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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누13115 판결
[관세등부과처분취소][집46(2)특,366;공1998.9.15.(66),2338]
판시사항

[1]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기록된 전달매체를 수입한 경우, 그 과세가격에는 전달매체의 가격 이외에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가산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관세법률관계에서의 신의칙 또는 비과세 관행의 적용 요건

[3] 로열티를 소프트웨어의 가격으로 보고 과세가격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한 사례

[4] 구 관세법 제25조 제1항, 제2항, 제26조의2의 규정 취지

판결요지

[1]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 제7조 제2항 (a), (b), 제5항, 제10조 제1항,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제7조의시행에관한협약 제1조 제1항, 제8조 제1항, 1984. 9. 24. 제10차 GATT 관세평가위원회 결정사항 4.1 '데이터 처리장치를 위한 소프트웨어 전달매체에 대한 평가' 제1항, 제2항, 제3항, 구 관세법(1993. 12. 31. 법률 제46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의3 제1항, 관세율표 제85류 제8524호, 구 관세법시행령(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5 제2항,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 제2조 제2호,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9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8조 등에 비추어 보면, 특허권 등의 권리를 사용하는 대가가 수입물품과 관련이 있고 수입물품의 거래조건으로 지급될 경우,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는 수입물품의 실제 지급가격에 가산하여 권리사용료가 포함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저작물로서 그에 대한 권리는 저작권 유사의 권리로 보호되는 것이므로,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기록된 전달매체의 과세가격은 전달매체의 가격 이외에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보아야 한다.

[2] 관세법 제2조의2 제2항, 국세기본법 제15조, 제18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거나 비과세의 관행이 성립되었다고 하기 위하여는, 장기간에 걸쳐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과세하지 아니하였다는 객관적 사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 자신이 그 사항에 대하여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떤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과세하지 아니한다는 의사가 있고, 이와 같은 의사가 대외적으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3] 수입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수록된 전달매체를 수입하면서 위 소프트웨어를 재사용허가할 독점적 권리를 취득하고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데 필요한 부속물품과 정보를 공급받는 대가로 고객에게 청구한 금액의 40%를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위 로열티에는 소프트웨어 사용대가 외에 부속물품, 정보 등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고 소프트웨어를 고객의 컴퓨터에 설치해 주고 받은 대가는 이른바 재현생산권의 대가로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포함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로열티를 소프트웨어의 가격으로 보고 과세가격에 포함시킨 원심을 파기한 사례.

