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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5. 12. 선고 95도283 판결
[배임][공1995.6.15.(994),2153]
판시사항

가. 채무자에게 환매권을 주는 형식을 취하여 담보 목적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채권자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경료하여 준 경우, 배임죄의 성립 여부

나. 당사자들 사이에 정산절차가 이루어져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었고 채무자는 채권자의 은혜적인 조처에 의하여 환매권만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아 채권자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행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채권의 담보를 목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채권자는 채무자가 변제기일까지 그 채무를 변제하면 채무자에게 그 소유명의를 환원하여 주기 위하여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변제기일 이전에 그 임무에 위배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경료하여 주었다면 변제기일까지 채무자의 채무변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되고, 그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에게 환매권을 주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여 다를 바가 없다.

나. 당사자들 사이에 정산절차가 이루어져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었고 채무자는 채권자의 은혜적인 조처에 의하여 환매권만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아 채권자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행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철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합계 금 10억 원을 대여하여 주고 그 양도담보의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각 1/2지분에 관하여 자신들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바, 1987.8.19.경 피해자의 위 금 10억원의 채무의 변제기를 1992.7.20.로 5년 간 연장하여 주되 그 변제기까지 금 16억 원에 피해자가 환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피해자와 제소전화해를 하고, 다시 1992.10.21.경 위 금 16억 원의 채무의 변제기를 1993.4.20.로 6개월 간 재연장하되 그 변제기 전에는 22억원에 피해자가 환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피해자와 합의하였으므로, 피고인들로서는 피해자가 위 각 환매기간 내에 환매권을 행사할 때 피해자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 각 환매기간 내에는 임의로 이 사건 부동산을 타인에게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타인에게 근저당권을 설정, 금원을 차용하기로 상호 공모하여, ① 1991.10.31.경 부산지방법원 동래등기소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 최고액 1억8천만 원으로 공소외 주식회사 동광상호신용금고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고 금 1억2천만 원을 차용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고, ② 1992.11.11.경 같은 등기소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최고액 2억 5천만 원으로 공소외 김준택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고, 금 1억5천만 원을 차용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함에 있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이 사건의 쟁점은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인들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양도담보의 방법으로 마쳐진 후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정산절차를 거친 바가 없어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는 여전히 피해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정산절차를 거쳐 확정적으로 피고인들 소유로 귀속되었는지의 여부에 있다고 전제한 다음,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부동산은 원래 공소외 합자회사 반도건설이 신축한 건물의 일부였는데 피해자는 1984.5.17.경부터 위 회사로부터 이를 임차하여 ‘반도온천’이라는 상호로 목욕탕을 경영하여 오다가 1985. 3.23. 위 회사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사실, 피해자는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1과 공소외 최용식 등으로부터 다액의 채무를 지게되자 위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1/2지분에 관하여는 위 피고인 명의로, 나머지 1/2지분에 관하여는 위 최용식 등의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으나, 그 후 피해자와 위 채권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게 되어 피해자와 위 피고인 및 최용식 등은 법적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1986.8.16. 부산지방법원 86자223호로서 그 판시와 같은 내용의 제소전화해를 한 사실, 그 후 피해자가 위 제소전화해의 내용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다시 분쟁이 발생하자 1987.7.13. 피해자와 위 채권자들은 경남 양산군 소재 감결향어횟집에서 만나 당시까지 피해자의 위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금 10억 3천만 원으로 확정하고, 피고인 1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피고인 2가 인수하되 위 금 10억 3천만 원 중 금 10억 원은 이 사건 부동산 매도대금으로 정산하여 그 이후부터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은 피고인 김예자와 나머지 채권자들의 채무를 인수한 피고인 정용태의 공동 소유로 하기로 하고, 잔액 금 3,000만 원에 대하여는 월 2푼의 이자를 피해자가 피고인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피고인 정용태는 위 약정에 따라 피해자의 나머지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대위변제하고 1987.7.23. 이 사건 부동산의 1/2지분에 대한 나머지 채권자들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한편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이 사건 부동산이 피고인들 소유임을 전제로 1987.7.21.부터 1992.7.20.까지 위 목욕탕 영업을 동업하기로 하되, 위 기간 동안 피해자가 위 목욕탕을 경영하는 대가로 피해자가 매월 수익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을 피고인들에게 지급하고 위 기간이 지난 뒤에 피해자가 금 16억원을 피고인들에게 지급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환매할 수 있도록 약정하고 같은 해 8.19. 