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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10. 3. 17. 선고 2009나38065 판결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상고[각공2010상,700]
판시사항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공정한 내용으로 체결한 전속계약이 무효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연예인이 연예기획사와 체결한 전속계약의 무효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계약기간, 이익의 분배, 계약의 해제, 손해배상 등 계약의 중요한 조항이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공정한 내용이므로 민법 제103조 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나머지 계약조항들만으로는 전속계약 자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 역시 나머지 조항들만으로 전속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위 전속계약은 그 전부가 무효라고 본 사례.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비즈 담당변호사 우천출)

피고, 항소인

피고 주식회사

변론종결

2010. 2. 24.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6. 7. 17. 체결된 전속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증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0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

가. 피고는 연예대행업, 각종 음향물 녹음제작, 음반 도매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연예활동 예명은 ‘ △△△’)는 피고에 소속된 연예인으로서 피고에 소속되어 있던 소외 1, 2, 3 등과 함께 ‘ ○○’이라는 이름의 그룹 구성원으로 활동하였다.

나. 원고는 2006. 7. 17.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원고의 연예활동을 관리·대행하는 내용의 전속계약(이하 ‘이 사건 전속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 목적]

이 사건 전속계약은 피고가 연예인 지망생인 원고를 지도·육성하고, 원고가 데뷔한 후에는 원고의 연예활동을 관리·대행하여 스타급 연예인으로 육성함으로써 원·피고의 상호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제3조 계약기간]

① 이 사건 전속계약은 계약 체결일부터 개시하며, 첫 번째 음반 출반일부터 만 10년까지 존속하는 것으로 한다.

② 전항의 계약기간 중 원고가 장기 국외 출장이나 군복무 및 건강상의 요양, 기타 사유로 인하여 장기간 연예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같은 기간만큼 계약기간이 자동 연장된다.

[제4조 관리대행]

① 피고는 원고의 국내외 연예활동 및 선전, 출연, 섭외 및 연예활동과 관련한 모든 행위를 관리·대행한다.

② 원고는 피고로부터 연예활동에 대한 출연 등의 요청을 받은 경우에는 그 요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 없는 한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③ 원고는 피고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는 임의대로 음반의 발표, 국내외 방송출연 등 일체의 연예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원고는 피고가 지정하는 사람의 매니지먼트를 받아야 한다.

⑤ 피고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1항에서 정한 관리대행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다. 이 경우 수탁자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피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제5조 권리의 귀속]

① 전속계약으로 인하여 원고가 작사, 작곡, 편곡한 저작물과 전속계약 기간 중 피고가 제작, 녹음한 원고의 노래, 앨범과 동영상, 사진 관련 비주얼 등에 대한 소유권, 복제, 배포, 방송, 공연,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피고에게 있다.

② 피고는 원고의 성명, 예명, 각인, 필적(서명), 사진, 주민등록증 사본, 주민등록증 등본 등을 계약 및 이에 준하는 것에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③ 이 사건 전속계약 기간 중 작사 또는 작곡, 편곡한 곡은 피고의 허락이 없이는 누구도 사용할 수 없으며, 원고가 작사, 작곡 또는 편곡한 곡을 피고 이외의 타인과 사용계약할 때에는 피고의 허락하에 매니저가 대행한다.

[제6조 이익의 분배 원칙]

이 사건 전속계약을 통해 얻는 모든 수입은 일단 피고에게 귀속되며, 피고는 그 수입금에서 제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의 일정률을 아래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제7조 음반 발매와 모바일, 인터넷 유통으로 인한 이익의 분배]

① 원고가 발표하고 피고가 발매한 음반에 대하여 단일음반의 경우에는 판매량 중 반품을 제외하고 50만 장 이상 판매되었을 경우 그 다음 앨범 발매시 5천만 원을 지급하고, 100만 장 이상 판매되었을 경우 1억 원을 지급하며, 싱글음반의 경우에는 그 절반을 지급한다. 다만, 앨범을 발매한 때부터 5년이 경과한 후에는 상기 인세의 100% 범위 내에서 원·피고가 합의하여 이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

