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피보험자가 생산한 제품으로 인하여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여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는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의 보험사고는 제품의 파손사고 자체가 아니라 그 파손으로 인한 타인의 재물의 손괴라는 이유로 상법 제644조 소정의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2] 상법 제724조 제2항 소정의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손해배상채무의 병존적 인수)
[3] 피해자와 피보험자 간의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피해자와 보험자 간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미치는지 여부(소극)
[4]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 및 비율확정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피보험자가 생산한 제품으로 인하여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여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는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의 보험사고는 제품의 파손사고 자체가 아니라 그 파손으로 인한 타인의 재물의 손괴라는 이유로 상법 제644조 소정의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2]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다.
[3]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피해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별개 독립의 것으로서 병존하고, 피해자와 피보험자 사이에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내지 범위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도 그 판결의 당사자가 아닌 보험자에 대하여서까지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가 보험자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금을 직접 청구하는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전소판결과 관계없이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 내지 범위를 다시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다.
[4]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나, 그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참조조문
[1] 상법 제644조 [2] 상법 제724조 제2항 [3] 상법 제723조 [4] 민법 제396조 , 제763조 , 민사소송법 제402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2530 판결(공1993하, 1665) 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819 판결(공1994하, 1824) 대법원 1995. 7. 25. 선고 94다52911 판결(공1995하, 2940)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4956 판결(공1999상, 527)
[3]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34499 판결(공2000상, 37) 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다72293 판결(공2000상, 1245) [4]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6240 판결(공1998하, 2373) 대법원 1999. 5. 25. 선고 98다56416 판결(공1999하, 1249) 대법원 2000. 1. 21. 선고 98다50586 판결(공2000상, 470)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다31100 판결(공2000하, 1501)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엘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경수근 외 4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1이 ○○○○공업사라는 상호로 종이봉지 등의 제조판매업에 종사하면서 포도열매에 덮어 씌워 햇빛을 차단하고 농약이나 빗물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함으로써 포도의 색깔 및 당도를 높여주고 병충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특수재질의 종이봉지(이하 '포도봉지'라 한다)를 제작하여 포도재배 농가에 판매하여 왔는데, 1993. 6. 16. 원고와 사이에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 소외 1, 보험기간 같은 날부터 1994. 6. 15.까지, 보상한도액 금 500,000,000원, 보험료 금 6,843,000원으로 하여 소외 1이 제조·판매한 포도봉지로 인하여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여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제1심 공동피고 부성특수제지 주식회사(이하 '부성제지'라 한다)는 종이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1993년 1월경 소외 1로부터 그 동안 일본에서 수입하던 포도봉지용 원지(이하 '원지'라 한다)를 생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처음으로 개발하여 같은 해 3월말경부터 소외 1에게 판매하였는데, 원지의 품질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되지 아니한 상태였기 때문에 원지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할 수도 있는 배상책임 문제 등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중, 1993년 6월초 피고의 직원 소외 2로부터 원지의 하자로 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의 존립 마저 위험하니 이러한 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고 즉시 가입하려고 하였으나, 피고가 보험요율의 산정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는 동안 보험계약의 체결을 미루다가 결국 같은 해 7월 20일 피고와 사이에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 부성제지, 보험기간 같은 날부터 1994. 7. 19.까지, 보상한도액 금 30억 원, 보험료 금 29,000,000원으로 하여 부성제지가 생산한 원지로 인하여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여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가 보상하여야 할 약관상의 사고를 부성제지가 생산한 원지가 타인에게 양도된 후 그 생산물로 생긴 우연한 사고로 하고, 판매인도 피보험자로 하는 생산물 특별약관, 판매인 추가특별약관을 그 보험 조건으로 정한 사실, 소외 1은 1993년 2월 하순경부터 같은 해 8월 4일경까지 사이에 부성제지, 삼양제지 주식회사, 일성제지 주식회사로부터 구입한 원지로 포도봉지를 제작하여 경기서부원예농업협동조합, 동대전농업협동조합 등을 통하여 포도재배 농가에 약 82,000,000매 정도를 판매하였으나, 그 중 약 8,800,000매 가량이 인장강도가 떨어지는 불량품이어서 같은 해 6월 하순경부터 같은 해 7월경 사이에 내린 비로 포도봉지가 찢어지거나 그로 인하여 빗물이 스며들게 되어 포도알이 썩거나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포도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상품가치가 하락한 사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그런데 소외 1이 포도재배 농가에 공급한 포도봉지의 원지 중 약 247t은 부성제지로부터, 약 99t은 위 일성제지로부터, 나머지는 위 삼양제지로부터 각 