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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해고무효확인][집41(3)민,194;공1993.12.15.(958),3160]
판시사항

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소정의 해고의 의미

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규정된 당연퇴직제도가 성질상 해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27조 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나. 회사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 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면 성질상 이는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근로자에 대한 퇴직조처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당연퇴직으로 규정되었다 하더라도 위 퇴직조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이 규정하는 바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준곤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은수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1987.6.24.부터 피고 회사의 조립공으로 근무하여 오다가 1990.2.7. 피고 회사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그 후 원고는 노조위원장으로서 1990.4.20.경부터 같은 해 6.7.경까지 사이에 노사간에 임금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업무를 방해하고, 불법으로 태업, 파업을 하며 옥외집회를 열고 시위를 주동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해 6.13. 구속되어 같은 해 9.8.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1991.1.25.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같은 해 6.26. 상고기각되어 확정되었다.

나. 피고 회사의 노사합의서 제23조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5일 이상 무단결근하였을 때, 조합원이 정년에 달했거나 사망하였을 때, 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금치산, 한정치산, 파산선고를 받았을 때, 전역일 또는 질병, 부상으로 인해 휴직한 자가 완치일로부터 2주 이내에 복직원을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당연퇴직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취업규칙 제9조 제2항 제3호 에도 위와 같은 사유(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면직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다. 또한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에서는 당연면직과는 별도로 제15조 제2항 제1호 에서 취업규칙을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는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호 에서 징계의 종류로 경고, 견책, 감봉, 정직, 해고를 규정하고, 제4호 에서 당연퇴직사유와 다른 해고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위 노사합의서 제25조에서도 위와 같은 징계 종류를 규정하고 있다.

라. 피고 회사는 원고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받자 1991.1.29. 인사위원회를 열어 노사합의서 및 취업규칙상의 당연퇴직사유가 발생하였다 하여 형식적인 심의의결을 거쳐 같은 날짜로 원고가 당연퇴직되었음을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하에서, 피고 회사가 “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를 당연퇴직사유로 삼은 것은 근로자가 사규위반의 정도를 넘어 범죄를 저지르고 소추되어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면 당해 범죄가 직무에 관하여 범한 것인가에 관계없이 그를 근로자로 두는 것이 회사의 사회적 명예를 해하고 기업질서의 유지에 저해가 된다고 보여질 뿐 아니라 그와 같은 비행이 있었음이 명백하고 비행의 정도가 커서 별도의 징계 등의 절차를 거쳐 해고하지 않아도 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기 때문이고, 그 사유에서의 유죄판결은 자유형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당연퇴직규정이 무조건 근로자에게 불리하여 효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으며, 피고 회사 취업규칙에 당연퇴직과는 별도로 징계해고규정을 두고 있고 그 사유 및 절차가 다른 점에 비추어 보면 당연퇴직의 통보를 해고처분으로 볼 수는 없고, 당연퇴직은 그 사유가 발생한 때에 특별한 처분행위 없이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한 것은 당연퇴직사실을 확인하고 알리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므로 위 통지가 해고임을 전제로 한 해고무효확인의 소나 해고와는 다른 독립된 처분임을 전제로 한 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는 모두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고, 당연퇴직사유의 하나인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란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되자 그 며칠 후인 1991.1.29. 당연퇴직통보를 한 것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나 그 후 같은 해 6.26. 상고심에서 상고기각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원고는 같은 날 피고 회사를 당연퇴직하여 사원의 지위를 상실하였다 할 것이므로, 위 청구를 사원의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이는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할 것이고, 다만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1991.1.29. 부터 당연퇴직된 같은 해 6.26.까지의 급료 금 3,472,01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생각컨대,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인바, 근로기준법 제27조 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 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면 성질상 이는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퇴직조처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당연퇴직으로 규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위와 같은 의미의 해고의 일종이고, 다만 그 절차에서 다른 일반의 해고절차와 구분하기 위하여 회사가 내부적으로 그 명칭과 절차를 달리한 것이라고 볼 것이고, 따라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퇴직조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이 규정하는 바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퇴직조처가 관념의 통지인 것으로만 파악하여 본안에 들어가 원고에 대한 퇴직처분의 정당성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고,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건 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건 이는 모두 해고의 일종인 위 퇴직조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퇴직처분무효확인청구와 해고무효확인청구를 독립한 별개의 청구로 볼 것도 아니다.

나. 나아가 보건대,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 취업규칙이나 노사합의서(단체협약)의 규정이 종업원이 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당연퇴직한다고 되어 있어 마치 위 규정상의 요건에 충족되기만 하면 곧바로 퇴직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퇴직조처도 일종의 해고로서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와 같은 취업규칙이나 노사합의서의 규정은 그 규정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야 적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위 규정에 해당하는 모든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삼는 취지라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위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당연퇴직사유에 관한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내재적 제약(내재적 제약)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며, 이렇게 보면 위의 규정이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다. 원심판결에는 해고로서의 당연퇴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논지는 이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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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2.10.29.선고 92나2722
-대구고등법원 1994.7.7.선고 93나6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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