② 전항은 원고의 정규앨범의 수익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피고가 제작한 2차적 편집물(라이브 음반, 베스트 음반, 옴니버스 음반, 모음집 등)과 이미 발매된 곡을 피고가 편집앨범(컴필레이션 음반)으로 재발매할 경우 그 수익은 피고에게 귀속된다. 다만, 원고가 편집앨범을 발매하면서 아직 발매된 적이 없는 원고가 부른 새로운 곡을 삽입한 때에는 전체 수록곡 중 새로운 곡의 수에 상당한 비율의 수익을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③ 온라인, 유무선 인터넷, 모바일상의 음원유통(MP3와 그 외 디지털 음악파일과 사진 동영상파일의 유통을 포함)에 대한 수익과 해외시장 판매를 목적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음반의 경우에는 순수익의 10%를 원고에게 지급한다.

[제8조 음반 발매를 제외한 연예활동으로 인한 이익의 분배]

① 원고가 고정방송매체(공중파, 케이블TV)에 출연하여 얻는 수익도 이 사건 전속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수익으로 보고, 피고는 그 수익 중 40%를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② 고정출연 외에 게스트 및 가수로서의 방송출연으로 얻는 수익은 피고의 홍보진행비에 충당한 것으로 본다.

③ 원고의 연예활동 중 음반판매와 방송매체 출연수입을 제외한 모든 수입은 누적운영비를 제외한 순수익을 원·피고가 균등 배분한다. 다만, 피고가 그룹 기타 다수인으로 구성될 경우 원고의 배분 비율을 60%로 한다.

④ 전항에서 운영비라 함은 원고의 연예활동을 위한 매니저 및 그 일행이 사용하는 경비로서 교통비, 숙박비, 식대, 메이크업 및 코디네이터, 무용단 및 필요무대 인원비용 등 실제 연예활동 시에 일반적인 필요경비, 매니저 및 로드매니저의 월급, 숙소에서의 모든 생활비와 연예활동을 위한 트레이닝 비용을 포함한다.

⑤ 본조에서 정하는 수익의 배분은 수입 발생 후 6개월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제10조 연예활동의 포기]

① 원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기간 중이라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연예활동을 포기하고 비연예인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이 사건 전속계약 역시 효력이 자동으로 중단된다. 다만, 원고가 연예활동을 포기하였다가 다시 연예활동을 재개하는 경우에는 중단되었던 계약의 효력은 다시 재개된다.

[제12조 계약의 해제]

① 원·피고는 상대방이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사항 중 어느 하나라도 불이행하여 이 사건 전속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 후 1년 내에 연예인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제13조 손해배상]

①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을 위반한 경우 피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② 피고가 전항에 의하여 입게 되는 손해는 신인발굴육성비용, 이 사건 전속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경우 피고가 얻을 수 있었던 수익, 위약으로 인하여 피고가 입게 되는 외부적 평판의 훼손 등을 포함한다고 할 것인데, 이는 총 투자액(음반제작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 비용)의 3배 상당의 금액 및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예상이익금의 2배 상당의 금액으로 한다.

③ 원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에는 원고는 전항에 의한 손해배상 이외에도 위약벌로 피고에게 1억 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④ 본조에 의한 손해배상과 위약벌은 계약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다. 원고가 속한 그룹 ○○은 2006. 12. 14. 제1집 싱글앨범인 ‘ □□□’를 발표하였다.

