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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8. 22. 선고 94다32054 판결
[구상금][공1995.10.1.(1001),3235]
판시사항

가. 제3자가 자신의 출연으로 인한 채무소멸을 이유로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 채무 존재 사실의 입증책임 소재

나. 외국 정부의 조세부과 처분이 있는 경우, 그 조세채권의 존재 추정 여부

판결요지

가. 제3자가 자신의 출연으로 인하여 채무자의 채무가 소멸하였음을 주장하면서 채무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 제3자로서는 채무자의 채무가 존재한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그 채무가 외국에 대한 조세납부 의무라 하여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나. 외국의 정부기관이 그 나라의 국내법상 갑 법인이 그 종업원에 대한 개인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그 법인과 합작시공기업을 구성한 을 법인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에서 이를 공제한 것이라면, 사인간의 거래관계에서 그로 인한 채권채무의 존부가 다투어지는 경우와는 달리, 그 조세의 부과처분이 원인무효로 밝혀진다거나 적법하게 취소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세채권의 존재가 일응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합당하다.

원고, 상고인

경남기업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영욱 외 6인

피고, 피상고인

한국해외건설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윤제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대하여

제3자가 자신의 출연으로 인하여 채무자의 채무가 소멸하였음을 주장하면서 채무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 제3자로서는 채무자의 채무가 존재한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이고, 그 채무가 외국에 대한 조세납부의무라 하여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들이 기업공동시공단(Consor-ti- um)을 구성하여 1978. 5. 28.경 사우디아라비아국 주택성으로부터 공동으로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알카르지 주택공사 제2현장에 대한 공사를 완료하고 1987.10.28. 준공검사를 받은 사실, 한편 원고는 피고 한국해외건설주식회사와 합작시공기업(Joint Venture)을 구성하여 1978.12.10.경 역시 사우디아라비아국 주택성으로부터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알카르지 주택공사 제4현장에 대한 공사를 완료하고, 1990.12.4. 준공검사를 받은 사실, 그런데 위 사우디아라비아국 주택성은 피고 한국해외건설주식회사에게 위 제2공사현장의 현장감독관에 대한 1982년부터 1987년까지 6년분의 개인소득세(Zakat Tax) 도합 800,650.75리알을 납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1991.12.12. 같은 피고가 합작시공기업의 하나로 되어 있는 위 제4공사현장에 대한 공사대금에서 위 개인소득세액 상당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만을 원고에게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였으나, 나아가 위 제2공사현장의 기업공동시공단을 이루고 있는 피고들이 사우디아라비아국에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위 개인소득세를 원고가 대납한 것이므로, 피고들에 대하여 구상금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로서 위 개인소득세액 800,650.75리알을 원화로 환산한 금 168,517,172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거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사우디아라비아국에 위 제2공사현장 감독관의 개인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하여 이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사우디아라비아국의 정부기관인 주택성이 그 나라의 국내법상 피고측이 개인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에서 이를 공제한 것이라면 사인간의 거래관계에서 그로 인한 채권채무의 존부가 다투어지는 경우와는 달리 그 조세의 부과처분이 원인무효로 밝혀진다거나 적법하게 취소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세채권의 존재가 일응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합당하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추정을 뒤집을 만한 아무런 자료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그 설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결국 원심판결에는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반하는 증거의 취사판단으로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원고에게 구상금 채권 또는 부당이득금 반환채권이 있다고 하려면 단순히 원고가 지급받을 공사대금에서 세금이 공제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원고와 피고 한국해외건설주식회사가 구성하였다고 하는 합작시공기업의 법적 성격과 그 대외적인 권리의무의 귀속관계, 대내적인 정산약정의 유무 및 공제의 의미가 명확히 규명되어야만 올바른 판단이 가능할 것인바, 기록상 제1심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이점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를 한 흔적이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점도 밝혀 보아야 할 것임을 아울러 지적해 둔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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