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구합5314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A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주식회사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수호

담당변호사 김남석

2019. 5. 10.

2019. 6. 14.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8. 6. 26.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상시 약 7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점 토벽돌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6, 6. 13, 참가인의 영업팀에 이사로 입사하여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면서 건축자재 판매영업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참가인은 2017. 12. 20.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직권고장을 교부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참가인에게 업무 인수·인계서를 제출하였다. 참가인은 2018. 1. 20.자로 원고를 퇴직 처리하였다.

다. 원고는 '참가인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참가인의 2018. 1. 20.자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3. 21. '원고는 참가인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에게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근로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관계 종료가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E).

라.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6. 26. 위와 같은 이유로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가 제4, 5호증, 을나 제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참가인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근무하였으므로, 참가인이 근로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나.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계약 체결 등

가) 참가인은 2016. 5. 초순경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원고를 검색하여 입사를 권유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6. 6. 13. 참가인과 아래와 같이 계약기간을 2016. 6. 13.부터 2017. 6. 12.까지로 기재한 근로계약서(이하 '1차 근로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고, 같은 날부터 입사하여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17. 1. 1. 참가인과 아래와 같이 계약기간을 2017. 1. 1.부터 2017. 12. 31.까지로 기재한 근로계약서(이하 '2차 근로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다) 원고는 2017. 4. 1. 참가인과 아래와 같이 계약기간을 2017. 4. 1.부터 2017. 12. 31.까지로 하고, 월급여 구성항목을 기존과 달리 정하는 외에 나머지 내용은 2차 근로계약서와 동일한 근로계약서(이하 '3차 근로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2) 원고의 부상 및 업무상 재해 불승인 등

가) 원고는 2017. 2. 11. 참가인 영업부 직원들과 산악동호회 활동으로 등산을 하던 도중 넘어져 무릎 부상을 당하였고, 2017. 7. 7. 후방십자인대 재건수술을 받았다.

나) 원고는 위 부상이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7. 8. 28. '사업주가 주최하거나 승인한 행사가 아니라 일부 직원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사내 동호회 활동이므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업무상 재해로 승인하지 아니하였다.

다) 위 업무상 재해 여부 조사 과정에서 참가인이 2017. 8. 2.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사업장 확인서에는 원고의 직종이 '일용직 · 상용직 · 계약직' 중 '상용직'으로 표시되어 있고, 근로복지공단에서 2017. 8. 28. 작성한 재해조사서에는 원고의 종사상 지위가 '상용·임시·일용·근로자 아님' 중 '상용'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원고의 고용형태는 '정규직·비정규직' 중 '정규직'으로 표시되어 있다.

3) 근로관계 종료 전후의 경위

가) 원고는 2017. 12. 20, 참가인 소속 G 전무로부터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직권고장을 교부받았고, G 전무에게 업무 인수·인계서를 제출하였다. 그 과정에서 G 전무는 원고에게 '우리끼리인데 솔직하게 얘기하지만, 서류 내용이 사실 마땅한 게 없어서 그냥 서울사무소 폐쇄 쪽으로 해야 될 것 같다. 다른 방법이 없다.'라거나, '노무사한테권고사직 하는 사유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질의를 했거든. 노무사가 뭐 경영상의 해고라고 엉뚱한 소리를 해가지고, 내가 볼 때는 거기에는 해당이 안 되는 거 같은데.'라고 하는 등 사직권고장에 기재된 사유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나) 원고는 2017. 12. 22.경 전후로 G 전무를 통하여 참가인 대표이사에게 퇴직금, 미지급 수당, 권고사직 위로금, 무릎 부상 관련 치료비와 위자료 등 참가인으로부터 지급받고자 하는 금원에 관한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 참가인은 2018. 1. 25. 근로복지공단에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였는데, 그 상실사유를 '경영상 필요 및 회사 불황으로 인원감축 등에 의한 퇴사(해고, 권고사직, 명예퇴직 포함)'로 신고하였다.

4)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 체결 등

가) H(본사 관리팀 과장, 경리 등 경영지원 업무담당)는 2017. 7. 11. 참가인과 계약기간을 2017. 7. 11.부터 2018. 7. 10.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I(안성본사 및 상주공장의 생산 및 영업 총괄 업무담당)는 2017. 12. 1. 참가인과 계약기간을 2017. 12. 1.부터 2018. 11. 30.까지로 하는 연봉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G(본사 관리팀 전무, 경영지원 및 관리 총괄 업무담당)은 2018. 5. 11.1) 참가인과 계약기간을 2018. 5. 11.부터 2019. 5. 10.까지로 하는 연봉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J(생산지원부 차장, 2014. 1. 1. 입사)은 2016. 1, 1. 참가인과 계약기간을 2016. 1. 1.부터로 하고 기간만료일은 정하지 아니한 월급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K(품질관리부 생산부장, 1999. 9. 9. 입사)은 2017. 2. 10. 참가인과 계약기간을 2017. 2. 10.부터로 하고 기간만료일은 정하지 아니한 월급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L(품질관리부 사원, 2016. 4. 4. 입사)는 2018. 4. 4. 참가인과 계약기간을 2018. 4. 4.부터로 하고 기간만료일은 정하지 아니한 월급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8호증, 을가 제1 내지 7호증, 을나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다.2)

