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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7. 12. 선고 95도2655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일부 인정된 죄명 강간치상)·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도로교통법위반][공1996.9.1.(17),2562]
판시사항

[2] 강간범행에 대하여 공모·협동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7조 의 죄를 범한 경우에 특수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모와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공모는 법률상 어떠한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공범자 상호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범죄의 공동가공의사가 암묵리에 서로 상통하여도 되고, 사전에 반드시 어떠한 모의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범의 내용에 대하여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연락이나 인식이 있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하며, 그 실행행위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에 있으면 된다.

[2] 피고인들에게는 강간범행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암묵리에 서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져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강간범행도 양인이 연속적으로 행하면서 상대방이 강간범행의 실행행위를 하는 동안에 방문 밖에서 교대로 대기하고 있었던 이상 강간범행의 실행행위도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었다고 보아, 원심이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 위배 및 합동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병준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위반의 점에 대한 각 공소사실의 요지와 그에 대한 판단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공모·합동하여 1995. 1. 21. 18:00경 광주 동구 운림동 소재 증심사 입구 버스정류소 부근에서 피해자(여, 14세)의 일행이 그 곳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불러 세워 부근에 있는 야산으로 데리고 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며 놀던 중 의도적으로 위 피해자에게 맥주, 소주 등을 많이 마시게 하고 이에 위 피해자가 만취하여 의식을 잃게 되자, 피고인 2는 자신이 타고 온 트럭에 위 피해자를 태우고 같은 동 53 소재 피고인 2의 집으로 가서 방안에 위 피해자를 눕혀놓고 위 피해자의 일행인 강은숙을 귀가하도록 한 후,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달 22. 01:00경 피고인 2는 위 방과 인접하여 있는 부엌에서 망을 보고, 피고인 1은 술에 만취되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위 피해자의 팬티를 벗기고 위 피해자를 1회 간음하고, 그로 인하여 위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처녀막 파열상을 가하였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은 그 판결에서 들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1이 1995. 1. 22. 01:00경 피고인 2의 방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위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간음을 하는 도중 피고인 2는 위 피해자의 친구인 강은숙을 인근 버스정류장에 바래다 주고 돌아와 위 방의 문을 열고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간음을 하고 있는 것을 본 다음 그 방문을 닫고 밖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들이 위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공모·합동하여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간음을 할 때 피고인 2가 위 방에 인접하여 있는 부엌에서 망을 본 것인지에 관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위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공모하거나 피고인 2가 망을 본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위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하여 위 피해자에게 술을 많이 먹게 하거나 위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하여 위 피해자를 피고인 2의 집으로 데리고 간 것도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위 공모·합동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그 판결에서 들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1이 위 피해자에게 술을 많이 먹도록 권하였고, 피고인들이 술에 취한 위 피해자를 피고인 2의 집으로 데리고 가 흙이 묻은 위 피해자의 바지를 벗겨 놓은 사실, 피고인 2가 위 피해자의 친구인 강은숙을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 주기 위하여 나간 사이에 피고인 1이 위 피해자를 간음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간음행위 도중에 피고인 2가 돌아와 불이 꺼져 있는 위 방의 문을 열어보고 피고인 1이 간음하는 것을 목격한 다음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간 사실,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간음을 계속하는 동안 피고인 2이 다시 위 방문을 열고 들어가 흙이 묻은 위 피해자의 바지를 꺼내 가지고 나와 그 바지를 물에 빨던 중 피고인 1이 위와 같은 간음행위를 마칠 무렵 피고인 2가 순간적으로 욕정을 느껴 위 방문을 다시 열고 피고인 1에게 교대하자는 취지로 눈짓을 보낸 사실, 그 후 피고인 1이 간음행위를 마치고 위 방에서 나와 피고인 2에게 위 방으로 들어가라고 말하여 피고인 2가 위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간음할 당시 피고인 2가 망을 보는 방법으로 합동하여 위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기록에 나타난 그 밖의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공모·합동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들이 공모·합동하여 위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성폭력처벌법위반의 공소사실이 무죄라고 판단하고 있다.

2. 그러나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1항 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7조 의 죄를 범한 경우에 특수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모와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공모는 법률상 어떠한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공범자 상호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범죄의 공동가공의사가 암묵리에 서로 상통하여도 되는 것이고, 사전에 반드시 어떠한 모의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범의 내용에 대하여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연락이나 인식이 있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며 (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도2628 판결 , 1994. 3. 11. 선고 93도2305 판결 , 1995. 9. 5. 선고 95도1269 판결 등 참조), 그 실행행위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에 있으면 되는 것이다 ( 대법원 1996. 3. 22. 선고 96도31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강은숙과 함께 귀가시킬 방도를 취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2의 집으로 데려가 피해자의 바지를 벗긴 채 강은숙만 귀가시킴으로써 이미 육체적으로 성숙한 피해자가 아무런 보호자 없이 혼자 있게 하였고, 강은숙을 버스정류장에 데려다 준 사이에 피고인 1은 정신을 못 차리는 피해자를 간음하기 시작하였는가 하면, 피고인 2는 피해자의 바지를 빨면서 밖에 있다가 피고인 1이 간음을 마치고 방에서 나오자 방에 들어가 교대로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다는 것이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적어도 30분 내지 40분 동안 피해자 옆에 누워서 간음을 시도하였으며(수사기록 88, 127, 128면), 그 동안 피고인 1은 피해자의 친구인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데리러 오자 그를 폭행하였고 피고인 2까지 방에서 나와 함께 공소외 1을 폭행하여 결국 공소외 1는 그날 아침 08:00경까지 피해자를 데려가지 못하였다는 것이며, 피고인 1은 검찰에서 처음부터 짜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피고인 2와 뜻이 맞아 범행을 한 것임을 자백하고 있다(수사기록 83면).

사실관계가 위와 같은 이상 피고인들에게는 강간범행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암묵리에 서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져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강간범행도 양인이 연속적으로 행하면서 상대방이 강간범행의 실행행위를 하는 동안에 방문 밖에서 교대로 대기하고 있었던 이상 강간범행의 실행행위도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들이 합동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 밖에 피고인들의 공모·합동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성폭력처벌법위반의 점을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였거나 합동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고이유는 이 점을 지적하는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3. 피고인 2에 대한 도로교통법위반 사건에 관하여는 직권으로 살펴본다.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은 1995. 1. 21. 24:00경부터 다음날 00:30경까지 사이에 광주 동구 운림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같은 동에 있는 증심사 입구 주차장 부근까지 자동차 운전면허 없이 화물차를를 왕복 운전한 것이다."라는 도로교통법 제109조 제1호 , 제40조 위반의 점도 유죄로 판단하여 형을 정하고 있으나, 이는 1995. 8. 10. 이전에 범한 범행으로서 1995. 12. 2.자 일반사면령(대통령령 제14818호) 제1조 제1항 제11호 에 의하여 사면되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2호 를 적용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인데, 이와 달리 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도로교통법위반죄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실체적으로 경합범으로 처단하였으니, 제1심을 유지한 원심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4. 그러므로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하여 범죄사실 전부에 대하여 한 개의 형을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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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고등법원 1995.10.11.선고 95노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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