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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다886 판결
[대여금][공1992.8.15.(926),2247]
판시사항

가. 금원을 대여하면서 어음을 배서교부받은 경우 그 어음의 배서일자에 금원이 대여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나. 채무자가 채권증서에 갈음하거나 채무의 이행확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약속어음을 교부한 경우 그 약속어음을 채권자가 소지하고 있는 사정과 채무이행의 인정 가부

판결요지

가. 채권자가 금원을 대여할 때에 채무자로부터 배서교부받은 어음의 배서일자 부분이 위조되거나 허위기재되었다는 등 그 기재의 진정성을 부정할 만한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채권자는 배서일자에 채무자에게 위 금원을 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채무자가 채권증서에 갈음하거나 채무의 이행확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약속어음을 교부한 경우에는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그 약속어음을 반환받는 것이 상례이고 채무를 이행하고도 그 약속어음의 반환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극히 이례에 속하는 일이므로, 그 약속어음을 채권자가 소지하고 있다면 채무이행을 하고도 반환하지 않은 데에 대한 수긍할 만한 설명이 없는 한 아직도 채무이행은 안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희태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찬욱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80.5.30. 금 60,000,000원을 대여하면서 그 담보조로 피고로부터 소외 1 발행의 액면금 60,000,000원, 지급기일 1980.8.30.로 된 약속어음 1매(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고 한다)를 배서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반하는 갑 제2호증의 2의 일부기재(1980.6.10.이라는 기재부분) 등은 위 채용증거와 을 제9호증의 12의 기재 등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한 다음, 피고가 1980.8.29. 원고에게 위 금 60,000,000원을 변제하였다고 항변한 데에 대하여, 그 거시증거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위와 같이 금원을 차용함에 있어 원고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함과 동시에 위 소외 1 발행의 지급기일이 1980.6.30., 같은 해 7.30. 같은 해 8.30.로 된 액면금 2,100,000원의 약속어음 3매를 위 차용금에 대한 3개월 동안의 이자조로 미리 교부하는 한편, 역시 같은 날 위 차용금에 대한 물적 담보로 소외 2, 소외 3, 소외 4 등의 공유인 대구 중구 (주소 생략) 대 211.6㎡에 관하여 가등기권자를 원고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친 사실, 그 당시 피고는 위 소외 1과 동업으로 대구 중구 남일동 소재 미도백화점 빌딩을 건축중이었는데, 위 소외 2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합동건축사무소가 위 건물의 설계를 하여 그 건축설계비용대금이 70,000,000원이었으나 위 소외 2 등은 피고로부터 위 미도백화점빌딩 11층 100평을 분양받아 그 분양대금 120,000,000원에서 위 건축설계비용대금을 공제하여 그 당시 피고에게 50,000,000원의 분양대금 채무를 지고 있었으므로, 위 소외 2의 승낙을 받아 소외 2 등의 소유인 위 부동산에 관하여 위와 같이 원고 앞으로 가등기를 경료하게 된 사실, 그 후 피고는 이 사건어음의 지급기일 하루전인 1980.8.29. 위 소외 2로부터 금 50,000,000원을 지급받고 여기에 금 10,000,000원을 보태어 합계 금 60,000,000원을 원고에게 변제하고 위 소외인들 소유의 부동산에 담보조로 설정된 원고 명의의 가등기를 말소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60,000,000원의 차용금 채무는 1980.8.29.자 피고의 변제로 인하여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위 원심판시는 요컨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금원을 1980.5.30. 대여하고 그 날 그 담보로 소외 2 등의 소유부동산에 대하여 가등기를 경료하였다가 1980.8.29. 위 대여금을 변제받고 위 가등기를 말소하였다는 취지이다.

