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시행령으로 법률에 의한 위임 없이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
나. 구 사립학교교원연금법시행령 제66조 제2항 이 법률의 위임이 없는 무효인 규정인지 여부
판결요지
가. 헌법 제75조 에 의하면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만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으므로,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는 한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나. 구 사립학교교원연금법시행령(1991.12.31. 대통령령 제135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조 제2항 은 형사재판이나 수사가 계속중이라는 사유만으로 아무런 구별없이 급여수급권자로 하여금 급여의 일부를 지급받을 수 없게 함으로써 형사재판이나 수사가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급여가 감액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여 급여수급권자의 권리를 중대하게 제한하고 있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같은법시행령의 모법인 사립학교교원년금법이나 같은 법 제42조 에 의하여 그 일부 조항이 준용되는 공무원연금법(1991.1.14. 법률 제43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4조 기타 다른 법률에 위와 같이 사립학교교직원 또는 교직원이었던 자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중이거나 형사재판이 계속중인 때에 퇴직급여액의 일부 지급을 유보할 수 있다거나 이 점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다는 아무런 근거규정을 찾아볼 수 없으며, 공무원연금법의 같은 조항은 그 규정의 명문에 비추어 볼 때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이는 그 형을 선고한 재판이 확정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에 급여액의 일부를 감액 지급하는 데 대한 위임의 근거규정일 뿐, 아직 금고 이상의 형을 받기도 전에 그 급여 일부의 지급을 유보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서까지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하고,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개연성이 높은 경우에는 사전에 급여액의 지급 일부를 유보하는 것이 사립학교교원연금법의 입법취지에 맞는다는 이유만으로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급여청구권자의 권리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같은법시행령의 규정을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에 관한 집행명령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같은법시행령 제66조 제2항 의 규정은 법률의 위임이 없는 무효인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원고, 상고인
사립학교교원연금관리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병후
피고, 피상고인
학교법인 박영학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주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경영하는 부산여자대학의 학장인 소외 오대균이 1991.9.18.경 사립학교 교직원의 퇴직급여 등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원고 공단에 위 대학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같은 해 7.26.자로 의원면직된 소외 1의 퇴직급여청구서를 이송함에 있어서, 형벌란에 소외 1이 같은 해 2.경 위 대학의 입학 실기시험에 채점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응시생의 학부모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주어 합격하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입건되었다가 소재가 파악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1991.5.31. 기소중지결정을 받은 사실을 기재하지 아니하여 원고 공단이 같은 해 9.24.경 소외 1에게 사립학교교원연금법상의 퇴직연금일시금 85,056,800원에서 공제금액을 뺀 나머지 금 72,358,330원 전액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오대균이 위와 같이 소외 1의 퇴직급여청구서에 소외 1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사실을 기재하지 아니하여 원고 공단으로 하여금 위 퇴직연금일시금 중 개정전 사립학교교원연금법시행령 제66조 제2항(1991.12.31. 대통령령 제13554호로 개정되기 전의 시행령, 이하 같다) 에 의하여 그 지급을 유보할 수 있었던 위 퇴직연금일시금의 1/2인 금 42,528,400원을 지급하게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이유로 위 오대균의 사용자인 피고에 대하여 그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교직원 또는 교직원이었던 자에 대하여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급여액의 일부를 유보할 수 있도록 한 위 법 시행령 제66조 제2항 은 법률의 위임없이 급여수급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무효이므로 원고 공단으로서는 이러한 사유에 관계없이 소외 1에게 퇴직금전액을 지급하였어야 할 것이니 피고가 퇴직급여청구서에 이러한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 공단이 이로 인하여 무슨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원고가 1991.9.24. 소외 1에 대하여 퇴직급여를 지급할 당시 시행되던 사립학교교원연금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2조 는 급여의 제한 등에 관한 사항은 공무원연금법상의 해당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사립학교교원에 대하여 준용되는 공무원연금법(1991.1.14. 법률 제4334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률) 제64조 ( 사립학교교원연금법 제42조 가 준용하고 있는 공무원연금법 제64조 는 그냥 법 제42조 라고 줄여 쓴다)는 형벌등에 의한 급여의 제한을 규정하면서 그 제1항 에“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거나, 공무원이 탄핵 또는 징계에 의하여 파면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급여액의 일부를 감액하여 지급한다. 이 경우 퇴직급여액은 이미 납부한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의 규정에 의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 이하로 감액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한편 법 제42조 의 위임에 따른 법 시행령 제66조 는 제1항 에서 교직원 또는 교직원이었던 자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거나, 징계에 의하여 파면된 경우에 재직기간이 5년 미만인 자의 퇴직급여는 그 급여액의 4분의 1을, 재직기간이 5년 이상인 자의 퇴직급여는 그 급여액의 2분의 1을 감하여 지급하도록 규정하면서 아울러 제2항에서“교직원 또는 교직원이었던 자에 대하여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중에 있거나 형사재판이 계속중에 있는 때에는 재직기간이 5년 미만인 자의 퇴직일시금은 그 급여액의 4분의 3에 상당하는 금액만을, 재직기간이 5년 이상인 자의 퇴직연금일시금·퇴직일시금 또는 퇴직급여가산금은 그 급여액의 2분의 1만을 우선 지급하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게 되는 때에는 그 잔여금을 지급한다. 1. 