2) 원고의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의 1, 2, 3차 근로계약서에는 모두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사실, 2, 3차 근로계약서 제4조 제1항 단서에는 "별도의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입사 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참가인이 원고에게 교부한 사직권고장의 '사유'란에 '근로계약 기간 종료'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1, 2, 3차 근로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참가인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원고와 참가인은 1차 근로계약서에서 계약기간을 2017. 6. 12.까지 1년으로 정하였으나, 해당 기간이 만료하기 전인 2017. 1. 1. 다시 2차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계약기간을 2017. 1. 1.부터 2017. 12. 31.까지로 정하였고, 월급여 구성항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계약서의 양식이 전체적으로 변경되었다. 그 후 원고와 참가인은 2017. 4. 1. 다시 3차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기존 2차 근로계약서와 계약기간 만료일은 동일하였고, 월급여 구성항목 중 기본급과 고정연장근로수당의 금액만 조정되었다.

위와 같이 원고와 참가인은 1차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계약기간의 만료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은 시점에 2차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바, 이는 최초 체결한 근로계약을 갱신하거나 재계약하는 의미에서 작성한 것이라기보다는 급여 항목을 구체화하는 등 참가인 측의 필요에 의하여 새로운 양식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차 근로계약서 작성 시에도 급여 구성 항목의 지급액이 일부 변동되었을 뿐, 계약기간에는 변동이 없었다.

② 2, 3차 근로계약서 제4조 제1항 단서는 "별도의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입사 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어, 문언상 별도로 계약기간을 정한 원고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문구는 원고와 참가인이 최초로 체결한 1차 근로계약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점, 제4조 제2항에서는 '연봉계약기간은 1년으로 하고, 상호간 특별한 이의 사항이 없으면 본 연봉계약의 효력 및 변경사항은 자동으로 연장 및 적용된다.'고 하면서 해당 근로계약을 "본 연봉계약"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해당 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이 실질적으로 '연봉계약기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상당하다.

③ 참가인은 원고 외에 임원급으로서 연봉제를 적용받는 다른 근로자들과도 '근로계약서(연봉제)' 양식을 사용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기간을 모두 1년으로 기재하였는데, 해당 근로자들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서 계속적으로 계약을 갱신하여 왔다거나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하였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된 바 없다.

④ 1, 2, 3차 근로계약서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재계약의 요건,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2, 3차 근로계약서 제4조 제3항, 제4항은 '수습기간은 입사일로부터 3개월을 둘 수 있다. 수습기간 종료시 수습기간 중의 근태, 근무성적 등을 평가하여 본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수습기간 종료 후 본채용 시 연봉은 재협의 또는 특이사항이 없을 시 계약연봉으로 한다.'라고 하여 수습기간과 본채용에 관한 사항을 상세히 정하고 있음에도,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근로계약 갱신이나 재계약에 관한 사항은 정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⑤ 참가인은 원고에게 교부한 사직권고장에서 사직권고 또는 재계약 거절의 사유를 근로계약 기간 종료 및 영업팀 매출부진으로 인한 서울사무소 폐쇄라고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G 전무는 원고를 해고할 만한 경영상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실제 원고의 퇴직 이후에도 참가인의 서울사무소는 폐쇄되지 아니하였다. 한편 원고는 그 무렵 G 전무를 통하여 참가인에게 미지급 수당 등 금원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퇴직급여, 권고사직 관련된 것도 800여 만 원 정도 된다'라고 하자, G 전무가 '뭐라 그래야 돼, 권고사직 위로금이라고 해야 되나?'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또한 참가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면서 상실사유를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사(해고, 권고사직, 명예퇴직)라고 밝혔을 뿐, 근로계약 기간 만료라고 적시하지 아니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와 참가인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의 만료로 별도의 조처 없이 근로관계가 당연히 종료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참가인의 사직 권고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⑥ 참가인은 원고 재직 중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서류나 재해조사 시에 원고의 지위를 계약직이 아닌 상용직으로,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명시한 바 있다.

⑦ 참가인의 이사인 M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영업직은 실적을 검증하기 위해 기간제로 많이 채용했다. 원고도 계약직으로 채용되었는데 영업실적이 회사가 원하는 것에 다소 부족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M은 '원고가 근무할 당시 제가 영업부 전체를 책임지고 있었고, 당시 저도 계약직으로 연봉제를 적용받으며 1년마다 원고와 같은 양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실제로는 해당 기간에 정규직으로서 참가인의 사내이사이자 지배인으로 선임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참가인의 근로관계 종료 통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결국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은 2017. 12, 20. 원고에게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를 이유로 사직권고장을 교부하여 근로관계 종료 통지를 하였으므로, 이는 정당한 해고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

마. 소결론

따라서 참가인의 근로관계 종료 통지에 따른 2018. 1. 20.자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성규

판사 강지성

판사 지선경

1) 근로계약서에는 체결일자가 2017. 5. 11.로 기재되어 있으나, 계약기간에 비추어 오기로 보인다.

2)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두2247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