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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다18899 판결
[퇴직금][공1998.1.1.(49),1]
판시사항

근로자가 법인체 내의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사업 부문을 사직하고 다음날 같은 법인체 내의 다른 사업 부문에 채용되어 근무한 경우, 근로관계의 단절 여부(소극)

판결요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사업 부문이 법인체의 부속 사업장에 불과하다면 그 사업 부문에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그 부문의 장이 행사하였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법인체의 위임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니 근로자가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인 사용자는 법인체라 할 것인바, 법인체가 독립적인 사업 부문의 경영 개선을 위해 그 소속 근로자들을 정리한 뒤 법인체의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하였다면 이는 동일한 사용자가 기업 내에서 배치전환을 한 것과 같은 실질을 갖는다고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법인체의 직원이 근로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근로자가 희망하는 법인체 산하의 다른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하여 주겠다고 함에 따라 근로자가 이를 수락하여 사직원을 제출하게 된 것이라면 사직원에 담긴 근로자의 내심의 의사는 그 사업 부문을 그만둔다는 것이지 법인체와의 근로계약 자체를 해지하여 근로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사라고 볼 수는 없다.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5인)

피고,피상고인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효봉)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이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와 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판단한다.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1975. 1. 16. 피고 공사의 부속 의료기관인 ○○병원에 입사하여 총무부 전공으로서 전기실 시설관리요원 및 기능직 안내원 등의 일을 하며 근무하여 왔는데, 위 ○○병원이 타병원에 비하여 비경제적이고 비능률적으로 운영되자 피고 공사는 1985. 4. 27.경 위 ○○병원장으로 하여금 그 경영 개선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이에 위 ○○병원장은 그 경영의 비경제성이 세탁, 청소 등 현업 분야 종사자들에 대하여 지급되는 높은 인건비에서 비롯되고 있으니 위 현업 분야를 외부 전문업체에 용역을 줌으로써 인건비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위 ○○병원 경영 개선에 필요하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제시하여 피고 공사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원고 등 외부 용역을 주게 되는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더 이상 고용할 필요가 없게 된 사실, 그렇지만 피고 공사는 그들을 다른 직장을 제공함이 없이 그대로 해고하는 경우에 발생하게 될 문제를 고려하여 그들을 일단 해고한 뒤 피고 공사에 재입사시켜 위 ○○병원 이외의 다른 사업소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한 사실, 이에 위 ○○병원의 담당 직원이 원고 등 외부 용역으로 교체되는 분야에 종사하는 자들을 상대로 개인 면담을 통하여 위와 같은 개선안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그들에게 위 ○○병원에서 퇴직한 후 피고 공사의 다른 사업소에서 계속 근무할 것을 제의하였고, 원고도 위 제의를 수락하여 자신이 근무하고 싶은 사업소를 제시한 뒤 1985. 6. 4. 위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위 병원으로부터 그 때까지의 퇴직금을 아무런 이의 없이 지급받았고, 그 다음날부터는 피고 공사의 또 다른 사업소인 장비관리사무소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95. 9. 30. 퇴직한 사실, 당시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세탁 등 현업 분야에 관하여는 담당 직원을 고용하지 아니하고 외부 전문업체와의 용역계약을 통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던 사실 및 피고 공사의 부속병원운영규정상 위 ○○병원은 병원장의 책임경영제에 따라 운영되고, 그 직원의 채용 및 임면의 권한 역시 병원장이 행사하며 실제로 원고를 위 ○○병원에 채용한 자는 그 병원장인 반면 피고 공사에 재입사할 때에는 피고 공사 이사장이 그 채용자인 사실 등을 인정하였는바,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그 자체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석명권 불행사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나아가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토대로 비록 위 ○○병원이 독립된 법인체가 아니라 피고 공사에 부속된 한 사업장일 뿐이어서 원고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을 전후한 이동이 피고 공사 내부에서의 이동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이동이 사업 분야의 일부에 대한 영업 체계가 고용제도에서 용역제도로 변경되어 그 직원 일부를 고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실질적인 이유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 점, 위 퇴직 및 재입사를 전후하여 원고의 근무 현장과 근무 내용이 달라진 점 및 위 ○○병원 직원의 임용권자는 피고 공사 이사장이 아니라, 직원의 임용권자가 상이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이동에 따른 원고의 사직원 제출 및 재입사가 단순히 이동 전후를 거쳐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회사 운영상의 편의를 위하여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사직서의 제출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경영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루어졌다거나 단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통정허위표시라거나 비진의 의사표시라 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공사와의 근로관계는 위 1985. 6. 4.자 퇴직으로 해지되어 일단은 단절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비진의 의사표시란 효과의사에 대응하는 내심의 의사가 없는 의사표시를 말하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원고의 사직서 제출행위가 자의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것만으로써는 사직의 효과의사는 인정할 수 있을지언정 나아가 당연히 원고에게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려는 내심의 의사마저 있었다고 추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1. 5. 24. 선고 90다13222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병원은 피고 공사의 부속 사업장에 불과하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병원장이 행사하였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사업주인 피고 공사의 위임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니 원고가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인 사용자는 피고 공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피고 공사가 ○○병원의 경영 개선을 위해 그 소속 근로자들을 정리한 뒤 피고 공사의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하였다면 이는 동일한 사용자가 기업 내에서 배치전환을 한 것과 같은 실질을 갖는다고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피고 공사의 직원이 원고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원고가 희망하는 피고 공사 산하의 다른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하여 주겠다고 함에 따라 원고가 이를 수락하여 사직원을 제출하게 된 것이라면 위 사직원에 담긴 원고의 내심의 의사는 ○○병원을 그만둔다는 것이지 피고와의 근로계약 자체를 해지하여 근로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사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병원이 병원장의 책임경영제로 운영되고 있었고, 원고를 ○○병원에서 더 이상 고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실질적 이유가 있었으며, 원고의 근무 장소와 근무 내용이 달라졌다고 할지라도 위와 같은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공사와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1985. 6. 4.자 사직원의 제출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사직원 제출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계속근로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최종영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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