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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21. 5. 7. 선고 2020노5182 판결
[명예훼손][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이호재(기소), 전우진(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상용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 9. 18. 선고 2020고정20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피고인이 발송하여 게시판에 게시하게 한 문건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그 내용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형법 제310조 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중구 (주소 생략)에 있는 공소외 회사의 소속 직원으로 인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고, 공소외 2는 공소외 회사 소속 직원으로 하남시 (주소 2 생략)○○○○○○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공소외 3은 공소외 회사 소속 직원으로 위 ○○○○○○에서 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고, 공소외 회사는 위 ○○○○○○의 경비, 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법인이다.

피고인은 인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피해자가 ○○○○○○에서 근무 중 공소외 2 등과 마찰을 빚자 피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상부에 보고하고, 공소외 회사는 피고인의 의견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하였다.

피고인은 2019. 7. 초순경 징계 절차 개시가 결정되자, ‘수신자 ○○○○○○ 내’ 공소외 회사 근무자 공소외 3’, ‘제목: 인사위원회 참석요청 건’, ‘참석대상자 - 근무자 공소외 3 - 근무현장 : ○○○○○○ - 소집일시 : 2019. 07. 08(월) 오후 2시 30분 - 소집장소 : 공소외 회사 본사 회의실’, ‘인사위원회 소집사유 1)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가 불성실 할 때 (취업규칙 제68조【징계사유】4항) 2)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한 때 (취업규칙 제68조【징계사유】10항) 3) 상급자의 업무상 지휘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복한 때 (취업규칙 제68조【징계사유】13항) 4) 상급자의 업무와 관련된 훈계에 대하여 불량한 태도를 보일 때 (취업규칙 제68조【징계사유】14항)’, ‘인사위원회 목적 - 상기 참석 대상자에게 출석을 통보하여 사건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이에 대해 적합한 조치를 취하고자 함 / 인사위원회 결과에 불응시 재심청구를 할 수 있음’, ‘※ 본 위원회에 소집에 불응시 본인은 회사의 어떠한 징계처분에도 따르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함.’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서(‘이 사건 문서’)를 작성하고, ○○○○○○로 우편으로 발송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문서를 발송한 다음 공소외 2에게 전화하여 우편물을 개봉하여 위 문서를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지시하고, 공소외 2는 2019. 7. 5.경 ○○○○○○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 게시판에 위 문서를 게시하여 ○○○○○○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소외 회사 소속 직원 40여명이 위 문서를 볼 수 있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2와 공모하여 피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을 공연히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문서(이하 ‘이 사건 문서’라 한다)를 게시하게 한 행위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여 명예훼손죄를 성립하고,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은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적시가 있었는지 여부

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대법원 1994. 6. 28. 선고 93도696 판결 ,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186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구체적인 사실이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적시된 내용 중의 특정 문구에 의하여 그러한 사실이 곧바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도6904 판결 ). 또한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 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그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5077 판결 ).

2) 살피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사실적시는 ‘피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인데, 이 사건 문서에는 징계대상자, 징계관련 인사위원회 일시 및 장소, 징계사유가 적시되어 있었는바, 적어도 피고인에 대한 징계 절차가 회부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특정인이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특정 비위사실이 사실로 확인되었다거나 그로 인해 회사로부터 어떤 불이익한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징계사유로 될 어떠한 비위사실이 있다는 암시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징계사유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다고 하더라도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일반적으로 그 대상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고, 통상적으로 징계혐의자에게 그 징계 회부 사실을 문서로 통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예를 들어 고용노동부 표준 취업규칙 제63조 제1항에서도 징계대상 사원에게 서면으로 출석통지를 한다고 정하고 있고, 공무원 징계령 제10조 제1항 도 징계등 혐의자에게 징계위원회 출석을 명할 때 출석통지서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도 그러한 사정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 바, ‘피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 회부 사실’ 역시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형법 제310조 에 따른 위법성 조각 여부

1)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형법 제310조 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등 참조).

독일 등 외국의 입법례와 달리 우리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있는데, 타인에 대한 공정한 비판마저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이나 민주주의의 균형 잡힌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유엔인권위원회도 당사국들에 대하여 명예훼손의 비범죄화 내지 제한적 적용을 권고한 바 있다. 위와 같은 입법례나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 및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고려하면, 진실한 사실의 적시의 경우에는 형법 제310조 의 ‘공공의 이익’도 보다 더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의 이익관련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공공의 관심사 역시 상황에 따라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인 인물, 제도 및 정책 등에 관한 것만을 공공의 이익관련성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이에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 주1)

2)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문서의 내용은 ○○○○○○ 건물 내 공소외 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징계에 회부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이 사건 회사의 공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며, 공적 관심의 대상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게다가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징계 회부 절차를 담당한 직원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것이었다. 주2)

② 통상 명예훼손이 문제가 되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은 그 특정인의 성적 지향, 병력 등 존재의 일부에 관한 사항이거나, 그 특정인이 행한 구체적인 행위에 관한 사실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특정인이 행한 구체적인 행위 중 사회 내 공적인 절차를 통해 사실로 확정하고 그에 대한 불이익한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고, 이 사건은 그러한 ‘공적인 절차’ 중 하나인 징계절차에 관한 것이다. 특정인이 이러한 절차의 대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 자체로도 그 특정인에 대한 사회적 가치 등을 저하시킬 수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명예훼손의 측면에서 볼 때 이처럼 절차에 관한 사항은 그 절차의 사유가 되는 특정인의 구체적인 행위에 관한 사실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려운바, 그로 인한 법익 침해의 정도 역시 크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인이 이 사건 문서를 개별통지가 아닌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한 것에 특별한 근거가 없고 절차상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의 공적인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위 2.의 가.항과 같다.

2. 판단

위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전기철(재판장) 김봉남 유인한

주1) 한편 최근 헌법재판소에서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관한 위헌확인 등 사건에서 동 조항이 합헌임을 확인하였으나,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실에 관한 부분에 있어 문제의식이 제기되었고(형법개정안 중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양자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안이 제안된 바도 있다고 한다), 해당 결정에서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4인의 반대의견도 있었다(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결정).

주2) 참고로 독일 형법 제193조는 “학문적, 예술적, 영업적 능력에 대한 비판, 권리의 행사나 방어 또는 정당한 이익의 행사를 위해 행해진 비판적 의견의 발표, 상관의 부하에 대한 징계와 견책, 공무원의 업무상 고발 또는 비평 및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에는 의견발표의 형식이나 의견발표가 행하여진 정황에 비추어 모욕이 인정된 때에 한하여 처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침해자의 침해행위가 정당한 이익의 옹호와 관련되어 있을 때에는 명예훼손죄 등을 가벌성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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