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피항소인
미래에셋증권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변호사 김지홍)
피고, 항소인
동양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강신섭 외 2인)
변론종결
2013. 4. 25.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당심에서의 청구감축에 따라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피고는 원고 미래에셋증권 주식회사에게 2,375,284,000원, 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에게 4,506,416,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1. 11. 9.부터 2013. 5. 3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미래에셋증권 주식회사에게 2,375,284,000원, 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에게 4,506,416,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0. 7. 2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제1심에서 피고에게, 원고 미래에셋증권 주식회사는 2,770,784,000원, 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는 5,00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0. 7. 10.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것을 구하다가 당심에서 청구를 감축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에서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문의 제3면 제12행부터 제4면 제1행까지 사이에 설시된 3), 4) 부분은 다음과 같이 고쳐 쓰고, 제6면 제21행 ‘증인 소외 3, 소외 2의 각 증언’ 다음에 ‘이 법원의 한국거래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를 추가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문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9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3) 원고 미래에셋증권은 ○○○○○은행으로부터 위탁받은 매수주문을 넣기 위하여 같은 날 오전 8시 50분 무렵 3명의 담당자가 미리 매수주문을 입력하였는데, 15,000계약의 매수주문을 담당한 원고 미래에셋증권 직원 소외 1은 주문가격란에 0.80을 입력하여야 함에도 ‘.’을 찍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80을 입력하였다(이하 ‘이 사건 매수주문’이라 한다).
4) 같은 날 개장 이전에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에 관하여, 피고 직원 소외 4는 1.2원에 300계약의, 피고 직원 소외 2는 1.1원에 322계약의 각 매도주문을 입력하였고, 개장과 동시에 원고 미래에셋증권이 입력한 매수호가와 피고가 입력한 매도호가가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거래시스템에 전송되어 아래 표와 같이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피고 직원 소외 2가 체결한 계약은 순번 2, 4, 6 내지 26, 28 내지 31, 33 내지 35 각 계약이고{소외 2가 체결한 계약 중 2번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에 대하여 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 피고 직원 소외 4가 체결한 계약은 순번 1, 27, 32 각 계약이다.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매수주문 수량 15,000계약 중 이 사건 거래는 8,700계약이고, 피고 이외에도 맵스자산운용 주식회사, 주식회사 하나은행 등이 매도주문을 내어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를 80원에 매도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
2.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거래는 피고가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직원 소외 1의 경솔한 주문실수를 이용하여 시가 0.80원 내지 1.00원 상당의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를 그보다 약 100배 높은 80원에 매도함으로써 약 78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였는바, 이 사건 거래는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서 민법 제104조 에 따라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거래로 인하여 얻은 이익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여기에서 ‘경솔’이라 함은 어떠한 행위를 하기로 의사를 결정한 때에 그 행위의 결과에 대하여 보통인이 기울이는 주의를 하지 않는 심적 상태를 말하고, 당사자가 경솔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다84192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거래가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경솔 때문에 이루어졌는지 보건대, 앞에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직원 소외 1은 이 사건 거래 당시 주문가격 0.80원에 15,000계약을 매수하려고 하다가, 단말기에 매수가격을 80원으로 입력하였던 것이므로, 이 사건 거래는 소외 1이 이 사건 매수주문시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를 0.80원에 매수하기로 의사결정은 제대로 하였으나 위 의사대로 단말기에의 입력하기 위하여 의사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80원으로 잘못 입력하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소외 1이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의 매수가격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경솔하게 의사를 결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의사결정 이후 표시과정에서의 입력실수로 인하여 표시의 내용과 내심의 의사가 불일치하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유 없다.
