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가합103205 손해배상(언)
원고
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정진
담당변호사 김선화
피고
1. E
2. F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화
담당변호사 김학웅
피고들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황수정
변론종결
2018. 11. 22.
판결선고
2018. 12. 20.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3. 22.부터 2018. 12.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3. 2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2017. 12. 28.부터 2018. 5. 4. 까지 종합 뉴스프로그램의 제작 및 공급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던 사람이다.
나. 피고 F는 인터넷신문 'H'의 발행인 겸 편집인이고, 피고 E은 H 소속 취재기자이다.
다. 피고 E은 2018. 3. 21. H 홈페이지(I) 초기화면 하단에 『J』 이라는 제목으로, 원고가 2010년 K방송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할 무렵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한 여성(이하 'A'라 한다)과 내연 관계를 맺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별지 기재 기사, 이하 '이 사건 기사'라 한다)를 작성·게재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에 대하여
1) 헌법 제10조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17조,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형법 제316조, 제317조에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개인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여러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은 그것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 아닌 한,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기사는 원고가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2010년 6월경부터 6개월간 A와 동거를 했고, 2010년 12월경 A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원고의 사적인 남녀관계를 공개하는 내용이다. 원고의 사적인 남녀관계는 원고의 입장에서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고,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원고가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E이 이 사건 기사를 통해 원고의 사적인 남녀관계를 공개한 것은 그것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 아닌 한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명예훼손에 대하여
1) 구체적 사실의 적시 여부
가) 피고 E은 이 사건 기사에서 A의 진술을 자세히 인용하면서 원고와 교제한 경위, 결별 과정에서 원고가 보인 태도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반면, A의 주장에 대한 원고의 반박 주장에 대하여는 구체적 내용의 기재 없이 원고의 개괄적인 입장을 짧게 소개하는 것에 그쳤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E은 이 사건 기사를 통해 "① 원고가 2010년 6월 무렵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A와 교제하면서 6개월간 동거를 했고, ③ 2010년 12월경 A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한편, 원고는 피고 E이 이 사건 기사를 통해 "원고가 유부남인 것을 숨긴 채 A에게 접근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갑 제2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피고 E은 이 사건 기사의 본문 중간에 원고 또는 A의 지인들이 트위터에 게시한 글들을 그대로 캡처해 삽입하였고, 삽입된 트위터 게시글에는 '싱글로 위장 여자를 유혹', '솔로인척 하고 여자를 꼬시고 다닌 사건'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기사 본문에 "원고의 이혼과 재혼을 전제로 원고와 동거하였다", "원고와 교제를 시작할 무렵 원고에게 '유부남이랑 이러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는 A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기사에 삽입된 트위터 게시글의 기재 내용만으로는 피고 E이 이 사건 기사에서 "원고가 유부남인 것을 숨긴 채 A에게 접근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적시된 사실의 허위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와 A는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2010년 12월 중순경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을 뿐이고, 원고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등 A를 배신한 것이 아니다.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기사 중 원고와 A의 결별 과정에 관한 부분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
(1) A는 2010. 12. 18. 원고가 게시한 트위터 글에 "상처와 죄는 다릅니다"는 내용으로 리트윗을 하였고, 2010. 12. 24. 원고에게 "모두 용서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나쁜 기억들은 모두 지우겠다"는 내용의 트위터 메시지를 보냈다. A가 결별 과정에서 원고가 보인 태도에 불만을 느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2) A는 이 사건 기사 작성 이전에 피고 E과 만나 "원고가 어느 날 갑자기 사무적으로 존댓말을 하였고, 그 후 연락을 끊었다"고 말하였다.
