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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2020.2.14. 선고 2019노98 판결
강제추행
사건

2019노98 강제추행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임정빈(기소), 신주희(공판)

변호인

변호사 조성전

판결선고

2020. 2. 1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신빙성 없는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유죄 판단을 하였는바, 여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6. 10. 6. 01:00경부터 같은 날 02:00경까지 사이에 대전시 동구 B의 불상의 객실에서, 피고인이 근무하는 C센터의 직장동료인 피해자 D(가명, 여, 21세), E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그 곳 객실 바닥에 앉아 있는 피해자를 추행할 마음을 먹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 및 변호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으므로, 공소사실은 모두 증명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강제추행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이를 근거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고,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참조).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증거로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이 유일하다. 피해자의 진술의 요지는 '이 사건 당일 피고인과 함께 출장을 갔는데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 E와 함께 술을 마셨다. E는 저랑 눈을 마주치고 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왼쪽 엉덩이를 누가 만지는 느낌이 들어서 놀라 그 쪽을 쳐다봤더니 피고인이 나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도망쳤다. 화장실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한참 뒤에 나왔을 때는 피고인은 이미 잠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의 증거들과 당심에서 추가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피해자, H, G의 당심 증언 및 2018. 3. 7.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녹취록)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없이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E는 침대와 화장대 사이의 바닥에 삼각형 형태로 둘러 앉아 있었고(증거기록 제25쪽 현장상황 그림 참조), 사람간의 간격은 그 사이에 한 사람이 앉지 못할 정도로 가까웠다. 피고인과 피해자, E가 둘러앉은 자리의 가운데에는 술과 안주가 놓여 있었을 뿐 서로의 시야를 방해하는 다른 장애물은 없었다. 이와 같이 제3자인 E가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추행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다.

나) 그런데 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E는 원심과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모습이나 피해자가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이 사건 전후로 특별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앞에서 본 이 사건 현장의 상황과 E가 바로 앞에서 피해자를 바라보며 얘기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위와 같이 피해자를 성추행하였는데도 E가 피고인의 행위나 깜짝 놀란 피해자의 반응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다고 하더라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다) 피해자는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왔을 때 피고인은 이미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E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약간 겁에 질린 얼굴로 피해자의 팔을 잡고 가지말라는 말을 하였다.', '당시 E의 말투와 표정을 봤을 때 이 분도 나와 같은 피해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피해자로서는 같은 여성인 E에게 피고인의 이상한 행동에 대하여 얘기할 만한데도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고, 결국 E는 성추행에 관한 어떠한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인데,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라) 피해자는 당시 E가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E는 원심에서 당시 알딸딸하게 취한 정도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E가 당시 만취해서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던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E는 피해자보다는 피고인과 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관계이기는 하나 피해자나 피고인과 매년 한 두 차례 업무상 만나는 것일 뿐이고(소송기록 96쪽), 특히 피고인과 사적으로 친한 사이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E가 피고인의 성추행을 목격하거나 피해자로부터 전해 들었는데도 이를 은폐할 만큼 피고인과 특별한 친분관계에 있었다거나, 피해자에게 일부러 불리하게 진술할 만큼 피해자와의 사이가 나빴다고 보기 어렵다(E는 원심에서 피해자의 성격에 관하여 '밝고 친절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며 모나거나 욕을 먹을 만한 행동이 없었다'라는 취지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바) 피해자는 C센터의 관련 단체인 F협의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데 대하여 신분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C센터의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C센터장인 G는 2018. 2월경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위 센터의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데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피고인은 부정적인 대답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피해자는 자신을 위 센터의 정직원으로 추천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하여 배신감을 느꼈다. 이후 피해자는 2018. 3. 2.부터 2018. 3. 6.까지 C센터의 센터장 G와 직원들인 L, J, K(수사기관에 피고인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제출함)에게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하였다는 말을 하였고 2018. 3. 7. 피고인과 대화를 녹취하여 L 등과 함께 그 내용을 들었으며 그 대화 중 피고인이 미투운동에 관한 의견을 말하면서 '포르노', '성관계' 등의 단어를 사용한 점 등을 이유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충주지청에 진정하였다. 피해자는 2018. 3. 9. 피고인에게 상담을 신청하여 퇴직 의사를 밝혔는데 콧노래를 부르며 상담실을 나가는 피고인을 보고 분노하였고, 2018. 3. 16. 약 1년 5개월 전에 있었던 이 사건으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

사) 위와 같은 고소 경위만으로 피해자가 허위사실을 꾸며내어 피고인을 무고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자가 3년 넘게 함께 일을 하고도 자신의 정직원 채용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한 피고인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이 고소에 이르게 된 중요한 원인으로 보이는바, 피해자가 이러한 적대적 감정을 토대로 오래 전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을 평가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과장 또는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그런데 위 제2의 다. 항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형걸

판사김태형

판사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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