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693,99감도17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보호감호][공1999.6.1.(83),1118]
판시사항

[1]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으로 인한 범행을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 피고인에게 우울증 기타 정신병이 있고 특히 생리도벽이 발동하여 절도 범행을 저지른 의심이 든다는 사유로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심신장애 여부를 심리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이 도벽의 원인이라거나 혹은 도벽의 원인이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절도 범행은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보아야 한다.

[2] 피고인에게 우울증 기타 정신병이 있고 특히 생리도벽이 발동하여 절도 범행을 저지른 의심이 든다는 이유로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심신장애 여부를 심리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및피감호청구인

피고인 및 피감호청구인

상고인

피고인 및 피감호청구인

변호인

변호사 이규학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겸 피감호청구인(이하 다만 피고인이라고 한다)과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채증법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쳐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과 변호인이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심신미약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의 과거 전력,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에 취한 피고인의 행동,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이미 아래에 기재하는 것과 같이 1962.부터 1996.까지 15회에 걸쳐 절도 등의 범행을 하여 기소유예처분, 소년부송치처분, 유죄의 판결 등을 받은 전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일자는 처분이나 판결의 일자임).

1962. 8. 24. 절도. 소년부송치.

1963. 1. 11. 절도. 처분미상.

1964. 1. 14. 절도. 기소유예.

1965. 10. 12. 절도. 징역 4월.

1970. 3. 19. 절도. 기소유예.

1975. 9. 24. 절도. 기소유예.

1977. 5. 4. 절도. 기소유예.

1979. 6. 14. 절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1982. 2. 4. 절도. 처분미상.

1984. 12. 4. 준강도, 특수절도. 처분미상.

1986. 4. 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징역 1년 6월.

1989. 5. 26. 절도. 징역 8월.

1992. 4. 8.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징역 10월.

1993. 11. 30.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징역 1년 6월.

1996. 7. 15.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징역 1년 6월.

또한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의 위와 같은 각 범행 중 최근의 범행 내용을 보면, 피고인은 1991. 9. 18. 청바지노점상에서 물건을 고르는 손님의 손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현금을 꺼내어 절취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1993. 9. 12. 의류노점상에서 티셔츠 1벌을 절취하였고, 1996. 5. 23. 의류노점상에서 물건을 고르는 손님의 핸드백을 절취하였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은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절취할 생각이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경찰관이나 검사가 무슨 이유로 거듭하여 절도 범행을 저질렀냐고 묻자 "저도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거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훔치고 싶어 훔쳤습니다." 또는 "교도소에 갔다 오면 또 뭔가 마음이 이상해지면서 남의 물건에 욕심이 생기고 하였습니다. 저도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리기만 하면 집에서 나가고 싶고, 나가보면 이상한 마음이 들어 물건을 훔치고 하였던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의 장남인 공소외 1은 검찰에서 피고인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타인의 물건을 가방에 넣는 나쁜 습관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한 바 있고, 제1심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이 바깥에 나가면 소지품을 두고 오는 경향이 있으며, 남의 물건을 생각 없이 가져오는 경우가 있고, 아들인 자신의 지갑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고, 피고인의 그와 같은 증세는 공소외 1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피고인의 차남인 공소외 2는 원심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은 소녀시절부터 생리기간만 되면 우울증이 심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었고, 그 때문에 피고인의 남편이 피고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하였으나, 피고인의 남편이 사망한 후에는 피고인은 더 이상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생리 때나 우울증이 심할 때는 밖에 나가는 것을 억제하고, 신경안정제 등을 복용하였으나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하였다고 증언하였다.

③ 피고인은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1962. 8. 24. 처음으로 절도 범행을 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을 때는 피고인이 집에서 놀고 있으면서 정신이 이상하여 집에서 굿을 한 일이 있는데 이상하게 남의 물건을 보면 훔치고 싶었고, 피고인이 30대 중반쯤 되었을 때에 피고인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데 피고인이 사람을 괴롭히고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남편이 피고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약을 먹은 일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1998. 8. 22. 제1심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하여 피고인이 구치소 안에서 이 사건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고 발작을 일으켰으며,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자신이 겪은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왜 자꾸 벌어지는지 정신감정을 받아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④ 피고인은 1993. 9. 12.의 절도 범행에 대하여 재판을 받으면서 이른바 생리절도라는 주장을 하였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 주장이 배척된 일이 있다. 그러나 이미 그 전의 1991. 9. 18.의 절도 범행에 대하여 재판을 받으면서 피고인이 생리로 인하여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고, 그에 대한 부산고등법원 1992. 4. 8. 선고 92노94 판결은 피고인은 생리 때만 되면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일어나고, 위 범행 당시에도 생리중으로서 절도의 충동이 발동하여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는데 그 당시 피고인의 심리상태는 그 충동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미 피고인에게 우울증 기타 정신병이 있고, 특히 생리 때가 되면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일어나고, 이 사건 범행도 피고인으로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와 같은 종류의 절도 충동이 발동하여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을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에서부터 이 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돈을 주고 구매할 생각으로 제1심 판시 장신구들을 피고인의 가방에 집어넣었던 것이고, 그 장신구들을 절취할 의사는 없었다는 식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검찰에서는 이 사건 범행 당일에는 매장에 진열된 장신구들을 보고 가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도 아니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여, 위와 같은 심신장애의 주장과는 모순되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범행을 저지르고도 어떻게든 처벌을 모면하려는 심리에서 나온 진술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이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위와 같은 심신장애에 대한 의심을 온전히 해소시킬 수는 없다.

그런데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이 도벽의 원인이라거나 혹은 도벽의 원인이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절도 범행은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보아야 할 것 (대법원 1995. 2. 24. 선고 94도3163 판결 참조) 이다 .

그러므로 제1심이나 원심으로서는 나아가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과연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정신상태가 피고인이 호소하는 바와 같이 우울증이나 생리의 영향으로 인하여 그 자신이 하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변별하고, 그 변별에 따라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와 같은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이었는지 여부를 확실히 가려보아야 하였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심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아니하였고, 원심은 역시 그와 같은 조사·심리를 전혀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과거 전력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말았는바, 이는 심신장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적어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보호감호처분의 당부에 대하여

사회보호법 제20조 제4항은 보호감호와 치료감호의 요건이 경합하는 때에는 치료감호만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앞서 본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 경우라면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여 피고인은 치료감호대상자에 해당하게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아니하는 마당에 원심이 그 점에 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을 보호감호에 처한 것 역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도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신성택 이임수(주심) 서성

arrow
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9.2.3.선고 98노897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