라. 한편, 원고와 법정대리인으로서 원고를 대리한 원고의 모친( 소외 4)은 2007. 7. 27. 피고와 사이에, 피고는 원고가 속한 그룹 ‘ ○○’이 2007년 연말까지 공중파방송 또는 케이블방송을 통한 방송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되, 이것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원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계약사항을 계속 성실하게 이행하기로 합의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주위적으로, 연예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피고가 연예인 지망생에 불과한 원고와 이 사건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애초 계약기간을 첫 번째 음반 발매 후 10년으로 정하여 장기간으로 정했으면서도 원고의 개인적인 사유로 연예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계약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하였고, 심히 불공정한 수익분배 약정을 두었으며, 원고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에는 총 투자액의 3배, 일실수익의 2배에다가 그와 별도로 위약벌 1억 원까지 지급하도록 정하고도 피고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으며, 계약의 해제 여부가 피고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정해지도록 되어 있을 뿐, 원고가 계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로지 연예활동을 중단하는 길밖에 없는 등 쌍방의 권리·의무 사이에 불균형이 지나쳐 이 사건 전속계약 가운데 위에서 본 해당 조항들은 모두 민법 제103조 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이 조항들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만으로는 이 사건 전속계약 본래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은 전부 무효라고 주장하고, 예비적으로, 이 사건 전속계약이 무효가 아니라고 해도 피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른 수익분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으로 계속적 계약관계에 있어서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더 이상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어서 해지사유가 발생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전속계약의 해지에 따라 이 사건 전속계약은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연예산업에서 신인을 발굴·육성하여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는 데 비해, 그 성공비율이 높지 않아서 피고와 같은 연예기획업자는 성공한 연예인들에게서만 그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지만, 계약 상대방이 연예인으로서 성공한 후에는 개별 활동을 하거나 다른 경쟁업체의 유혹에 빠져 연예기획사를 바꾸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계약기간, 이익 분배, 손해배상이나 위약벌을 정할 때에도 이러한 사항을 염두에 두고 계약사항을 정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적정한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민법 제103조 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고, 피고는 2007. 7. 27.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전속계약의 해지와 관련된 조항에 대한 수정 합의를 하여 원고도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으므로, 이러한 사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전속계약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다툰다.

3. 판 단

가.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사항 개요

이 사건 전속계약은 그 목적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가 연예인 지망생인 원고를 지도·육성하고, 원고가 데뷔한 후에는 원고의 연예활동을 관리·대행하여 스타급 연예인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이 사건 전속계약 제1조, 이하 계약조항으로만 표시한다).

이러한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이 사건 전속계약은 개별적으로 계약기간(제3조), 피고가 원고 활동에 대하여 관여할 수 있는 정도를 정한 관리·대행(제4조), 원고의 연예활동 중 창작된 저작물에 관한 권리 귀속(제5조), 이익의 분배(제6조, 제7조, 제8조), 원고의 연예활동 포기(제9조), 계약의 해제(해지) 사유와 그 권한(제12조), 손해배상과 위약벌(제13조)에 관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조항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어서, 원고나 피고 모두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른 계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항들이다.

이하 이 사건 전속계약의 무효 여부에 관하여 본다.

나. 개별 계약조항의 무효 여부

(1) 계약기간과 원고의 이 사건 전속계약의 해제·해지 가능성

이 사건 전속계약은 계약 체결일부터 개시하며, 첫 번째 음반 출반일부터 만 10년까지 존속하는 것으로 하되, 원고의 사정에 의한 연예활동 중단 기간은 그 기간만큼 계약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제3조). 이러한 이 사건 전속계약 내용에 따르면, 음반 출반일은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일 이후일 수밖에 없고, 원고의 사정에 의한 연예활동 중단 기간은 제외되므로, 결국 이 사건 전속계약의 존속기간은 10년을 넘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전속계약에 의할 경우, 피고는 비교적 자유롭게 이 사건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원고는 10년 이상 되는 긴 기간 동안 피고의 관리 아래에서만 활동할 수밖에 없고, 달리 그 기간 동안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먼저, 원고의 활동과 관련된 이 사건 전속계약 조항을 보면, 피고는 원고의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모든 연예활동을 관리·대행하면서 제3자에게 관리대행을 위탁할 수도 있지만, 이에 반해 원고는 피고의 요청이 있으면 그 요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 외에는 그 요청을 거절할 수 없고, 피고의 승낙 없는 임의의 연예활동도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제4조). 이와 같은 원고의 연예활동에 관한 관리·대행에 관한 조항에 이 사건 전속계약의 기간에 관한 조항을 합쳐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라 10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피고의 연예활동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지나치게 긴 기간 동안 원고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다.

