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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2. 5. 25. 선고 82도716 판결
[반공법위반][공1982.8.1.(685),627]
판시사항

학문연구 자료로써 공산주의 경제이론에 관한 서적의 취득, 보관과 구 반공법 제4조 제2항 에의 해당여부(소극)

판결요지

학문의 연구는 기존의 사상 및 가치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을 가함으로써 이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는 노력이므로 그 연구의 자료가 사회에서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존의 사상 및 가치체계와 상반되거나 저촉된다고 하여도 용인되어야 할 것이고, 한편 구 반공법 제4조 제2항 의 죄는 목적범으로 위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의 그 불법목적의 인정은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바이니, 대학생이 학문연구를 위하여 시내 일반서점과 대학 도서관에서 구입 또는 대출받아 보관한 연구자료가 반국가단체 또는 국외공산계열의 사상과 가치체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만으로써는 그 불법목적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영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의 범죄사실 중 제1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즉 피고인은 공소외 한 헌석과 이상민에게 (1)영국의 모리스ㆍ돕이 쓴 공산주의에 입각한 경제이론 서적인 “자본주의의 발달연구”등 서적수권을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한편, 월남의 공산화는 월남민중이 티ㆍ우정권을 버리고 공산정권을 택한 것이므로 월남은 결코 패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일된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2) 제 3 세계의 모임인 비동맹회의에 북한이 이미 가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가입하지 못한 것은 남한의 실력부족에 기인한 것으로서 남한은 북한에 비하여 외교적 영향에 있어 열세에 몰려있다는 취지의 말을 함으로써 국외공산계열 및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하였다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검찰에 이르기까지의 수사단계에서 위 범행내용을 자백하였다가 1심 법정 이래로는 위와 같은 말을 한 일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는바,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외에 원심이 인용한 증거로는 검사의 이상민에 대한 진술조서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에 관하여 그 임의성을 부인하고 구속영장에 의함이 없이 1981.4.9 경찰에 연행된 이래 강압적인 수사를 받아 수사관이 말하는대로 허위의 자백을 기재한 자술서를 작성하였고 검찰에 이르러서도 장기구속으로 인한 경찰에서의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된 상황에서 허위의 자백을 계속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1심증인 이 동선의 증언과 수사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주장과 같이 피고인은 구속영장에 의함이 없이 1981.4.9에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에 연행된 이래 계속 구금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오다가 1981.4.26 위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하고 동일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신문에서 역시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을 하였고 그후 1981.4.28에야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와 같은 일련의 사실에 비추어 보면 경찰에서의 위 자백은 부당한 장기구금상태하에서 된 것으로서 그 임의성이 의심되고 이에 뒤이은 검찰의 조사단계에서의 자백도 부당한 장기구금으로부터 오는 임의성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된 상황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검사의 이상민에 대한 진술조서에 보면 피고인으로부터 위 판시와 같은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기재가 있으나, 위 이상민도 1심 법정에 나와 경찰에서 강압에 의하여 이미 작성된 피고인의 자술서를 토대로 허위진술을 한후 검찰에서도 번복한들 별도리가 없을 것 같아 경찰에서와 같은 동일한 내용의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하고 있는바, 이러한 증언내용과 위와 같은 피고인의 자술서작성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진술조서의 기재내용은 그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결국 원심이 위에 설시한 각 증거의 임의성과 신빙성을 규명해 봄이 없이 만연히 유죄의 증거로 삼은것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채증의 법칙에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한 처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2. 원심이 인정한 판시 제 2 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서울 시내의 종로서적센타, 민중서점, 논장서점 및 서강대학교 도서관 등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모리스ㆍ돕(MAURICE DOBB)을 비롯한 에르내스트ㆍ만델(ERNST MANDEL), 앙드레 프랑크(ANDRE FRANK), 게오르그ㆍ루카치(GEORG LUKACS), 죠지ㆍ리히타임(GEORGE LICHEHEIM), 리차드ㆍ에드워드(RICHARD EDWARD), 유르겐ㆍ하버마스(JURGEN HABERMAS), 제르미ㆍ샤피로(JEREMY SHAPIRO)등이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 등에 관하여 저술한 저작물 등을 구입하거나 대출받아 복사하여 탐독ㆍ보관함으로써 반국가단체나 국외공산계열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표현물을 취득 또는 복사하였다고 함에 있고, 원심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소위에 대하여 구 반공법 제4조 제2항 을 적용 처단하고 있다.

(1) 그러나 구 반공법 제4조 제2항 의 죄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국외의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ㆍ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 수입, 복사, 보관, 운반, 반포, 판매 또는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이므로 동 죄의 성립에는 위와 같은 목적의식이 있음을 요하는 것인바, 피고인은 학문연구의 목적으로 위 각 저작물을 취득, 보관한 것이며 반국가단체 또는 국외공산계열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목적의식은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2) 생각컨대, 헌법상 보장되는 학문연구의 자유는 학문연구를 순수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그것이 불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행하여지는 경우, 예컨대, 구 반공법 제 4 조 제 2 항 또는 국가보안법 제 7 조 제 5 항 에서 규정한 것과 같은 반국가단체 또는 국외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 기타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목적으로 학문연구활동에 빙자하여 문서, 도서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 수입, 복사, 운반 또는반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이는 이미 학문의 연구라고 볼 수 없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불법목적의 인정은 확실하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한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것이며, 단순히 피고인이 학문연구를 위하여 취득, 보관한 연구자료가 반국가단체 또는 국외공산계열의 사상, 가치체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위와 같은 불법목적을 추정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원래학문의 연구는 기존의 사상 및 가치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을 가함으로써 이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는 노력이므로 연구의 자료가 그 사회에서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존의 사상 및 가치체계와 상반되거나 저촉되는 것이라고 하여도 용인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3) 돌이켜 이 사건을 살펴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취득, 보관한 판시 저작물들이 마르크스주의 또는 공산주의 경제이론에 관한 저작물들인 사실은 명백하나, 원심판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위 각 저작물을 은밀한 출처로부터 취득한 것이 아니라 시내 일반서점과 대학도서관에서 구입 또는 대출받았다는 것이고, 피고인은 위 각 저작물을 취득할 당시 서강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학생으로서 피고인이 취득한 동종의 저작물 중비록 한권에 지나지 않지만 피고인의 졸업논문의 참고문헌으로 인용한바 있으며 (인용된 저작물도 판시 저작물들과 동 종류의 것인데도 공소사실 적시에서 제외되었다), 또 1심증인 장 일조의 증언과 변형윤이 제출한 소견서 기재에 보면 위 판시 저작물의 대부분이 국내대학에서 경제관계의 학문연구를 위한 자료 또는 참고문헌으로서 경제학 전공자들이 읽거나 인용하고 있는 실정임을 알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저작물취득 경위 및 전공내용과 학계의 실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저작물을 학문연구의 목적으로 취득 또는 대출받은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명에 일응 수긍이 가고, 이와 달리 피고인이 반국가단체 등을 이롭게 할 목적의식이 있었음을 인정할만한 뚜렷한 자료를 원심인용의 증거 중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원심은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하여 법률적용을 그릇친 위법이 있는 것으로서 논지는 이유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케 하고자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성렬(재판장) 이일규 전상석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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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1982.2.19.선고 81노6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