불기소처분을 받은 때, 2.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때, 3.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그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 제42조 에는 급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의 하나로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위 법 시행령은 여기에 그치지 아니하고“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중이거나 형사재판이 계속중인 경우”에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지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급여부분을 유보하였다가 그 지급제한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볼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 그 유보된 부분의 급여를 수급권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중이거나 형사재판이 계속중인 급여수급권자에 대하여 급여일부를 유보하는 제도는 위와 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는 비록 그에 대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형을 선고받을 개연성이 농후하므로 그러한 자에게 급여지급사유가 발생하였다 하여 이를 전부 지급하게 되면, 그 후에 그 범죄행위에 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더라도 급여수급권자가 지급받은 급여를 이미 전부 소비하고 다른 자력도 없게 된 경우와 같이 사실상 급여수급권자로부터의 급여환수가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되어 버림으로써 위 법 제42조 소정의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있어서의 퇴직급여제한이라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가 어려우므로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제한할 수 있는 급여부분을 잠정적으로 유보하였다가 그 지급제한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볼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 그 유보된 부분의 급여를 수급권자에게 지급함으로써 그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나아가 이를 통하여 사립학교연금법상의 급여에 소요되는 재원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운용을 달성할 수 있다는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헌법 제75조 에 의하면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만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으므로,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는 한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0.9.28. 선고 89누2493 판결 참조).
그런데 위 법시행령의 규정은 형사재판이나 수사가 계속중이라는 사유만으로 아무런 구별없이 급여수급권자로 하여금 급여의 일부를 지급받을 수 없게 함으로써 형사재판이나 수사가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급여가 감액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여 급여수급권자의 권리를 중대하게 제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법시행령의 모법인 사립학교교원연금법이나 같은 법 제42조 에 의하여 그 일부 조항이 준용되는 공무원연금법 기타 다른 법률에 위와 같이 사립학교교직원 또는 교직원이었던 자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중이거나 형사재판이 계속중인 때에 퇴직급여액의 일부 지급을 유보할 수 있다거나 이 점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다는 아무런 근거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공무원연금법의 위 조항은 그 규정의 명문에 비추어 볼 때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이는 그 형을 선고한 재판이 확정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에 급여액의 일부를 감액 지급하는 데 대한 위임의 근거규정일뿐( 위 시행령 제66조 제1항 이 그 위임에 따라 발하여진 규정이다), 아직 금고 이상의 형을 받기도 전에 그 급여 일부의 지급을 유보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서까지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하고,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개연성이 높은 경우에는 사전에 급여액의 지급 일부를 유보하는 것이 사립학교교원연금법의 입법취지에 맞는다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급여청구권자의 권리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위 법시행령의 규정을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에 관한 집행명령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더욱이 앞에서 본 현실적인 필요성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중이거나 형사재판이 계속중인 때에는 교직원의 지위에 관한 법률 관계가 소멸하기 전에(공무원의 경우에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적절한 징계조치를 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위 개정전 시행령 제66조 제2항 의 규정은 법률의 위임이 없는 무효인 규정이라고 할 것 이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어떤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니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심이 위 개정전 시행령 제66조 제2항 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그 설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위 조항이 무효라고 볼 수 없는 경우를 가정한 부가적인 판단에 불과하고, 위 조항이 무효인 이상 피고가 퇴직급여청구서에 그러한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원고 공단이 이로 인하여 무슨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청구는 어차피 인용될 수 없을 것이니 원심의 위 가정적 판단을 다투는 취지의 위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