[4] 부과권 행사기간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한 구 관세법(1993. 12. 31. 법률 제46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 같은 법 제25조 제1항, 제2항, 제26조의2의 취지는, 관세 등 확정세액의 납부이행에 관한 징수권의 행사기간뿐 아니라 그 확정을 위한 부과권의 행사기간을 아울러 정하는 한편,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 등 조세채권을 단기에 확정하게 하면서도 같은 법 제25조 제2항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한 경우'에는 그 탈루신고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아니하여 부과권의 조기행사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또 신고세액이나 부과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확정된 세액의 징수까지를 단기에 포기하거나 종결할 필요는 없다고 보아 예외를 둔 것이라고 풀이된다.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한국컴퓨터어소시에이트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경준 외 4인)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김포세관장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제1점에 대하여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인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 조약 제243호) 제7조 제2항 ⒜ 및 ⒝는 "수입상품의 관세상 가액은 관세가 부과되는 수입상품 또는 동종의 상품의 실제가액에 따라야 하며, 실제가액이라 함은 수입국의 법령에서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동 상품 또는 동종의 상품이 통상적인 상거래에 있어서 완전한 경쟁적 조건하에서 판매되거나 판매를 위하여 제공된 가격을 말한다."고 하고, 같은 조 제5항은 "가액을 기준으로 하여 또는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가액에 의하여 규제되는 관세 기타 과징금 또는 제한의 대상이 되는 산품(산품)의 가액을 결정하는 기초와 방법은 안정되어야 하며, 무역업자가 상당한 확정성을 가지고 관세상의 가액을 추정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공표되어야 한다."고 하며, 제10조 제1항 본문은 "체약국이 실시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규칙·사법상의 판결 및 행정상의 결정으로서 산품의 관세상의 목적을 위한 분류 또는 평가에 관한 것, 관세·조세 또는 기타의 과징금의 율에 관한 것, 수입·수출 또는 이를 위한 지불이전에 관한 요건·제한 또는 금지에 관한 것 또는 산품의 판매·분배·수송·보험·창고보관·검사·진열·가공·혼합 또는 기타 사용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각 정부 및 무역업자가 지실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속히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제7조의시행에관한협약(조약 제729호, GATT 신관세평가협약, 이하 '협약'이라고 한다) 제1조 제1항은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거래가격이어야 한다. 이는 수입국에 수출되는 물품에 대하여 실제로 지불되었거나 지불되어야 할 가격을 제8조의 규정에 따라 조정한 가격으로서 다음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8조 제1항은 "제1조의 규정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다음은 수입물품에 대하여 실제 지불했거나 지불해야 할 가격에 부가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에서 "평가물품에 관련되는 로열티 및 라이센스료 중 구매자가 평가물품의 거래조건으로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지불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지불했거나 지불해야 할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라고 규정하고, 1984. 9. 24. 개최된 제10차 GATT 관세평가위원회 결정사항 4.1 '데이터 처리장치를 위한 소프트웨어 전달매체에 대한 평가'는 제1항에서 "협약하에서 거래가격이 가장 원칙적인 평가의 기초임을 재확인하고 데이터 처리장치를 위한 전달매체에 기록된 자료나 지침(소프트웨어)의 가격을 포함하여 거래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협약내용과 잘 부합된다."고 하고, 그 제2항에서 "데이터 처리장치를 위한 전달매체에 기록된 자료나 지침(소프트웨어)의 특수한 상황과 일부 체약국들이 다른 접근 방법을 추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체약국이 원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관행을 채택하는 것도 위 협약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데이터 또는 지침을 기록한 수입 전달매체의 과세가격 결정에 있어서 전달매체 자체의 가격만을 고려하는 것이다. 즉, 과세가격에는 데이터 또는 지침의 가격은 이것이 전달매체의 가격과 구분될 수 있다면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고 하며, 그 제3항에서는, "제2항의 관행을 채택하는 체약국은 관세평가위원회에 그 시행일자를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구 관세법(1993. 12. 31. 법률 제46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조의3 제1항은 "수입물품의 가격은 우리 나라에 수출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다음 각 호의 금액을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하면서 그 제4호에서 "당해 물품에 관련되는 특허권·실용신안권·의장권·상표권 및 이와 유사한 권리를 사용하는 대가(당해 물품을 우리 나라에서 복제하는 권리의 대가를 제외한다.)로서 당해 물품의 거래조건으로 구매자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지급하는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관세법의 관세율표 제85류 제8524호는 "음성 기타 이와 유사한 현상이 기록된 레코드·테이프와 기타의 매체"의 관세율을 세분하여 규정하고 있고, 구 관세법시행령(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의5 제2항은, 법 제9조의3 제1항 제4호에서 이와 유사한 권리라 함은 다음 각 호의 것을 말한다고 하면서, 그 제1호에서 저작권을, 제2호에서 법적 권리에는 속하지 아니하나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생산 또는 사업상의 창작·고안·비밀 등을 열거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 제2조 제2호는 "소프트웨어라고 함은 프로그램과 이를 작성하기 위하여 사용된 설계서, 기술서 기타 관련자료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9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8조는, 컴퓨터프로그램을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관계 법령에 비추어 보면, 특허권 등의 권리를 사용하는 대가가 수입물품과 관련이 있고 수입물품의 거래조건으로 지급될 경우,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는 수입물품의 실제 지급가격에 가산하여 권리사용료가 포함되고 (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누10763 판결, 1993. 12. 7. 선고 93누500 판결 등 참조), 컴퓨터 소프트웨어(이하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는 저작물로서 그에 대한 권리는 저작권 유사의 권리로 보호되는 것이므로, 소프트웨어가 기록된 전달매체의 과세가격은 전달매체의 가격 이외에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보아야 함 이 분명하며, 나아가 소프트웨어가 수록된 전달매체의 과세가격에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포함한다고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러한 해석의 근거가 된 관세법령, 저작권법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제정·공포에 의하여 일반대중에게 충분히 공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심리미진,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관세법 제2조의2 제2항, 국세기본법 제15조, 제18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거나 비과세의 관행이 성립되었다고 하기 위하여는, 장기간에 걸쳐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과세하지 아니하였다는 객관적 사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 자신이 그 사항에 대하여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떤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과세하지 아니한다는 의사가 있고, 이와 같은 의사가 대외적으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누9815 판결, 1996. 1. 26. 선고 95누1557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가 1989. 이후 이 사건 부과처분 이전까지 원고 회사가 전달매체만의 가격으로 수입신고를 한 데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부과처분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이미 성립한 비과세 관행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제3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이 인정·판단하였다.

