자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가 성명불상자에게 위 예금통장을 넘겨줄 때에 위 예금통장을 통하여 위 범행과 같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거래가 이루어지며 위 예금통장이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 관하여 예측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예견가능성 내지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제대로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예금통장 명의인이 교부한 접근매체가 타인에 의하여 전화금융사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일반적 · 추상적인 가능성을 불법행위 책임의 주된 논거로 삼아 피고의 과실에 의한 방조의 불법행위 책임을 속단한 것으로 보인다.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방조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 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

주심대법관고영한

대법관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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