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법원을 기망하여 얻으려고 한 판결의 내용이 소송 상대방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일 때에도 소송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소송사기에 있어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피고인들이 타인과 공모하여 그 공모자를 상대로 제소한 경우나 피고인들이 법원을 기망하여 얻으려고 한 판결의 내용이 소송 상대방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일 때에는, 착오에 의한 재물의 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소송사기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피고인
피고인 1 외 14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양기원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외 정정자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유지는 공소외 조희철이 피해자 박종실을 대리한 공소외 이석호로부터 매수한 것이고, 위 조희철과 피고인 1, 2, 3, 4 등 5인이 이 사건 유지 주변의 몽리민 전원을 대표하여 매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위 박종실을 피고로 하여 피고인들을 비롯한 몽리민 19명이 위 박종실로부터 이 사건 유지를 매수하고 그 대금을 전부 지급하였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고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는 등 법원을 기망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독립당사자참가를 한 위 조희철의 항소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시 증거에 의하면, 위 조희철이 1988. 5. 24. 피해자 박종실로부터 이 사건 유지의 처분권한을 위임받은 이석호로부터 동 유지를 매수할 당시 위 매매현장에 동행하게 되었던 피고인 1, 2, 3 등 3인이 이 사건 유지 중 일부씩을 매수하기를 원하면서 위 이석호에게 매도를 요청하자, 동인은 매수인인 조희철과 협의하도록 하라고 종용하여 그들 간의 협의 끝에 장차 위 피고인들이 매수하고자 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매매대금을 위 조희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편의상 위 조희철과 이석호 간의 매매계약서에 위 피고인들 3인 및 위 조희철의 조카인 피고인 4의 명의를 위 조희철과 함께 매수인으로 기재한 사실, 위 조희철은 위 피고인들 3인에게 그들이 매수하고자 하는 유지 부분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이를 매수하여 갈 것을 최고하였으나 위 피고인들은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이 사건 유지 가격이 등귀하자 피고인들은 1988. 8. 28.경 이 사건 유지를 그 몽리민인 피고인들 전체의 공동소유로 환원하기로 결의하고 그에 따라 위 조희철로부터의 매수를 시도하였으나 매매가격에 대한 의견대립으로 그 매수가 여의치 않자 1989. 9. 20. 공소외 조이현의 집에서 모여 피고인들이 이 사건 유지를 매매계약서상의 매수인으로 기재된 위 조희철 등 5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매수하였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하고 그에 따라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소를 제기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위 소송 과정에서 매매계약서상에 매수인인 조희철 등 5인이 피고인들 대리인이라는 기재가 없는데도 피고인들이 조희철 등 5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매수하였다고 하는 취지의 주장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주장은 몽리민인 피고인들 전체의 공동소유로 환원하기로 결의한 후 그에 따르는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 것으로서 이는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거나 법률적 평가를 그르침으로 인하여 존재한다고 믿은 청구권을 이유 있게 하기 위한 부수적인 주장 내지는 과장된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를 가리켜 소송의 당사자로서 자신의 권리나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를 훨씬 넘어 법원을 기망한 것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소송사기에 있어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제소 당시 그 주장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입증으로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요하고,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다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1, 2, 3 은 이 사건 유지를 소유자를 대리한 위 이석호로부터 직접 매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이석호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위 조희철로부터 그 일부씩을 다시 매수하려고 하다가 위 조희철의 최고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매수할 부분에 대한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이를 매수하여 가지 아니하였다는 것이고, 이 사건 유지 주변의 몽리민들인 피고인들도 이 사건 유지를 몽리민 전원의 공유로 환원하기로 결의하였을 뿐 이 사건 유지를 매수한 위 조희철이나 위 이석호로부터 이를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바가 없다는 것인바,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피고인들은 위 민사소송을 제기할 당시 그 주장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입증으로 법원을 기망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인들이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은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들의 행위를 잘못 평가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나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민사소송의 피고인 박종실의 의사와 피고인들의 의사가 합치되어 피고인들의 행위가 소송사기로 되지 아니한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2. 제2점에 대하여
소송사기에 있어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피고인들이 타인과 공모하여 그 공모자를 상대로 제소한 경우나 피고인들이 법원을 기망하여 얻으려고 한 판결의 내용이 소송 상대방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일 때에는 착오에 의한 재물의 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소송사기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당원 1983. 10. 25. 선고 83도1566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위 이석호는 이 사건 유지의 소유자인 박종실로부터 이 사건 유지에 관하여 소송상의 처분권한을 포함하는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는데 피고인들은 위 이석호로부터 사전승낙을 받아 위 박종실을 피고로 한 원심판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이석호는 위 민사소송의 판결을 통하여 피고인들을 비롯한 몽리민 전원에게 이 사건 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주려고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므로 위 민사소송의 피고인 박종실의 의사와 피고인들의 의사가 합치되어 피고인들의 행위가 소송사기로 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나아가 원심은 위 민사소송이 바로 종결되지 아니하고 상당한 기일을 소요한 것은 공소외 조희철이 당사자참가를 하고, 공소외 대한민국이 피고 측에 보조참가를 한 데에 연유한 것이므로 소송이 바로 종결되지 아니한 사실을 들어 위 소송의 피고인 박종실의 의사와 피고인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소송의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가하고 응소하는 고통을 사기죄의 피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민사소송이 바로 종결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소송사기로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잘못이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