(가) 원고 회사는 미국의 컴퓨터 어소시에이트 인터내셔날사(Computer Associate International Inc., 이하 '모회사'라 한다)에서 100% 출자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임대를 비롯한 컴퓨터 관련 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1989. 10. 5. 모회사와 사이에 기술라이센스계약을 체결하고 그 때부터 1993. 3. 31.까지 사이에 모회사로부터 메인프레임용 소프트웨어가 수록된 디스켓 등의 전달매체 330건을 수입하면서 과세가격을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포함되지 않은 전달매체 자체의 가격인 개당 미화 0.5달러 내지 5달러로 수입신고하고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 등을 납부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 회사가 수입한 전달매체의 가격과 그에 수록된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합산한 가격을 과세가격으로 보고 원고 회사의 사업연도별로 원고 회사가 기술라이센스계약에 따라 모회사에 송금한 금액을 당해 사업연도에 수입신고한 전달매체 가격의 합계액으로 나누어 가산율을 산정하여, 이 가산율을 원고 회사가 수입신고시 신고한 전달매체의 가격에 곱하는 방법으로 수입가격을 계산하고, 그와 같이 계산한 금액에서 당초 신고된 전달매체의 가격을 공제한 금액을 추징과세가격으로 하여 1990. 2. 8.부터 1993. 3. 31.까지 사이에 수입신고된 소프트웨어가 수록된 전달매체 281건(이하 '이 사건 수입물품'이라 한다)에 대하여 관세, 부가가치세 등을 부과·고지하였다.

그런데 원고 회사와 모회사 사이에 체결된 기술라이센스계약에 의하면, 모회사는 원고 회사에 계약제품과 함께 데크, 테이프, 문서, 판촉물, 가격정보, 재사용허가계약서 견본 및 원고 회사가 계약지역에서 계약제품을 판매하는 데 필요한 기타 다른 정보를 공급하고, 이 계약의 조건에 따라 계약지역에서 계약제품을 재사용허가(sub-license)할 독점적인 권리와 원고 회사의 계약상 의무이행과 관련하여 모회사의 노하우(know-how) 및 기술정보와 계약제품에 관한 자료를 이용할 독점적인 권리를 수여하며, 이에 대하여 원고 회사는 모회사에 계약지역에서 계약제품의 재사용허가 및 유지보수와 관련하여 원고 회사가 고객에게 청구한 모든 금액의 40%를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있고, 원고 회사는 이러한 기술라이센스계약에 따라 모회사로부터 이 사건 수입물품을 공급받고 그에 수록된 소프트웨어에 관한 기술정보 습득을 위한 기술지원 및 훈련 등을 받았으며, 국내 고객과 사이에 ①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수입물품 중 국내 고객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고객의 컴퓨터시스템에 설치하여 주고 그에 대한 사용료를 받거나, ② 사용계약과는 별도로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고 사용허가된 프로그램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버전이 변경된 경우 운용될 수 있도록 신 버전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유효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보고서 등과 전화 등에 의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며, 프로그램에 관하여 개량 등이 이루어질 경우 그에 따른 변경을 하는 등의 유지보수를 하고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증하여 주며 이에 대하여 유지보수료를 받는 방법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그와 같이 하여 얻은 사용료와 유지보수료 수입금액의 40%를 로열티로 모회사에 송금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수입물품에 대하여 수입신고시에는 관세법 제9조의3의 규정에 의한 거래가격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소프트웨어에는 제9조의4 또는 제9조의5 소정의 동종·동질물품이나 유사물품이 존재하지 아니하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컴퓨터의 종류, 용량별로 그 판매가격이 상이하여 제9조의6의 규정에 의한 국내 판매가격에 의한 과세가격 산정이 곤란하고, 제9조의7 소정의 당해 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원자재비용 및 조립 기타 가공에 소요되는 비용 또는 그 가격 등의 파악 역시 곤란하여 제9조의3 내지 제9조의7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고 보고, 관세법 제9조의8에 의한 합리적 방법으로서 과세가격을 결정하기로 하여 이 사건 부과처분을 한 것이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부과처분에서 택한 과세가격 산정방법은 관세법 제9조의3에 규정된 원칙과 부합되는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방법으로서 같은 법 제9조의8의 규정에 따른 적법한 것이고, 원고 회사가 모회사에 송금한 로열티 중에 포함된 유지보수료 수입의 40% 상당 금액 역시 모회사가 공급한 이 사건 수입 물품에 관련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이나 노하우, 기술정보 등을 사용하는 대가이고, 당해 물품의 거래조건으로 구매자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지급하는 금액으로서 관세법 제9조의3 제1항 제4호 소정의 금액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과세가격에 포함시키는 것이 상당하다.