3.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매수주문이 착오로 인한 것인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미래에셋증권은 ○○○○○은행의 요청대로 매수주문 하려는 의사가 있었음에도, 원고 미래에셋증권 직원 소외 1이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주문가격란에 0.80이라고 입력하려는 과정에서 80으로 잘못 입력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매수주문은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착오로 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위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매수주문의 주문가격 ‘80원’은 이 사건 거래 전날의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종가 0.90원과 현격한 차이가 났고, 이 사건 거래를 전후하여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의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매수주문의 착오는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다고 할 것이어서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민법의 착오취소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
1) 거래의 성질상 민법의 착오취소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
원고들은 이 사건 매수주문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9조 에 의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거래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는 선물스프레드 거래의 기본구조 및 특성, 즉 ① 거래 대상이 정형화, 표준화되어 있는 점, ② 대면거래와 달리 장내거래에서는 거래 상대방을 알 수 없는 점, ③ 거래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④ 짧은 시간 내에 연쇄적으로 신속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점, ⑤ 한국거래소의 회원들만이 거래에 참여한다는 점, ⑥ 이 사건과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서울고등법원 2005. 6. 24. 선고 2004나68412 판결 에서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이 배제된다고 판시한 바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거래를 포함한 선물스프레드 거래에서는 거래의 안전성과 거래 상대방의 신뢰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거래의 성질상 민법 제109조 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7호증, 갑 11 내지 21호증(가지 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1, 2호증, 을 6호증의 1, 2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민법의 착오취소 규정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법상의 의사표시에 적용되고, 민법 제109조 는 표의자의 자기결정을 보호하되 표의자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착오가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 취소가능성을 제한함으로써 거래의 안전성과 상대방의 신뢰도 아울러 보호하고 있으므로, 거래의 성질상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상행위에 관하여 착오취소를 배제하는 상법 제320조 제1항 과 같은 별도의 적용 배제규정이 없음에도, 이 사건 거래에 관하여 민법의 착오취소 규정의 적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우리 민법이나 상법의 체계에 맞지 않고, 민법 제109조 전체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② 이 사건 거래 당시 시행되던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2009. 12. 29. 규정 제567로 개정된 것, 이하 ‘거래 당시 업무규정’이라고만 한다)과 그 시행세칙에는 민법 제109조 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취지의 명문 규정이 없었고, 이 사건 착오거래 후에 개정된 업무규정(2011. 12. 28. 규정 제800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개정된 업무규정’이라 한다)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정한 요건하에서 착오거래 구제제도를 도입하였으나(제81조의 2), 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 민법 제109조 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취지의 명문 규정을 두지 아니한 점, ③ 전자거래시스템을 통한 금융투자상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뉴욕증권거래소, 미국증권위원회, 시카고옵션거래소 등), 유럽(EUREX), 중국(홍콩거래소)에서도 거래소 업무규정 등을 통해 일정한 요건하에 착오거래를 구제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외국의 착오거래 구제제도와 우리 민법에 기한 착오거래 취소는 거래가 성립된 이후에 사후적으로 이를 취소시킨다는 측면에서는 법률상 성질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아니하고 거래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지 아니한 점, ④ 선물스프레드 거래에 있어서 매매계약의 체결은 매도호가와 매수호가의 경합에 의해 개개의 가격으로 개개의 수량이 합치될 때 가격 및 시간 우선의 원칙에 따라 계속적으로 매매를 성립시키는 ‘복수가격에 의한 개별경쟁거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일정한 시간 동안 전산입력에 의하여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집중시켜 그 호가들 사이에서 미리 정하여진 가격 및 시간 우선의 원칙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는 ‘단일가격에 의한 개별경쟁거래 방식’과는 구별되고, 피고가 근거로 들고 있는 위 서울고등법원 2004나68412 판결 은 단일가격에 의한 개별경쟁거래 방식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주가지수옵션거래의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이 사건 거래와 같은 선물스프레드 거래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점, ⑤ 파생상품단말기의 입력 화면에는 해당 선물스프레드 상품에 관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의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므로,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고 자신의 호가가 다른 호가와 경합할 경우 계약 체결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하더라도, 거래에 참여한 다른 당사자들이 제시한 거래의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거래에 관하여도 민법 제109조 는 적용되고,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 보호 역시 민법 제109조 의 해석을 통하여 도모되어야 할 것이다.