(3) 이 사건 기사의 주된 내용은 유부남인 원고가 A와 동거를 하였다는 것이고, 그 결별 과정에 관한 부분은 교제가 끝날 무렵의 부수적인 사실관계를 덧붙인 것이다. 원고가 A와 교제하면서 동거한 것이 사실인 이상 그 결별 과정에 관한 내용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3)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
이 사건 기사에 적시된 사실은 허위라고 볼 수 없다. 다만 피고 E이 이 사건 기사에서 보도한 '유부남인 원고가 A와 교제하면서 6개월 동안 동거하였고, 결별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내용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사실의 적시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E이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여 게재한 행위는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다. 위법성 조각에 대하여
1) 피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는 국내 유수 언론사인 G의 대표이사로서 공인의 지위에 있고, 원고의 과거불륜 행적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다. 피고 E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하였으므로, 피고 E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기사의 보도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원고는 유수 언론사의 대표이사로서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는 공인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반 사인보다 그 사생활에 관한 정보가 좀 더 폭넓게 공개될 수 있다. 그러나 공적인 인사에게도 사생활영역이 존재한다. 사적인 영역도 유형화가 가능하고, 공인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한 영역이나 통상의 가족관계 등에 대하여는 일정한 경우 공개가 널리 허용된다. 그러나 남녀 간의 성적 교섭과 같은 당사자들 사이에서만 공유될 수 있는 영역은 보호되어야 한다. 이 사건 기사에서 보도된 내용은 유부남인 원고가 A와 동거하였다는 것으로 절대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나, 그 주된 내용은 남녀 간의 성적교섭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그 보호의 정도가 높은 영역에 속한다.
나) 원고가 A와 교제하고 결별한 것은 이 사건 기사가 게재되기 8년 전의 일이다. 유부남인 원고가 A와 교제하면서 동거한 행위가 법적·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고, 원고의 배우자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법적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은 감수하여야 한다. 그러나 원고가 8년 전에 부적절한 교제를 한 사실이 원고가 현시점에서 언론사의 대표이사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고, 그 사실이 일반 대중에 공개되어 검증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기사의 게재는 원고의 부적절한 교제로 인한 진정한 피해자인 원고의 배우자 등에게 새로운 피해와 상처를 줄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5. 2. 26. 간통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한 이상 언론사 대표이사의 자격 검증을 위해 원고의 과거 범죄행위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 사건 기사를 통해 공개된 원고의 과거 남녀관계는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일반 대중의 관심사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관심이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인격적 이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원고가 유부남인 것을 알리고 A와 교제를 시작하는 것과 유부남인 것을 속이고 A에게 접근하는 것은 그 사회적 평가나 비난가능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피고 E은 이 사건 기사의 작성 과정에서 A가 원고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원고와 교제를 시작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였다. 그런데도 피고 E은 이 사건 기사의 본문 중간에 '싱글로 위장 여자를 유혹', '솔로인척 하고 여자를 꼬시고 다닌 사건'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트위터 게시글을 삽입하였고, 그 글자 크기는 이 사건 기사의 본문 글자 크기보다 훨씬 크다. 이 사건 기사를 접하는 일반 독자들로서는 자연스럽게 기사 본문에 삽입된 트위터 게시글에 주목하게 되고, 원고가 유부남인 것을 숨긴 채 A에게 접근하였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사건 기사 전체의 맥락에 비추어 보면, 굳이 잘못된 사실을 암시하는 트위터 게시글을 그대로 캡처하여 본문 중간에 삽입할 필요가 없다. 피고 E은 본문 내용과는 별도로 트위터 게시글에 기재된 원고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부각하여 원고를 비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원고가 피고 E이 작성한 이 사건 기사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됨으로써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피고 E은 이 사건 기사를 작성·게재한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F는 피고 E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기사의 게재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를 1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1) 원고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언론사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기사로 인해 그 명예가 훼손되었고, 8년 전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공개되어 현재의 가정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원고는 G의 노조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사회적 활동에 있어서도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었다.
2) 피고 E은 이 사건 기사에서 원고의 실명과 지위를 그대로 보도하였고, 트위터 게시글을 삽입하여 원고와 A의 교제 경위에 관한 일반 독자의 오인을 유발하였다.
마, 소결
결국,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기사가 게재된 날 다음 날인 2018. 3. 22.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8. 12.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국현
판사 정지원
판사 배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