(1) 그러나 먼저 위 금원의 대여일자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이 사건 금원을 대여할 때에 피고로부터 배서교부받은 이 사건 어음배면(갑 제2호증의2) 기재를 보면 피고 명의의 배서일자가 1980.6.10.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배서일자 부분이 위조되거나 허위기재되었다는 등 그 기재의 진정성을 부정할 만한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원고는 위 배서일자에 피고에게 위 금원을 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비추어 위 어음의 배서일자 기재의 신빙성을 배척하였으나, 그 거시증거 중 을 제3호증의 1, 2 및 을 제9호증의 6은 피고가 보관하고 있던 문서로서 그 성립 및 내용의 진정성을 담보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며, 을 제9호증의 5는 피고 본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담은 서면이고, 을 제9호증의 12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작성한 위 배서일자 기재부분에 대한 필적 감정서이나 위 기재부분중 '9'는 원고의 필적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 반면 피고의 필적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내용일 뿐이어서 위 기재부분이 피고의 필적과 다르다거나 위조되었다는 내용이 아니므로 위 기재부분의 진정을 부정할 수 있는 분명한 반증이 되지 못하며, 1심증인 소외 5의 증언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위 금원을 차용하거나 이 사건 어음에 배서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는 내용이고, 그 밖에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의 1,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3은 위 배서일자 기재부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료들이다.

결국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은 위 어음의 배서일자 기재부분의 진정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배서일자 기재부분을 믿을 수 없다 하여 그 신빙성을 배척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위 금원을 대여한 일자를 1980.5.30.이라고 인정한 것은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금원을 대여한 일자를 1980.5.30.로 볼 수 없고 1980. 6. 10.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소외 2 등의 소유부동산에 관하여 1980.5.30. 원고 명의로 경료된 위 가등기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60,000,000원에 대한 담보로 경료된 것이라고 볼 수 없게 되므로, 위 가등기가 말소된 사실은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를 인정할 자료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2) 또 채무자가 채권증서에 갈음하거나 채무의 이행확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약속어음을 교부한 경우에는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그 약속어음을 반환받는 것이 상례이고 채무를 이행하고도 그 약속어음의 반환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극히 이례에 속하는 일이므로, 그 약속어음을 채권자가 소지하고 있다면 채무이행을 하고도 반환하지 않은 데에 대한 수긍할 만한 설명이 없는 한 아직도 채무이행은 안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금원을 대여하고 그 이행확보를 위하여 배서교부받은 이 사건 어음을 현재 그대로 소지하고 있고 달리 위 어음금을 변제받았다는 영수증을 피고에게 발행교부한 바도 없을 뿐 아니라, 피고가 위 차용금을 원고에게 변제하고도 위 어음을 반환받지 않은데에 대하여 수긍할 만한 설명도 없으므로 위 어음을 현재 원고가 소지하고 있는 사실을 피고의 변제항변을 인정하는 데에 장애가 된다.

(3) 이 밖에 피고가 1980.8.29. 피고에게 50,000,000만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위 소외 2로부터 그 금원을 변제받고 여기에 10,000,000원을 보태어 원고에게 60,000,000원을 변제하였다는 원심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로 피고본인, 소외 2, 소외 6의 진술을 담은 서면인 을 제9호증의 5, 7, 8, 17, 19의 기재와 원심증인 소외 2, 소외 6의 증언이 있으나, 소외 2는 피고의 친구이고 소외 6은 피고의 동생인 점, 원심이 채용한 을 제3호증의 2의 기재(특히 수취인이 '합동건축'이라는 기재부분)에 의하면 피고는 1980.5.30. 합동건축사무소에 금 60,000,000원의 채무에 대한 이자조로 약속어음 3매를 발행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합동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소외 2 등이 1980.5.30.당시 피고에 대하여 금 50,000,000만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면 피고가 위와 같은 약속어음을 위 합동건축사무소에 발행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점과 여기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현재 이 사건 약속어음을 원고가 소지하고 있는 점을 합쳐 생각해 보면 위 증거들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 밖에 1심증인 소외 5의 증언은 가등기가 말소된 사실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에게 60,000,000원을 변제한 것으로 추측한다는 내용이므로 그 증거가치가 없고 그 밖의 원심이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은 위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4) 결국 원심이 피고가 원고에게 60,000,000원을 변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만운(재판장) 이회창 김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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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1.11.28.선고 91나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