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노863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박민지(기소), 박재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천명
담당변호사 박원경
판결선고
2020. 9. 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위 메시지는 성적인 의미로 보낸 것이 아니고 피고인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도 없었다.
나. 양형과중 (원심: 벌금 200만 원)
2.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9. 1. 18. 02:28경 피고인의 주거지인 양주시 B, C호에서 피고인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온라인게임 'D'에 ID 'E'으로 접속하여 게임을 하던 중, 게임 내 채팅창을 이용하여 같은 게임을 하던 피해자 F(여, 28세, ID: G)에게 "박아주게", "쌍1년", "지렸어"라는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인 컴퓨터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인정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위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서 정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그림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수단과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은 피해자에게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의 유발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함이 타당하고, 특히 성적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유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21389 판결 등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이 작성한 문언 그 자체가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내용은 맞지만, 아래와 같은 사정을 보면 거기에 위 의미를 초과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소정의 성적인 의미가 있었다고는 확정하기 어렵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가 채팅을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메시지를 보내기 전 피해자와 같은 팀이 되어 게임을 했고, 게임을 계속 같이 하자고 했으나 피해자가 아무런 말이 없이 피고인과 게임하던 그룹에서 나갔다. 이후 피고인은 게임을 계속하다 피해자를 상대팀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② 대화 내용
다시 만난 피고인과 피해자, 피고인의 친구 등이 참여한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는 아래와 같고, 밑줄 친 부분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성적인 의미의 메시지로 적시된 부분이다.
(생략) [피해자] 잠깐만 [피고인의 친구] F 친구 [피고인의 친구] ㄱㄱ함 (go go 함, 시작하자) [피고인] 박아주게 (박아줄게) [피고인] 쌍1년 (욕설을 입력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욕설 가운데에 "1"을 삽입) [피해자] 이 게임하고 나갈게 나 저분(피고인) 고소해야 됨 [피고인] 지렸어 [OOO]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고인의 친구] 거칠어 [피고인] 왜 우리한테서 [피고인] 도망가요. [피고인] 서운하게 (생략) |
③ 같은 성별과 연령대 게임 유저의 기준에서 판단
피해자는 20대 여성으로 온라인 슈팅 게임 유저이다. 따라서 같은 연령대 그룹 게임 유저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표현 수준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 먼저, "박아주게"의 의미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한 게임은 'D'로 상대팀을 총과 같은 발사무기로 공격하는 슈팅게임의 일종이다. 피고인의 '박아주게'라는 메시지는 피고인의 친구가 게임을 시작하자고 말한 바로 다음에 나온 것으로 보아 상대팀(피해자)에게 총알을 박아준다는 의미로 사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위 메시지를 전후로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적인 의미를 갖는 대화를 한 적이 없어 맥락상으로 보더라도 그러하다(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쌍년', '지렸어'도 성적인 의미를 갖는 메시지로 보기는 어렵다).
ⓑ 다음으로, 쌍1년"을 본다.
'쌍년'은 본래 '상스러운 여자(천민 여자)'라는 뜻으로, 저속하고 상대를 낮추어 말하는 욕설이기는 하나 성적인 의미를 필연적으로 포함한 표현은 아니다.
ⓒ 마지막으로, "지렸어"를 본다.
'지렸어'의 '지린다'는 본래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조금 싸다'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똥이나 오줌을 지릴 정도로 대단하다. 무섭다'는 뜻의 비속어로 사용된다. 피고인의 위 메시지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욕설 등으로 고소한다고 말한 바로 다음에 나온 것이고, 피고인이 그 뒤에 피해자에게 존댓말로 '서운하게 왜 우리한테서 도망가느냐'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 '고소한다'고 말한 피해자에게 '오줌을 지릴 정도로 깜짝 놀랐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2.의 가.항'과 같고, 이는 '2.의 다.항' 기재와 같이 검사의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오원찬
판사 김진영
판사 최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