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시에 좇아 일괄하여 사직서를 작성 제출함에 있어 그 사직서에 기하여 의원면직처리될지 모른다는 점을 인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의 내심에 사직의 의사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나.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와 부당해고의 성부
다. 1980.8. 초순경의 이른바 언론인 강제해직조치에 따라 이루어진 근로자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이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 이로 인한 면직처분 이후 정년까지의 일실급료와 일실퇴직금상당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판결요지
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인지의 여부는 효과의사에 대응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시에 좇아 일괄하여 사직서를 작성 제출할 당시 그 사직서에 기하여 의원면직처리될지 모른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그의 내심에 사직의 의사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조치는 부당해고에 다름없는 것이다.
다. 1980.8 초순경의 이른바 언론인 강제해직조치에 따른 의원면직처분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직서를 제출케 하고 그 사직서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 근로자는 이러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그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시에 이미 알았고, 또한 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 면직처분 이후 정년까지의 일실급료와 일실퇴직금 상당 손해의 발생사실은 위 일실급료나 일실퇴직금을 지급할 날에 알았다고 할 것이며, 1988.12.경 개최된 국회 문교공보위원회의 청문회를 통하여 알게 된 것은 위 불법행위 요건사실의 경위 배경 등에 관한 이면사정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위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위 일실급료나 일실퇴직금을 지급할 날로부터 진행한다고 볼 것이다.
참조조문
가.나. 민법 제107조 제1항 나.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태류
피고, 상고인
한국방송공사 새마을금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휴섭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보충상고이유서는 제출기간이 지난 뒤의 것이므로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내에서)에 대하여
1.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 금고는 소외 한국방송공사의 임원 및 사원, 피고 금고의 직원 등을 회원으로 하여 신용사업, 문화복지사업, 교육사업, 지역사회개발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위 방송공사의 사장이 피고 금고를 대표하고 업무를 통할하는 이사장직을 맡아 왔으며, 기타 임원들도 위 방송공사의 임원들이 담당하여 온 사실과 원고들은 피고 금고에 근무하던 중 1980.8.초순 경 피고 금고와 위 방송공사와의 밀접한 관계로 인하여 위 방송공사에 대한 언론인 강제해직조치에 피고 금고가 병행처리됨에 따라 피고 금고 임원들의 지시에 좇아 다른 일반직 직원 20여명과 함께 일괄하여 피고 금고에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였는데, 피고 금고는 원고들의 사직의사표시가 진의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같은 해 8.8. 원고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여 의원면직처리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이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다.
진의 아닌 의사표시인지의 여부는 효과의사에 대응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바, 비록 원고들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할 당시그 사직서에 기하여 의원면직처리될지 모른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써 그들의 내심에 사직의 의사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사직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조치는 부당해고에 다름없는 것이다.
따라서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한 경우 부당해고가 성립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한 논지는 이유 없어 채택할 수 없다.
2. 원고 1이 1980.9.1.부터 정년이 되는 1982.9.26.까지의 일실급료와 일실퇴직금에 상당하는 금원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로서 구하는 이 사건 있어서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에 대하여, 원심은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말하는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의 발생과 가해자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때라고 해석한 다음, 위 원고는 1988.12.경 국회 문교공보위원회에서 언론인 강제해직조치에 관한 청문회가 개최될 때 비로소 그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이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 청구의 원인이 되는 점을 알았으므로 소멸시효기간은 그때부터 진행되는 것이며 아직 그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위 원고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이 불법행위가 되는 까닭은 피고가 위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사직서를 작성 제출케 하고 그 사직서에 기하여 의원면직처분을 하였다는 데에 있는바, 위 원고는 이러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그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시에 이미 알았고, 또한 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발생사실은 위 일실급료나 일실퇴직금을 지급할 날에 알았다고 할 것이며, 국회문교공보위원회의 청문회를 통하여 알게 된 것은 위 불법행위 요건사실의 경위배경 등에 관한 이면사정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위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위 일실급료나 일실퇴직금을 지급할 날로부터 진행한다고 볼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기간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이유 모순의 위법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므로 논지는 이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원심판결 중 원고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며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