공급받은 것으로 제작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는 부성제지와 위 일성제지로부터 공급받은 원지의 인장강도가 미약하여 비로 포도봉지가 찢어지거나 빗물이 스며드는 바람에 발생한 사실, 원지는 무발수처리 원지와 발수처리 원지로 구분되는데 그 제조공정을 보면, 무발수처리 원지에는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하고 물에 젖었을 때 질기도록 하기 위하여 싸이즈제, 황산반토 및 습윤지력증강제를 투입하고, 발수처리 원지에는 같은 화학약품을 투입하는 이외에 물이 흡수되지 않고 표면에 맺히도록 원지의 양면에 발수처리를 하게 되는바, 부성제지가 공급한 원지는 그 제작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미숙으로 싸이즈제와 황산반토를 과다투입하여 화학약품의 희석 농도를 잘못 조절하는 바람에 원지의 인장강도가 떨어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발수처리가 골고루 되지 않았던 사실, 한편 소외 1은 포도재배 농가들과 사이에 합계 금 486,672,500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여 주기로 합의한 후, 대구지방법원 94가합17936호로써 원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위 금원 및 그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하는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대구고등법원에서 지연이율 일부만을 변경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이에 원고는 1996. 9. 3. 소외 1과 합의하여 같은 달 13일 소외 1에게 보험금 662,150,684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부성제지가 공급한 원지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부성제지는 소외 1에게 금 347,422, 275원[소외 1이 입은 전체 손해액 금 486,672,500원 중 346(부성제지 공급 원지 247t + 위 일성제지 공급 원지 99t)분의 247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고, 원고는 소외 1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 소외 1이 부성제지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였으므로 피고는 부성제지의 보험자로서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부성제지와 연대하여 위 금원 상당을 직접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사고는 소외 1이 일정한 수분에 접촉되면 당연히 찢어질 수밖에 없는 저가의 제품인 무발수처리 원지로 만든 포도봉지를 공급하는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일 뿐 부성제지가 공급한 원지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어서 이 사건 사고를 보험사고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부성제지가 공급한 원지의 하자로 인한 것임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보험사고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그리고 원심은, 부성제지가 1993. 7. 20. 피고와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포도봉지의 파손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는 상법 제644조 소정의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에 해당하므로 위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사고는 포도봉지 파손사고 자체가 아니라 포도봉지의 파손으로 인하여 포도재배 농가들에게 포도 생산량의 감소 또는 상품가치의 하락이라는 피해가 발생한 것을 말한다 할 것인바, 1993년 7월 중순 이후에 비로소 포도봉지가 파손되기 시작하였고, 위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위와 같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다거나, 피보험자인 부성제지가 위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포도봉지가 파손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보험에 가입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며, 또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피해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별개 독립의 것으로서 병존하고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4956 판결, 1999. 11. 26. 선고 99다34499 판결 등 참조), 피해자와 피보험자 사이에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내지 범위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도 그 판결의 당사자가 아닌 보험자에 대하여서까지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가 보험자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금을 직접 청구하는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전소판결과 관계없이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 내지 범위를 다시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다 .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보험자로서 제1심의 공동피고이던 부성제지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도 보험자인 피고가 이에 기속되거나 배상책임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더 이상 다툴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들고 있는 판례들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므로, 원심판결에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의 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판례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고와 피고의 각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나, 그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6240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로서도 포도봉지용 원지는 특수용지로서 국내에는 제조기술이 정착되어 있지 않으며 부성제지도 위 소외 1의 의뢰로 이를 처음 제조하여 공급하였기 때문에 원지에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므로 부성제지로부터 공급받은 원지로 제작한 포도봉지를 농가에 공급하기에 앞서 인장강도, 발수도 등을 정밀하게 시험하여 하자 유무를 검사하고 하자를 발견하였다면 이를 보완할 때까지 포도봉지를 농가에 공급하지 않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지의 하자 유무에 대한 정밀한 검사도 시행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포도봉지를 공급하고, 또한 각 농협으로부터 포도봉지 파손사고 발생사실을 통보받고 일부지역에는 현장답사까지 하였으므로 빠른 시간 내에 원인을 분석하고 하자 없는 포도봉지로 교체하는 등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인정되고, 이러한 소외 1의 과실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전체의 1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기록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과실상계의 사유 및 과실비율의 평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