2) 민법 착오취소 규정에 대한 적용 배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는, 원고 미래에셋증권과 피고는 각 한국거래소의 회원으로서 한국거래소의 자치법규인 업무규정과 그 시행세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거래 당시 시행되던 업무규정 및 시행세칙은 선물스프레드 거래의 호가한도를 규정하고 있고, 한국거래소의 회원이 주문의 접수, 호가의 입력 등을 할 때 착오를 일으킨 경우 그 거래를 자기거래로 인수함으로써 정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거래 상대방에 대하여 거래를 정정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으며, 개정된 업무규정 및 시행세칙에 의하더라도 착오거래 구제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업무규정 및 시행세칙은 이 사건 거래에 관하여 민법상 착오취소 규정의 적용이 배제됨을 전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 미래에셋증권과 피고가 업무규정 및 시행세칙을 준수하기로 한 이상 그들 사이에는 이 사건 거래에 관하여 민법의 착오취소 규정 적용을 배제하기로 하는 합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갑 15호증, 을 1, 2,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거래 당시 업무규정 제70조 및 그 시행세칙 제60조에서 호가는 기준가격을 기준으로 상한가보다 높거나 하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이하 ‘호가한도 규정’이라 한다)하고, 같은 업무규정 제81조 및 그 시행세칙 제77조에서 회원이 주문 접수, 호가의 입력 등을 함에 있어서 착오로 주문의 내용에 부합되지 아니하게 성립된 거래를 정정할 수 있다고 규정(이하 ‘위탁매매와 관련한 착오거래 정정 규정’이라 한다)하고 있었던 사실, 개정된 업무규정은 제81조의2에서 착오거래의 구제를 신설하여 거래소는 회원 또는 위탁자의 착오로 인하여 본래의 의사와 다르게 성립된 거래(이하 ‘투자자 착오거래’라 한다) 중 세칙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이를 구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개정된 시행세칙 제78조의2 내지 4에서는 착오거래로 인한 손실액이 10억 원 이상이고, 착오거래 당사자는 장종료 후 15분 이내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며, 착오거래 당사자와 거래상대방 사이에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한국거래소가 착오거래를 취소해주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① 호가한도 규정은 시장 가격이 과하게 변동하는 것을 억제하여 증권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착오로 호가를 입력하는 위험을 다소나마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일 뿐, 호가한도를 넘는 주문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착오 취소 자체를 허용하지 아니할 의도로 호가한도 규정을 마련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무리이고, 위탁매매와 관련한 착오거래 정정규정 역시 고객의 위탁매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착오로 주문을 잘못 입력하면 자기거래로 처리하게 함으로써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지 이로써 직접적으로 착오취소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호가한도 규정과 위탁매매와 관련한 착오거래 규정은 신설된 착오취소 규정과 공존하면서 각기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 있으므로 위 두 규정의 존재를 이유로 민법의 착오취소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하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거나 상호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③ 신설된 착오취소 규정에 따르더라도 민법상의 착오취소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명시적인 내용은 없고 한국거래소를 통하여 간이하게 취소시키기 위한 방법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신설된 착오취소 규정에 의하여 비로소 취소가 가능해진 것으로 볼 수도 없는 점, ④ 업무규정을 제정한 한국거래소 역시 당사자가 착오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정정 취소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점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거래 당시의 업무규정 및 시행세칙이 민법의 착오취소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것을 전제로 하여 위와 같은 제도들을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업무규정 및 시행세칙에 근거하여 거래당사자 사이에 민법의 착오취소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소결론
다. 중과실로 인한 착오인지 여부
피고는, 이 사건 거래에 민법 제109조 가 적용되어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이므로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표의자는 이 사건 거래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649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4호증의 2, 3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미래에셋증권은 한국거래소의 회원으로서 이 사건 거래와 같은 장내파생상품거래 등을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고, 이 사건 거래를 담당한 소외 1은 3년 이상 파생상품거래업무를 한 경험이 있는 사실, 원고 미래에셋증권이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매수가격으로 정하고자 한 0.80원과 실제로 단말기에 입력한 80원은 100배에 달하는 차이가 있고, 소외 1이 개장하자마자 주문을 전송하기 위하여 개장에 앞서서 미리 단말기에 매수가격 등의 주문내용을 입력해둔 것이므로 입력 이후 전송하기까지 입력한 내용을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사실, 소외 1이 이 사건 거래의 주문내용을 입력한 다음 큰 소리로 주문내용을 불러서 다른 직원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복명복창’을 하면서도 기재오류를 인식하지 못한 사실, 금융감독원에서 2007년경부터 마련한 증권회사의 주문착오 방지 모범 규준을 정하여 착오주문을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하였는데 원고 미래에셋증권은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착오는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중대한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라. 피고가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를 이용하였는지 여부
1)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매수주문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이용하여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고 미래에셋증권은 이 사건 거래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거래는 한국거래소를 통하여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우 짧은 시간인 약 15초 이내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이 사건 매수주문이 착오로 인한 것인지 알지 못하였고 알 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2) 판단
의사표시의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제109조 단서는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당초에 그 상대방이 악의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위 규정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석함이 위 제109조 전체의 정신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참조).
