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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다72293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2000.6.15.(108),1245]
판시사항

[1]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의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보험자로 하여금 대행하도록 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독자적으로 수행한 경우,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 보험자가 소송을 대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 약관조항이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협조의무를 규정한 약관조항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고도 항소하지 않은 채 이를 확정시킨 경우, 보험자의 면책 여부(한정 소극)

[3] 피해자가 피보험자 및 보험자를 공동피고로 하여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보험자는 항소하지 않고 보험자만이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 금액보다 감액된 금액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피보험자의 항소부제기를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로 평가하여 보험자가 그 차액 상당의 보험금지급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약관 제13조 제1항에는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 보험자가 그 소송을 대행할 수 있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이어서 피보험자가 반드시 보험자로 하여금 그 소송을 대행하도록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피보험자가 소송의 대행을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조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보험자로 하여금 대행하도록 하지 않고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 하여 곧 위 약관조항을 위배하였다거나 또는 피보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보험자에게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로 말미암아 늘어난 손해에 대하여 보상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한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보험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 대하여 변제, 승인 또는 화해를 한 경우에는 보험자가 그 책임을 면하게 되는 합의가 있는 때에도 그 행위가 현저하게 부당한 것이 아니면 보험자는 보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723조 제3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재판상 손해배상청구를 받아 그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은 채 이를 확정시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로 평가되지 않는 한 보험자는 보상할 책임을 면할 수 없다.

[3] 피해자가 피보험자 및 보험자를 공동피고로 하여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보험자는 항소하지 않고 보험자만이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 금액보다 감액된 금액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피보험자의 항소부제기를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로 평가하여 보험자가 그 차액 상당의 보험금지급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백제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오수원)

피고,상고인

김정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① 자동차보험 등의 보험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인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피고 소유의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를 피고로 하고 보험계약기간을 1994. 10. 29.부터 1995. 10. 29.까지로 하는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그런데 소외 1은 1995. 5. 25. 무면허로 피고 몰래 위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소외 이경진을 사망케 한 사실, ③ 이에 위 망인의 유족들이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95가합250호로 위 소외 1, 위 화물자동차의 운행자인 피고와 피고의 보험자인 원고를 공동피고로 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와 별도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위 소송을 수행한 사실, ④ 위 장흥지원은 그 사건의 피고들인 원·피고에 대하여는 위 망인의 유족들에게 위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원금으로 합계 금 109,876,997원을 지급하라고 하는 위 망인의 유족들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한 사실, ⑤ 이 같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만이 광주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고 피고는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장흥지원의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이하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 한다), ⑥ 그 후 원고의 항소에 의하여 광주고등법원에 계속되어 진행되던 항소심에서 그 법원 97머344호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조정결정'이라고 한다)을 하고 위 망인의 유족들과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조정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는데, 이 사건 조정결정이 원고로 하여금 위 망인의 유족들에게 지급하도록 명한 손해배상원금은 합계 금 72,640,000원인 사실, ⑦ 그 후 원고가 위 망인의 유족들에게 이 사건 조정결정에 따른 금액을 모두 지급하였으며, 위 망인의 유족들은 이 사건 확정판결에 따라 피고가 배상할 금액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의 차액을 지급받고자 피고를 상대로 위 장흥지원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그 명령을 받은 사실, ⑧ 그런데 위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의 약관에는 보험사고시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은 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피보험자인 피고가 손해배상청구권자들에게 배상하여야 할 금액(지연손해금 포함)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한편으로 피보험자인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로 말미암아 늘어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하였다.

나. 원심은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먼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보험금은 피고가 이 사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 망인의 유족들에게 배상하여야 할 금액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조정결정 금액을 위 망인의 유족들에게 모두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보험금지급의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다음, 그러나 피고는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와 협의하여 공정하고 적정한 분쟁해결을 도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독립하여 위 소송을 진행한 후 안이하게 위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제1심판결에 승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에 대한 이 사건 확정판결 금액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정결정 금액보다 많아지게 되었고, 이러한 결과는 피고가 보험자인 원고에 대한 협조의무를 해태함으로써 초래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조정결정 금액을 초과하는 손해배상액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확정판결 금액과 이 사건 조정결정 금액 사이의 차액에 상당하는 보험금지급채무가 부존재함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이 피고가 원고에 대한 협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는 주된 근거는 피고가 원고와 독립하여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수행한 후 그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의 동의 없이 항소를 하지 아니하여 이를 확정시켰다는 점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피고가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원고로 하여금 대행하도록 하지 아니한 채 독자적으로 이를 수행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자동차종합보험약관 제13조 제1항에는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 보험자가 그 소송을 대행할 수 있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이어서 피보험자가 반드시 보험자로 하여금 그 소송을 대행하도록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피보험자가 소송의 대행을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조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피고가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원고로 하여금 대행하도록 하지 않고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 하여 곧 위 약관조항을 위배하였다거나 어떤 협조의무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다음으로, 피고가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점에 관하여 본다.

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보험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 대하여 변제, 승인 또는 화해를 한 경우에는 보험자가 그 책임을 면하게 되는 합의가 있는 때에도 그 행위가 현저하게 부당한 것이 아니면 보험자는 보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723조 제3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재판상 손해배상청구를 받아 그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은 채 이를 확정시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로 평가되지 않는 한 보험자는 보상할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고 할 것이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확정판결 금액과 이 사건 조정결정 금액의 차액인 금 37,236,997원(금 109,876,997-금 72,640,000)의 내역과 그 감액의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나 있지 않으므로 과연 그 차액 부분 전액이 피고가 배상할 의무가 없는 금액인지의 여부를 알아보기 어렵고, 거기다가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항소의 제기를 권고하거나 거부할 경우에는 보조참가의 방법으로 피고를 위하여 항소할 수도 있었던 점, 그리고 피고가 달리 위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방어권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단순히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고 원고만이 항소한 제2심에서 제1심판결 금액보다 감액된 금액으로 조정이 되었다는 점만으로 곧 피고의 항소부제기를 '현저히 부당한 경우'로 평가하여 위 차액 상당의 보험금지급의무를 면제시키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와 같은 차액의 내역과 감액의 이유, 피고의 독자적인 소송수행이나 항소부제기에 다른 어떤 의도나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관하여 좀 더 심리하지 않은 채 만연히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곧 위 차액이 피고의 협조의무 위반으로 부당하게 부담하게 된 금액이라는 전제하에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한 조치에는 피보험자의 협조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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