비록 10년 이상 되는 장기간의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 동안 원고가 피고의 요청에 따라서만 연예활동을 해야 한다고 해도, 원고에게 이 사건 전속계약에 대한 해제(해지)권이 인정되어 계약기간 종료 전이라도 원고가 계약의 해제(해지)를 통해 이 사건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보장된다면, 원고의 자유를 지나치게 오랜 기간 구속한다는 불공정성은 상당히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르면,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전속계약의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사항은 거의 없어 보인다. 피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1년 내에 연예인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여 피고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계약 해제(해지)는 인정하는 것과 달리(제12조 제2항), 원고는 연예활동을 포기하는 외에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어 보인다(제10조).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계약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사항으로, 원고나 피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사항 중 어느 하나라도 불이행하여 이 사건 전속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제12조 제1항), 피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과 관련하여 위반할 수 있는 사항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가 않다. 그리고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원고의 연예활동에 따른 수입 발생 후 6개월 내 그 수익을 분배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지만(제8조 제5항),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수인 원고의 주된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음반 발매로 인한 수익에 관해서는 현재와 같은 음반시장 상황에서 음반 판매로 수익을 남기기 어렵고, 모바일·인터넷에서의 음원 유통에 의한 수익에 관해서는 그 순수익의 10%만을 원고에게 배분하게 되어 있어서 그 비중이 극히 미약하며, 고정방송매체에 출연하여 얻는 수익도 고정출연 외에 게스트 및 가수로서의 방송출연으로 얻는 수익은 피고의 홍보진행비에 충당한 것으로 보아서 피고에게 귀속하기 때문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수익 분배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수익분배의무 불이행이나 그 부적정성을 주장하며 이 사건 전속계약의 해제나 해지를 주장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전속계약의 해제나 해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전속계약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모든 손해를 배상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총 투자액의 3배 상당의 금액에,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예상이익금의 2배 상당의 금액을 더한 금액에다가, 위약벌 1억 원까지 더한 금액이어서(제13조), 이와 같이 지나치게 과중한 손해배상과 위약벌에 관한 의무조항까지 존재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이 종료하기 전까지는 도저히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제(해지)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의 장기간으로 정해져 있고, 피고는 해제(해지) 조항을 통해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 반면,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전속계약 위반을 주장하여 계약을 해제(해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이상, 원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 동안 이 사건 전속계약에 심히 종속되어 그 활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장기간 동안 부당하게 제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제3조 제1항·제2항, 제12조 제2항은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 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

(2) 이익의 분배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50만 장, 100만 장 등 음반의 실제 판매량에 따라 2,5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정액을 지급받고, 앨범을 발매한 때부터 5년이 경과한 후에는 그 배분액의 100% 범위 내에서 합의하여 분배 이익을 상향조정할 수 있으며, 모바일·인터넷상의 음원유통에 대한 수익과 해외시장 판매를 목적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음반의 경우에는 순수익의 10%를 지급받고, 원고가 고정방송매체에 출연하여 얻는 수익의 40%를 분배받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제7조 제1항·제3항, 제8조 제1항).

그런데 이 사건 전속계약 내용 및 이 사건의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음반의 경우 실제로는 5년이 경과하기 전에 대부분의 인세 수입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현재와 같은 음반시장 상황에서 음반 판매로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하는 점은 피고가 자인하고 있어서(피고의 2009. 12. 2.자 준비서면), 음반 판매로 인한 이익의 분배는 원고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또한, 모바일·인터넷에서의 음원 유통에 의한 수익에 관해서는 그 순수익의 10%만을 원고에게 배분하게 되어 있어서 그 비중이 극히 미약한데다가, 원고가 수입으로 주장할 수 있는 부분 가운데 음반 발매를 제외한 연예활동으로 인한 이익의 분배에 관해서는, 고정방송매체에 출연하여 얻는 수익의 40%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기는 있지만, 고정출연 외에 게스트 및 가수로서의 방송출연으로 얻는 수익은 피고의 홍보진행비에 충당한 것으로 보아서 피고에게 모두 귀속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제8조 제2항), 원고가 상당한 기간 연예활동을 하여서 방송매체에 고정출연을 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고로부터 분배받을 수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르면, 피고는 원고의 동의 없이도 원고가 발표한 곡들을 라이브 음반, 베스트 음반, 옴니버스 음반과 같은 2차적 편집음반에 포함시켜 재발매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수익은 피고에게 귀속하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제7조 제2항), 이 사건 전속계약으로 인하여 원고가 작사, 작곡 및 편곡한 저작물과 계약기간 중 피고가 제작한 원고의 노래, 앨범, 사진, 동영상 등에 대한 저작권, 나아가 원고의 성명, 예명, 각인, 필적(서명), 사진, 주민등록증 사본, 주민등록증 등본 등을 계약 및 이에 준하는 것에 사용할 권리도 모두 피고에게 귀속하고, 원고가 계약기간 중 작사, 작곡 및 편곡한 곡을 사용할 때에는 피고의 승낙을 받도록 되어 있어서(제5조), 피고는 원고가 가수활동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저작권 등의 여러 권리까지도 모두 가져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결국,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익 분배 및 권리 귀속에 관한 제5조, 제7조 제2항, 제8조 제2항의 내용은, 원고가 주장할 수 있는 이익은 극히 미미한 반면, 피고는 원고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모두 가져가는 심히 불공정한 이익 분배에 관한 것이어서,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 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

