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3. 12. 28. 선고 92다34858 판결
[해고무효확인][공1994.2.15.(962),525]
판시사항

가. 감원을 위한 해고가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나. 해고된 근로자가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과 신의칙

판결요지

가. 감원을 위한 해고가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나.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도 이제는 해고된 근로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뒤늦게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모

피고, 상고인

청원군 산림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조합의 직원인사규정 제15조 제2항 제4호가 직제와 정원의 개폐 또는 예산의 감소 등에 의하여 폐직 또는 감원이 되었을 때 직원을 직권으로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1980.10.당시 피고조합은 정부로부터의 각종 보조비, 사업수익금과 산림조합비를 주요세입으로 삼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당시 세입예산중 산림조합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24%가량되고, 조합 직원에 대한 인건비는 전체 세출예산중 10% 미만이었던 사실, 그런데 농민부담을 줄이려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산림조합비징수제도가 철폐되게 되어 조합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되던터에 산림조합중앙회로부터 1980.10.30.까지 직제 등 제규정을 정비하고 인원감축을 완료하라는 내용의 운영개선지침이 하달된 사실, 이에 피고조합은 위 지침에 따라 서무계를 폐지하고, 전직원으로부터 사직원을 제출받아 선별수리하는 방식으로 감원하고자 하였으나 원고가 사직원의 제출을 거부하자 고참, 고령순으로 감원대상자를 선정하여 1980.10.30.자로 사직원을 제출한 소외 1은 의원면직하고,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은 원고와 소외 2는 직권면직하는 형식으로 해고한 사실, 원고는 1974.1.10. 피고조합에 채용된 이래 위 해고당시까지 6년 10개월간 성실하게 근무하여 왔고 해고당시에는 상무임용자격전형에 합격한 상태였던 사실, 위 해고후 약 9개월이 지난 1981.7.경 피고조합은 폐지하였던 위 서무계의 직제를 관리계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키고 직원도 7명에서 11명으로 증원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과 같이 경영상의 사정에 의하여 직원을 해고하는 정리해고의 경우에는 첫째, 해고를 하지 아니하면 조합운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급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하고, 둘째, 조합경영의 합리화, 신규직원의 임용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배치전환 등 해고회피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세째,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하여 대상자를 선별하여야 하고, 이 밖에도 해고에 앞서 그 직원들과의 성실한 협의를 거칠 것이 요구됨에도 피고조합은 적어도 위 해고당시까지는 긴박한 경영상의 곤란이 없었음에도 장차 세입의 감소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 예상되자 이를 경영합리화 등을 통하여 극복하여 보려는 노력은 하여 보지도 않은 채 해고대상자인 원고 등과의 협의도 거치지 않고 원고등을 해고하였으며, 해고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해고로부터 보다 많은 보호를 받아야 할 장기근속자를 우선적인 해고대상자로 정한 것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것이므로 결국 피고조합의 이 사건 해고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정리해고에 대한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끼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해고처분 이후 퇴직금을 수령함으로써 위 해고의 결과에 대하여 승복한 바 있는 원고가 새삼스래 위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피고조합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조합으로부터 해고당한 후 1980.11.14.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해고를 당하여야 할 만한 개인적인 사유가 없었고, 끝까지 사직원 제출을 거부하다가 직권면직된 점에 비추어 해고 이후 사무처리과정에서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해고에 승복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해고의 결과에 승복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도 이제는 해고된 근로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뒤늦게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는 것 이라고 할 것이므로(당원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 1992.3.13. 선고 91다39085 판결; 1992.5.26. 선고 92다3670 판결 각 참조), 원심으로서는 해고당시의 정황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소제기시까지의 사정 등도 살펴 위 퇴직금 수령행위의 의미는 무엇이며, 퇴직금수령시 원고가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시한 바가 있는지, 근로자인 원고와 사용자인 피고의 사정은 어떠하며, 퇴직금을 수령한 후 이 사건 제소에 이르기까지의 원고의 태도가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다투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피고로 하여금 더이상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이 문제되지 않으리라고 믿게 할만 하였는지를 심리확정한 후 이 사건 소제기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이 퇴직금 수령 이후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판단하고 말았음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우만(재판장) 김용준 천경송(주심) 안용득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2.6.30.선고 91나66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