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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6. 29. 선고 95다13289 판결
[손해배상(산)][공1995.8.1.(997),2532]
판시사항

가. 실질적인 사업주체가 아닌 명의대여자가 사용자책임을 지기 위한 요건

나. 사업체를 타인에게 양도하였으나 사업자등록명의가 남아 있는 명의잔존자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사용자책임의 요건으로서의 사용자관계는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객관적으로 보아 실질적으로 불법행위자를 지휘·감독하여야 할 관계에 있음을 요하고, 실질적인 사업주체가 아니더라도 명의대여자로서 명의차용자나 그 피용자를 지휘·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으나, 이 경우에 있어서도 명의를 대여하게 된 경위 등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나 그 피용자를 지휘·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나. 사업체를 타인에게 양도하였으나 아직 사업자등록명의가 남아 있는 명의잔존자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정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라는 상호의 제본소(이하 제본소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사실, 위 제본소의 재단보조공으로 일하던 원고 1이 1991.1.5. 17:30경 재단사 소외 1과 함께 대형재단기로 책을 재단하다가 위 소외 1의 과실로 재단기에 양손 손가락이 절단당하는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한 뒤,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제본소의 사업자 명의가 피고로 되어 있다는 점과 이 사건 사고 전에 피고로부터 위 제본소의 영업을 양수하였다는 소외 2가 사고 후 위 원고의 아버지인 원고 2에게 자신을 공장장이라고 소개하면서 노동부에 제출할 취업동의서를 교부받았고, 피고를 고용주로 한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였으며, 피고가 위 제본소를 위 소외 2에게 양도하였다면서도 따로 양도대금을 받은 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설사 피고가 위 제본소를 소외 2에게 양도하여 위 소외 2가 이를 경영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위 제본소의 영업주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워 피고가 여전히 위 소외 1을 지휘·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었다고 볼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는 위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위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용자책임의 요건으로서의 사용자관계는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객관적으로 보아 실질적으로 불법행위자를 지휘·감독하여야 할 관계에 있음을 요한다고 할 것이고, 실질적인 사업주체가 아니면서도 명의대여자로서 명의차용자나 그 피용자를 지휘·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나, 이 경우에 있어서도 명의를 대여하게 된 경위 등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나 그 피용자를 지휘·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면 안된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1989.10.26. 위 제본소를 설립하면서 소외 3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기계시설 등 물적설비를 하고, 소외 3이 별도로 경영하는 △△△△△에서 의뢰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여 오다가 1990.6.19. 위 소외 3의 동의를 받아 이를 위 소외 2에게 양도하고, 그 후 이 사건 사고시까지 위 소외 2가 이를 경영하였고, 피고는 같은 해 8.6. □□□라는 인쇄업체에 취업하여 위 제본소의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아니한 사실을 엿볼 수 있고, 기록상 위 소외 2가 위 제본소를 인수하여 경영함에 있어서 피고의 명의를 대여받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는바, 이러한 사정이라면, 피고가 위 소외 2에게 위 제본소를 양도하면서 따로 양도대금을 받아야 할 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피고로서는 자금제공자인 위 소외 3의 동의를 받아 위 제본소를 소외 2에게 양도함으로써 바로 위 제본소의 종업원을 지휘·감독하여야 할 지위에서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고, 또 위 양도 이후에도 그 사업자등록명의가 피고로 남아 있었고, 위 소외 2가 이 사건 사고이후 자신이 공장장이라고 하면서 피고 이름으로 취업동의서와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하여 피고가 위 소외 2에게 명의를 대여하여 위 제본소를 경영하게 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설시와 같은 사유를 들어 위 양도 이후에도 여전히 피고가 위 제본소의 영업주로서 재단사인 위 소외 1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에는 결국 사용자책임에 있어서의 사용자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용자관계에 있다고 판단함에 있어서 거쳐야 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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