살피건대, 갑 10호증, 갑 19호증의 1 내지 4, 갑 20호증, 갑 21호증의 1, 2, 을 6호증의 1, 2, 을 7호증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3, 소외 2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거래는 복수가격에 의한 개별경쟁매매로 장중 매매거래시에는 매수호가부터 주문량이 순차로 5개씩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스템에 실시간으로 공개가 되고, 이 사건 거래 당시에도 호가를 한 당사자는 공표되지 않으나 이 사건 주문 내역으로 ‘1계약당 80원에 15,000계약을 사겠다’는 주문 내역이 거래참가자들 모두에게 공개된 사실,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는 불과 1개월 차이를 두고 있는 2개의 통화선물(2010. 2. 통화선물 및 2010. 3. 통화선물)의 차액을 거래하는 통화선물스프레드로서 시장가격이 2원 오르거나 2원 내리는 수준으로 변동성이 적어 평소에는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0.1원 내지 0.3원이 변하였던 사실, 피고는 1990년경부터 장내파생상품 거래경험이 있고, 피고 직원 소외 2 역시 2000년경부터 파생상품거래업무를 담당해온 사실, 소외 2 스스로도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가격이 80원으로 올라간 것은 업무를 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다만 그런 주문이 착오로 입력된 경우를 본 적이 있어서 이 사건 거래의 매수가격 80원이 매우 이례적인 호가임을 인정하고 있는 사실, 소외 2는 개장 이전인 오전 8시 54분 1.1원에 332계약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입력해두었다가 9시 3.60초에 위 주문이 80원에 체결되자, 거래화면에 나온 호가 80원을 클릭하고 300개의 반대주문을 고정하여 이로부터 4.46초가 지난 9시 8.46초에 다음 주문수량 300개의 반대주문을 1회 넣고 9시 11.88초부터 본격적으로 반대주문을 넣기 시작하여 불과 4~5초(9시 11.88초부터 9시 15.73초까지)만에 추가로 반대주문을 28회 입력한 사실, 소외 2는 이 사건 거래가 있기 전까지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에 대하여 하루 1,000계약 이상 주문을 넣지 않았으나, 이 사건 당일에는 10,000계약을 넣었던 사실, 소외 2의 빠른 반대주문 입력으로 원고 직원들은 순식간에 매도잔량이 줄어들어서 착오주문을 취소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로서는 이 사건 거래 중 최초의 매매계약이 80원에 체결된 후에는 이 사건 매수주문의 주문가격이 ‘80원’인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이 사건 매수주문이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의 시가와의 차액을 얻기 위해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에 걸쳐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3) 소결론
원고 미래에셋증권은 이 사건 매수주문을 함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에 대하여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매수주문은 민법 제109조 에 따라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로써 취소되었다.
마.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발생 및 범위
1)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발생
이 사건 매수주문이 착오를 이유로 취소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 미래에셋증권에게 이 사건 거래로 취득한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고, 원고 미래에셋증권은 피고에게 이 사건 거래에서 매수한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범위
피고가 원고 미래에셋증권에게 반환해야 할 매매대금은 6,960,000,000원(= 80원 × 8,700계약 × 10,000달러)이고, 원고 미래에셋증권은 이 사건 거래에서 매수하였던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8,700계약을 2010. 2. 9. 제3자에게 이를 0.90원에 전부 매도한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원고 미래에셋증권이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로써 위 각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같은 금액의 범위 내에서 상계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그러므로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의 가액 상당액 78,300,000원(=0.90원 × 8,700계약 × 10,000달러)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로서, 피고는 원고 미래에셋증권에게 상계되고 남은 매매대금 6,881,700,000원(6,960,000,000원 - 78,300,0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원고 현대해상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2010. 7. 19. 원고 미래에셋증권에게 보험금액 전액인 50억 원을 지급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 현대해상이 원고 미래에셋증권을 대위하여 청구하는 금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현대해상에게 원고 현대해상이 원고 미래에셋증권을 대위하여 청구하는 4,506,416,000원, 원고 미래에셋증권에게 나머지 반환대금 2,375,284,000원(= 6,881,700,000원 - 4,506,416,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그 지급을 청구한 다음날인 2011. 11. 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3. 5. 3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당심에서의 청구감축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이와 결론을 같이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다만,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은 당심에서 원고들의 청구감축에 의하여 주문 제3항과 같이 변경되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