부산지방법원 87자313호 사건에서 위 목욕탕 동업에 관한 그 판시와 같은 내용의 제소전화해조서가 작성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터잡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루어진 피고인 1 및 위 최용식 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금원대여에 따른 담보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정산절차를 예정하고 있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라 할 것이고, 그 후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1987. 7.13. 감결향어횟집에서의 구두약정,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약정, 목욕탕 운영권을 부여한 같은 해 8.19.자 제소전화해 등의 일련의 합의는 기존의 양도담보약정을 재확인하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담보물인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를 평가한 후 피담보채권의 원리금 규모와 비교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피고인들에게 귀속시키는 정산절차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그 이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공소사실과 같은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들이 소유자로서의 소유권을 행사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부동산이 환매권을 피해자에게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근저당권설정 등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또한 근저당권의 설정이 피해자의 매수권행사에 어떠한 지장도 주지 않으므로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원심도 같은 이유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살피건대, 당초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루어진 피고인들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옳다고 하겠으나, 피해자와 피고인들 사이에 그 판시와 같은 정산절차가 이루어졌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은 1992.10.21.자 합의서(수사기록 제104쪽)는 위 1987.8.19.자 제소전화해(부산지방법원 87자313호 사건) 이후에 다시 피해자와 피고인들 사이에 분쟁이 생겨 이를 해결하고자 위 당사자들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최종적으로 합의한 내용을 담고 있는바, 위 합의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는 1992.10.20.부터 1993.4.20.까지 이 사건 목욕탕을 운영하고 1993.4. 20.에는 이의 없이 위 목욕탕을 피고인들에게 명도한다(제1항). 피해자가 이 사건 목욕탕을 매도하기 위하여 중개소 또는 타인에게 선전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적극 매도하는 데 협력하여야 하며, 피고인들이 위 목욕탕을 매도할 수는 있으나, 이 때에는 피해자와 매도대금에 관하여 협의하여야 한다(제6항). 피해자가 이 사건 목욕탕을 매도함에 있어 매도대금이 얼마인가를 불문하고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합의된 금 22억 원만을 지급받기로 하며 매도대금이 위 금액 이상이 되는 경우에도 피고인들은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제7항). 피고인들은 쌍방 합의된 위 6개월 기간 내에 목욕탕이 매도되지 아니하더라도 위 기간 내에 피해자가 합의금 22억원을 지불하기 위하여 위 목욕탕을 담보로 제공하고 다른 곳에서 금원을 차용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피고인들은 즉시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차용금에서 금 22억 원을 피고인들이 직접 수령한다(제8항).”는 내용으로 약정이 이루어진 사실을 엿볼 수 있는바, 위와 같이 피해자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처분권과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고, 피해자가 얼마에 이를 처분하든지 간에 피고인들은 당사자 사이에 약정된 금액만을 지급받을 수밖에 없도록 약정하였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 합의 당시 뿐만 아니라 적어도 위 목욕탕의 약정명도일인 1993.4.20.까지는 피고인들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와는 달리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약정 이전에 이미 위 당사자들 사이에 정산절차가 이루어져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 피고인들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었고, 다만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은혜적인 조치에 의하여 환매권만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채권의 담보를 목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채권자는 채무자가 변제기일까지 그 채무를 변제하면 채무자에게 그 소유명의를 환원하여 주기 위하여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변제기일 이전에 그 임무에 위배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경료하여 주었다면 변제기일까지 채무자의 채무변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된다 할 것이고, 그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에게 환매권을 주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여 다를 바가 없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87.4.28. 선고 87도265 판결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에 있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위 1992.10.21.자 합의 당시까지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에 상관없이 피고인들은 담보권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들이 1991.10.31.과 1992.11.11.경 두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허락도 없이 제3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고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행위는 명백히 배임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은 모두 그 증명이 있다고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은 필경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 또는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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