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구합57901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원고
1. A
2. B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보현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준래, 김다정
변론종결
2015. 9. 3.
판결선고
2015, 10. 22.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12. 2. 원고 A에게 한 요양급여비용 238,254,820원 환수처분과 원고 B에게 한 요양급여비용 401,690,300원 환수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한의사인 원고 A은 2011. 11. 1.부터 2013. 6. 13.까지 자신의 명의로 서울 강동구 C에서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개설한 후 이 사건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였고, 한의사인 원고 B는 2013. 6. 14.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명의로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한 후 이 사건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나. 피고는 2014. 12. 2. 'E가 원고들로부터 명의를 빌려 이 사건 병원을 개설·운영하여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A에게 요양급여비용 238,254,820원(2012. 8. 2.부터 2013. 6. 13.까지 지급된 부분) 환수처분과 원고 B에게 요양급여비용 401,690,300원(2013. 7. 25.부터 2014. 8. 26.까지 지급된 부분) 환수처분을 하였다(이하 원고들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다. 원고들은 2014. 12. 3.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5. 1. 28. 원고들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원고들은 E와 동업을 하여 이 사건 병원을 공동으로 개설·운영하였을 뿐 E에게 명의를 대여하지 않았다.
2)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로 의료기관을 여러 장소에 개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설령 원고들이 E에게 명의를 대여하였더라도 E는 이 사건 병원만을 개설 · 운영하였으므로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 3) 의료법 제4조 제2항이 이 사건과 같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1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까지 금지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관계 법령
■ 의료법
제4조(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제33조(개설 등)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이 경우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
1.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다. 판단
1) 첫째 주장에 대한 판단
갑 제6, 7, 8호증, 갑 제9호증의 1, 갑 제11호, 갑 제13호증의 1, 2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E는 그의 처인 F 명의로 이 사건 병원이 위치한 건물을 임차하였고 임대차보증금 등 병원 개설 자금을 전부 부담한 점, ② 원고 A은 2013. 6. 13. 원고 B에게 이 사건 병원의 허가권 및 시설물 일체를 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원고 B로부터 대가를 지급받지 않은 점, ③ E는 이 사건 병원 직원의 채용이나 퇴사를 결정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등 이 사건 병원의 인사와 재무를 관리하였고, 원고들은 이 사건 병원의 인사와 재무에 관여하지 않은 점, ④ 경찰은 F가 이 사건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피고를 기망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혐의로 F, 원고들 및 이 사건 병원의 직원들을 조사하였는데, F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는 자신의 남편인 E이고 다만 E가 신용불량자여서 원고들로부터 명의를 빌려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였다고 진술한 점, ⑤ 원고들은 E와 사이에 이 사건 병원 순이익의 10%를 지급받기로 하는 공동약정을 체결하였으나, 원고 A은 2014. 6. 17. 경찰 조사에서 E로부터 매달 4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진술하였고, 원고 B는 2014. 6. 13. 경찰 조사에서 E로부터 근무한 첫째 달은 720만 원, 둘째 달은 860만 원을 지급받았는데 금액이 변동되는 것이 싫어서 셋째 달부터는 매월 8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과 E 사이에 위 공동약정에 따라 이익 배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⑥ 또한 원고 B는 2014. 6. 13.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병원에 이력서를 제출하여 E를 알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 ⑦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G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병원의 실질적인 원장은 E라고 진술하였고, 원무과 직원 H은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병원의 각종 서류는 E가 최종적으로 결재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E에게 고용된 후 자신들의 명의로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해 줌으로써 명의를 대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둘째 주장에 대한 판단
의료법 제4조 제2항에서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에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로 의료기관을 여러 장소에 개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복수로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의료법 제4조
제2항의 목적을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볼 경우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과 중복되어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된다. 또한 의료인이 고령이나 신용상태가 나쁜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지르거나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1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수 개의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의료인이 의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E가 원고들로부터 명의를 빌려 이 사건 병원을 개설·운영한 행위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위배된다.
3) 셋째 주장에 대한 판단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한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국민 건강 보호 및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이라는 공익을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위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적정하며 위 조항으로 의료인의 영업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으나 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이로 인해 침해되는 의료인의 불이익보다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반정우
판사김용찬
판사서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