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사용자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퇴직금 등을 지급받고 노동조합 공제회로부터 전별금을 수령한 다음 기숙사에서 퇴사한 경우, 징계해고의 효력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사용자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퇴직금 등을 지급받고 노동조합 공제회로부터 전별금을 수령한 다음 기숙사에서 퇴사한 경우, 징계해고의 효력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동남교통 (소송대리인 변호사 변재일)
피고,피상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보조참가인
피고 보조참가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경우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의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소송대리인의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원심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이 이 사건 징계해고에 대한 재심청구를 하여 그 절차가 진행되던 중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함이 없이 원고로부터 규정보다 많은 액수의 퇴직금 등을 지급받았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공제회에서 지급되는 전별금까지 수령한 다음 기숙사에서 퇴사하여, 자진 사직하였거나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음에도 이를 번복하고 위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의 위 주장사실은 인정되지만 참가인이 퇴직금 등의 수령시 사직서 제출 및 해고예고수당의 수령을 거절하였고, 그 후 얼마 되지 아니하여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며, 당시 경제적으로 궁박하였던 점에 비추어, 참가인이 위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도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여지므로, 원고의 위 주장사실만으로는 참가인이 자진 사직하였다거나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참가인이 자진 퇴사하거나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참가인에 대하여 1997. 6. 3. 근무불성실, 기물파손 및 소란 등을 이유로 1997. 7. 1.부터 같은 달 31.까지 1개월간의 정직처분을 하였고, 1997. 6. 20. 참가인의 불복에 의해 개최된 재심위원회에서도 1개월 정직처분이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1997. 6. 18. 참가인이 노무주임 소외인에게 폭언·폭행한 사실이 추가로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1997. 6. 30. 징계위원회를 열어 참가인을 1997. 7. 1.자로 징계해고하기로 결의한 후, 1997. 7. 1. 참가인에게 징계해고를 통고하고 통상임금 30일분의 수령을 최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1997. 7. 8.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해고에 대한 재심청구를 한 사실, 원고는 1997. 7. 9. 재심위원회를 1997. 7. 15.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참가인에게 통보하는 한편, 총무부장 김형민 등을 통하여 1997. 7. 10. 이래 수차에 걸쳐 참가인에게 유리한 조건의 퇴직금 등을 제시하며 위 재심청구의 취하를 권유하여 오던 가운데, 1997. 8. 11. 참가인에게 그 퇴직금으로 원래 지급하여야 할 금액보다 710,688원이 더 많은 8,372,821원과 단체협약상 지급하지 않아도 될 1997년도 2기분 상여금 684,288원의 합산액에서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7,992,137원을 액면금으로 한 약속어음 1장(지급기일 1997. 9. 18.)을 발행·교부한 사실, 이에 참가인은 별다른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위 약속어음을 수령하여, 1997. 8. 12. 이를 할인하여 사용하고, 1997. 8. 26. 노동조합 공제회로부터 퇴직시의 전별금 1,740,000원을 수령하였으며, 그 무렵 자신의 짐을 정리하여 묵고 있던 기숙사를 떠난 사실, 원고는 참가인에게 퇴직금 등을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 해고에 관한 다툼이 종결된 것으로 보고 더 이상 재심절차를 진행시키지 아니하는 한편, 위 약속어음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도록 한 사실, 참가인은 위 약속어음이 결제된 직후인 1997. 9. 20.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징계해고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참가인이 비록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사직서 등을 제출한 바가 없다 하더라도, 위와 같이 유리한 조건으로 퇴직금 등을 지급받고 전별금을 수령한 다음 기숙사에서 퇴사함으로써 이 사건 징계해고의 효력을 인정하고 이에 대하여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묵시적으로 표시하였다 할 것이며, 원고로서도 참가인이 위 해고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함이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참가인이 위와 같은 의사 내지 신뢰에 반하여 이 사건 징계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금반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노동분쟁에 있어서 신의칙과 금반언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