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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29970 판결
[퇴직금][공1997.2.15.(28),476]
판시사항

[1] 근로자의 동의 없이 전적(전적)이 가능한 경우

[2]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 단절 여부(적극)

[3]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의 전적을 명하면서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연수만을 기초로 한 퇴직금의 수령과 전적 기업으로의 퇴직금 이체 및 근속기간의 통산 여부를 선택하도록 한 경우,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 단절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별개의 기업체인 다른 기업으로 적(적)을 옮겨 그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전적(전적)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고, 다만 다양한 업종과 업태를 가진 계열기업들이 자본·임원의 구성·영업활동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경제활동을 전개하는 기업그룹 내의 계열기업 사이의 전적에 있어서는 미리 전적할 계열기업을 특정하고 그 기업에서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사전 동의를 얻은 경우나 기업그룹 내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다른 계열기업으로 근로자를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어서 그와 같은 관행이 기업 내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 사실로 명확하게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 있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의 구체적인 동의를 얻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유효하게 전적시킬 수 있다.

[2] 전적은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서는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는 것이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

[3]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의 전적을 명하면서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연수만을 기초로 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수령할 것인지 또는 그 퇴직금을 이적하게 될 기업으로 이체, 적립하여 근속기간의 통산을 받을 것인지를 근로자에게 선택하도록 하였는데 근로자가 자의에 의하여 퇴직금을 수령하는 쪽을 선택한 경우, 근로자의 종전 기업에서의 퇴직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결정된 것으로서 그 종전 기업에서의 근로관계는 퇴직금 수령으로 종결되고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적 후 기업으로 승계되어 계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 단절을 인정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박찬현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한진해운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학세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기간경과 후에 제출된 변호사 유경희, 김학세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함께 본다.

1.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별개의 기업체인 다른 기업으로 적(적)을 옮겨 그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전적(전적)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고, 다만 다양한 업종과 업태를 가진 계열기업들이 자본·임원의 구성·영업활동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경제활동을 전개하는 기업그룹 내의 계열기업 사이의 전적에 있어서는 미리 전적할 계열기업을 특정하고, 그 기업에서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사전동의를 얻은 경우나 기업그룹 내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다른 계열기업으로 근로자를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어서 그와 같은 관행이 기업 내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 사실로 명확하게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 있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의 구체적인 동의를 얻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유효하게 전적시킬 수 있다 할 것이다( 당원 1996. 5. 10. 선고 95다42270 판결 , 1993. 1. 26. 선고 92다1169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전적은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서는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는 것이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 위 95다42270 판결 당원 1993. 6. 11. 선고 92다19316 판결 , 1995. 7. 14. 선고 94다2019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80. 12. 15. 한진그룹 계열사인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86. 11. 30. 퇴직하였고, 그 다음날 같은 그룹 계열사인 소외 주식회사 대한항공(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1988. 9. 30.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으며, 그 다음날부터 다시 피고 회사에 재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93. 4. 16. 최종적으로 퇴직한 사실, 피고 회사, 소외 회사 및 소외 주식회사 한진 등 여러 개의 계열회사를 가지고 있는 한진그룹은 1986. 6.경 피고 회사에 최소한의 기본적인 조직과 그에 소속된 인원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기구와 그에 소속된 인원은 같은 그룹 내의 계열회사인 소외 회사에 신설되는 해운사업부 또는 소외 주식회사 한진,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등 11개 기업에 입사시키기로 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에 따라 피고 회사의 직원 260여 명 중 해무부, 정비부, 경리부, 자재부와 일반관리부서에 소속된 직원들인 60여 명은 피고 회사에 그대로 남아 있고, 나머지 직원 중 140명은 소외 회사로, 30여 명은 소외 주식회사 한진으로, 10여 명씩은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한국공항 주식회사 및 한일증권 주식회사 등으로 각 전출된 사실, 소외 회사로 전출된 원고를 포함한 140명의 직원들은 피고 회사에 사직원을 제출하고 소외 회사에 입사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취하였으나 달리 입사시험을 치르는 등의 실질적인 절차는 거치지 아니하였으며, 위 직원들은 소외 회사에서도 피고 회사에서의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사실, 한진그룹은 1988. 9.경 다시 소외 회사 등으로 전출된 직원들을 피고 회사로 전출시키기로 결정하였고, 위 결정에 따라 소외 회사로 전출되었던 직원의 대부분은 소외 회사에 사직원을 제출하고 피고 회사에 입사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취하였으나 달리 입사시험을 치르는 등의 실질적인 절차는 거치지 아니하였으며, 위 직원들은 종전의 피고 회사의 근무부서에서 종전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 사실, 원고 등 피고 회사로 다시 전출된 직원들은 피고 회사에 처음으로 입사할 당시를 기준으로 직급, 호봉 및 승급을 인정받고 그 때부터 기산된 근속수당을 지급받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회사와 피고 회사는 비록 그 법인격이 다른 별개의 회사이기는 하나 모두 한진그룹 소속의 계열기업이고, 그 직원들에게 종전 회사에서의 계속 근무와 전출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아니한 채 한진그룹의 경영방침에 의하여 근무부서에 따라 일률적으로 전출되면서 형식상으로만 종전 회사에서의 퇴직과 새로운 회사에서의 입사라는 절차를 취하였을 뿐 그 전후를 통하여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직급, 직책, 호봉 및 승급 등의 근로조건에 관하여도 최초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하여 처리하여 왔으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피고 회사, 소외 회사 및 다시 피고 회사에서의 근무는 그 계속성이 유지되는 단일기간의 근로라고 보아 전체적으로 1개의 퇴직금이 지급됨이 상당하고, 원고가 피고 회사 및 소외 회사에서 각 퇴직할 당시 피고 회사 및 소외 회사에서의 근속연수만을 기초로 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각 수령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피고 회사와 소외 회사에서 각 퇴직할 당시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는 주장 외에 소외 회사를 퇴직하고 피고 회사로 재입사할 당시에는 소외 회사에서의 근속연수만을 기초로 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수령할 것인지 또는 그 퇴직금을 피고 회사로 이체, 적립하여 근속기간의 통산을 받을 것인지를 원고에게 선택하도록 하였는데 원고가 자의에 의하여 퇴직금을 수령하는 쪽을 선택 하였으므로 그 근무의 계속성은 단절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원심이 채용한 증인 홍영식과 김형수의 각 증언에 의하면 피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의 소외 회사에서의 퇴직은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결정된 것으로서 소외 회사에서의 근로관계는 위 퇴직금 수령으로 종결되고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회사로 승계되어 계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그리고, 소외 회사와 피고 회사간에 영업양도나 기업의 합병·분할 등 근로관계를 포함한 권리의무관계의 포괄적인 승계가 있었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서 단지 피고 회사와 소외 회사가 같은 기업 그룹에 속하는 회사이고, 피고 회사가 한진그룹의 인사방침에 따라 원고의 소외 회사에서의 근무경력을 감안하여 직급, 호봉 및 근속기간을 피고 회사에 최초로 입사한 때를 기준으로 인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관계의 단절에 무슨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위 95다42270 판결 당원 1992. 11. 24. 선고 91다31753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피고 회사와 소외 회사에서의 근무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유지되는 단일기간의 근무라고 보아 전체적으로 1개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은 근속연수산정 내지 계속근로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안용득 지창권(주심) 신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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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5.5.25.선고 94나36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