(3) 손해배상과 위약벌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르면,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을 위반한 경우 피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데, 이때 손해배상의 내역은 총 투자액(음반제작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 비용)의 3배 상당의 금액, 그리고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예상이익금의 2배 상당의 금액이고, 원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에는 원고는 그 외에도 위약벌로 피고에게 1억 원을 배상하도록 되어 있다(제13조). 이에 반해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의 손해배상이나 위약벌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이와 같이 계약 당사자 중 일방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이나 위약벌을 정한 것은 그 자체로 불공정하다. 그리고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손해배상과 위약벌의 정도에 관하여 보더라도, 손해배상은 피고가 들인 총 투자액의 3배에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예상이익금의 2배 상당의 금액을 더하고, 여기에 다시 위약벌로 1억 원을 가산해야 하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그 금액을 예상하기도 어렵고, 현실적으로 이를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록 연예산업에서 신인을 발굴·육성하여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는 데 비해, 그 성공비율이 높지 않아서 피고와 같은 연예기획업자는 성공한 연예인들에게서만 그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서 유망한 연예인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다소 과다한 손해배상이나 위약벌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는 기존 투자액의 3배나 되는 금액을 배상하여야 하는데다가, 객관적으로 수치를 한정하기도 어려운 장래 예상수익액의 2배까지 함께 배상하고, 여기에 더하여 위약벌로 1억 원까지 지급하여야 하므로(원고가 소속된 그룹 ‘ ○○’이 2006. 12. 14. ‘ □□□’라는 제목의 싱글앨범을 출시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피고는 그 앨범 출시를 위해 약 10억 원 상당을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므로, 결국 피고의 주장에 의할 때 원고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경우에는 원고는 ‘ ○○’의 구성원들과 함께, 또는 그 안분비율에 따라 다른 비용을 제외하고도 30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출발점으로 해서 산정한 손해액을 배상하여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 사건 전속계약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할 때에는 계약 위반으로 인한 투자자의 손해의 회복 내지 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원고를 피고에게 예속시킬 정도로 현저히 불공정하고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피고가 많은 초기 투자비용을 들여 사업의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시점에 이르렀는데 이 사건 전속계약이 무효가 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는 피고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도 보이나, 계약이 무효로 될 경우 그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사유는 이 사건 전속계약의 내용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의 내용이 민법 제103조 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이러한 사유를 고려할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손해배상 및 위약벌과 관련된 제13조 역시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 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

다. 피고의 계약 내용 수정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 후에 원고에게도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정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 사건 전속계약의 불공정성은 없어지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7. 7. 27. 피고가 2007년 연말까지 원고를 공중파방송 또는 케이블방송에 출연시키지 못하면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07. 7. 27.자 합의에 의하면, 출연이 성사된 경우에는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계약사항을 계속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위와 같은 합의는 이 사건 전속계약의 효력이 유지됨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전속계약에 해지 사유를 하나 추가한 정도에 불과하여, 이러한 합의로 인하여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내용이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전속계약의 무효의 범위

이 사건 전속계약에 있어서 계약기간, 이익의 분배, 계약의 해제, 손해배상 등과 같은 중요한 조항들이 모두 민법 제103조 에 위반하여 무효인 이상, 나머지 계약조항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속계약 자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 역시 그러한 조항이 없더라도 나머지 조항들만으로 전속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결국 이 사건 전속계약은 그 전부가 무효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전속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데,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전속계약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할 것이고,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기택(재판장) 함석천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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