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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2.12.선고 2013다210732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등
사건

2013다210732 채무부존재확인 등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1. B

2. C.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7. 31. 선고 2013나2916 판결

판결선고

2015. 2. 1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 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 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등 참조).

한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현금카드 등의 전자식 카드나 비밀번호 등과 같이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는 예금주의 명의와 다른 사람이 전자금융거래를 함으로 인하여 투명하지 못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하는 목적이나 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의 내용이 다양하므로, 접근매체의 양도 자체로 인하여 피해자가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해당 금융거래에 관한 원인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접근매체를 통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그 전자금융거래에 의한 법률효과를 접근매체의 명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넘어 그 전자금융거래를 매개로 이루어진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접근매체를 양도한 명의자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하여 접근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에 접근매체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어 접근매체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게 된 목적 및 경위, 그 양도 목적의 실현 가능성, 양도의 대가나 이익의 존부, 양수인의 신원, 접근매체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그 불법행위에 대한 접근매체의 기여도, 접근매체 이용 상황에 대한 양도인의 확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피고들은 2011. 12.경 성명불상자로부터 대출을 해준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대출을 받기 위하여 성명불상자의 요구에 따라 자신들 명의로 농협계좌를 개설하여 성명불상자에게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전화로 알려준 후 통장과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를 성명불상자에게 보낸 사실, 한편 원고는 2011. 12. 5. 10:50경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니 피해신고를 하라는 전화를 받고, 성명불상자가 알려준 인터넷사이트를 금융감독원 홈폐이지라고 믿고 이에 접속하여 개인정보를 입력하였으며, 성명불상자는 원고가 입력한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를 받아 그 돈을 피고들 명의의 농협계좌로 이체하였고, 그 돈은 곧 모두 인출된 사실(이하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이라고 한다) 등을 인정한 다음,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인 통장이나 현금카드 등의 양도·양수행위는 금지되어 있고, 보이스피싱에 의한 금융사기 범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접근매체를 양도한 경우 이러한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바,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불법행위를 가한 성명불상자와 공모하거나 그의 범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양도가 금지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제공한 것은 성명불상자의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한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도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성명불상자의 기망행위에 속아 피고들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교부한 것이고,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은 그 직후 발생한 점, 피고들이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한 통장과 현금카드의 수가 각 1개에 불과한 점, 피고들이 위와 같은 교부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금전적 대가를 취득한 바 없는 점 등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들이 성명불상자에게 피고들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교부할 당시 그 통장 등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이나 그 통장 등의 교부로써 보이스피싱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들의 통장 등의 교부와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들에게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권순일

대법관민일영

주심대법관박보영

대법관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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