개정 관세법시행령 제3조의3 제2항의 '특정한 고안이나 창안이 구현되어 있는 수입물품을 이용하여 우리 나라에서 그 고안이나 창안을 다른 물품에 재현하는 권리를 사용하는 대가를 제외한다.'는 규정은 1994. 1. 1.부터 시행되는 규정이어서 1993. 3. 31. 이전의 수입물품에 대하여 관세 등을 부과한 이 사건 부과처분에는 적용될 수 없고, 원고 회사가 국내 고객의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복제하여 준 것이 관세법 제9조의3 제1항 제4호 소정의 당해 물품을 복제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과처분의 과세가격산정은 적법하다.

(2) 이 법원의 판단

관세법 제9조의3 제1항 제4호에 의하여 이 사건 수입물품의 매체가격에 가산되어야 할 금액은 이 사건 수입물품에 수록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대가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원고 회사는 모회사로부터 이 사건 수입물품에 수록된 소프트웨어를 재사용허가할 독점적인 권리를 취득하는 것 외에, 모회사로부터 원고 회사가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데 필요한 부속물품과 기타 정보를 공급받는 것에 대한 대가로 원고 회사가 고객들에게 청구한 금액의 40%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수입물품을 공급받는 외에도 그 종업원들로 하여금 모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에 관한 기술정보 습득을 위한 기술지원 및 훈련 등을 받도록 하였다면, 원고 회사가 모회사에 송금한 로열티에는 이 사건 수입물품에 수록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대가 외에도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데 필요한 부속물품과 기타 정보를 공급받는 대가와 기술지원 및 훈련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리고 관세법 제9조의3 제1항 제4호에서 그 가산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당해 물품을 우리 나라에서 복제하는 권리의 대가'라 함은, 비록 1993. 12. 31. 개정된 관세법시행령 제3조의3 제2항이 시행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협약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관세평가시행세칙(1993. 1. 15. 관세청고시 제1992-767호) 제3-11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특정한 고안이나 창안이 구현되어 있는 수입물품을 이용하여 그 고안이나 창안을 다른 물품에 재현하는 권리를 사용하는 대가를 말하는 것이므로,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국내 수입자인 원고가 외국에서 소프트웨어의 원판을 수입하여 이를 국내 고객의 컴퓨터에 설치해 주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였다면, 이 로열티는 이른바 재현생산권의 대가로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이다 .

한편 관세법 제9조의8에 의하여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경우에도 제9조의3 내지 제9조의7에 규정된 원칙과 부합되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과세가격의 결정에 사용될 수 있는 자료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수입물품의 과세가격 산정에 관하여 피고가 택한 방법은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포함되어서는 아니될 금액을 과세가격에 포함시킴으로써 결국 관세법 제9조의3에 규정된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부과처분은 과세가격의 평가방법과 내용의 면에서 합리성과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위법하다 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수입물품에 대한 피고의 과세가격 산정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과세가격 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관세법 제25조 제1항은, 관세의 징수권은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날로부터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하고, 그 제2항은,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관세를 납부하지 아니한 물품에 대한 관세의 징수권은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날로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6조의2는, 세관장이 부과하는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의 부과·징수에 관하여도 위와 같이 하도록 하고 있다.

부과권 행사기간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한 관세법상 이 규정의 취지는, 관세 등 확정세액의 납부이행에 관한 징수권의 행사기간뿐 아니라 그 확정을 위한 부과권의 행사기간을 아울러 정하는 한편, 위와 같이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 등 조세채권을 단기에 확정하게 하면서도 제2항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한 경우"에는 그 탈루신고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아니하여 부과권의 조기행사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또 신고세액이나 부과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확정된 세액의 징수까지를 단기에 포기하거나 종결할 필요는 없다고 보아 예외를 둔 것이라고 풀이된다 (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누3308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부과처분은 원고가 그 신고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소프트웨어 사용대가를 가산한 가격으로 신고하지 아니하여서 피고가 이를 가산하여 경정한 것인바, 따라서 부과권의 적법한 행사기간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는 관세법 제25조 제2항의 후단 부분, 즉 "정당한 사유없이 관세를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문제될 여지가 없고, 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수입물품의 수입신고 당시에는 원고 회사가 모회사에 지급할 로열티의 금액이 확정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고객의 컴퓨터에 설치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소프트웨어는 모두 관세법 제9조의3 제1항 제4호에 의하여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포함되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라면, 원고가 전달매체의 가격만을 수입가격으로 신고한 것이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원고 회사가 사후에 로열티 금액을 포함한 가격으로 수정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에 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송진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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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7.15.선고 96구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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