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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2. 20. 선고 2006노1532 판결
[업무방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희동

변 호 인

변호사 송영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49일을 위 벌금에 관한 노역장 유치기간에 산입한다.

이유

1.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

가. 법리오해 주장

① 이 사건 파업은 주체, 수단, 목적 등에 있어 정당할 뿐만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이 사건 직권중재회부결정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절차적으로도 정당하므로 정당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해당하고, ② 이 사건 파업은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것에 불과하므로, 단순한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해당할 뿐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③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부진정부작위범에서의 보증인적 지위가 필요한데, 근로계약에 기한 근로의무만으로는 근로자들이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④ 설령 이 사건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이 사건 파업의 경위 등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할 것임에도,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나. 양형부당 주장

이 사건 파업은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고, 노동조합 스스로 일찍 파업을 철회한 점, 피고인은 10년 넘게 철도청에서 성실히 근무해 왔으며, 집행유예 이상의 중한 처벌을 받은 전과가 없는 점 등 이 사건의 여러 정상을 참작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변호인이 당심에서 제출한 각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운송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71조 제2항 에 정한 필수공익사업장이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은 한국철도공사의 근로자들을 가입대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다.

나.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는 2005. 8. 31.부터 2005. 11. 4.까지 본교섭 6회 및 실무교섭 37회 등 총 43회에 걸쳐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05. 11. 10. 법 제53조 에 기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하자, 중앙노동위원회가 법 제72조 에 따라 구성한 특별조정위원회는 사전조정회의 2회를 거쳐 2005. 11. 25. 본 조정회의를 개최하여 209건에 달하는 노사간의 쟁점사항을 조정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노사간의 현격한 주장차이로 인하여 조정안 제시가 어려워 조정성립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조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조정을 종료하였다.

다. 그런데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05. 11. 25. 개최된 특별조정위원회에서 ‘자율교섭으로 타결하기 위하여 2005. 12. 16.까지 파업 없이 성실히 교섭할 것을 서면으로 확약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하자, 특별조정위원회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자율교섭의지를 존중하여 ‘우선 중재회부를 보류하고 향후 노동조합이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장을 중재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중재회부를 권고하였다.

라.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은 법 제75조 에 따라 공익위원에게 의견을 요청하여 공익위원으로부터 조건부 중재회부가 타당하다는 의견제시를 받은 후 2005. 11. 25.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에게 공익위원의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를 밝히면서 ‘2005. 12. 16.까지 중재회부를 보류하되, 향후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즉시 중재에 회부하겠다’는 내용의 중재회부 보류결정을 통지하였다.

마. 그 후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05. 12. 16.경 ‘2006. 1. 31.까지 파업 없이 성실히 교섭한다’는 취지의 확약서를 다시 제출하자,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은 2005. 12. 16. 다시 ‘2006. 1. 31.까지 중재회부를 보류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그 후 2006. 1. 31.에 이르러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더는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명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은 당시 노사 교섭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구체적인 파업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노사 자치에 의한 교섭과 노동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2006. 1. 31.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에게 ‘노사 자율교섭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2005. 11. 25.자 특별조정위원회의 중재회부 보류권고와 공익위원의 의견을 존중하여 중재회부 보류를 연장하겠다’는 내용의 중재회부 보류결정을 통지하였다.

바.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006. 2. 7.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총파업일정을 2006. 3. 1. 01:00경으로 결의한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와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으나, 2006. 2. 28. 최종적으로 노사간의 교섭이 결렬되었다.

사.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은 2006. 2. 28. 20:00경 ‘노사가 자율교섭을 계속하였으나 쟁점사항에 대하여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데, 파업시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고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할 것이 예상되어 2006. 2. 28. 21:00부로 중재회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중재회부결정(이하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이라 한다)을 하고, 같은 날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에게 중재회부결정을 송달하였다.

아. 피고인을 비롯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집행부는 위 중재회부결정에도 불구하고, 2006. 3. 1. 01:00경 조합원들에게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투쟁명령 제3호를 통하여, ‘전 조합원은 3. 1. 01:00경을 기해 총파업에 돌입하고, 각종 유언비어 및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에 현혹되지 말고 총파업 대오를 유지하라’는 취지의 방침을 전파하고, 이어 정부의 강경 대응방침 천명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주동자 체포영장 발부 등 사법처리절차에 직면하자, 2006. 3. 2. 조합원들에게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투쟁명령 제4호를 통하여, ‘전 조합원은 산개 투쟁을 지속하고 지역본부는 제2거점을 확보하여 파업을 지속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자. 이에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2006. 3. 1. 01:00경부터 같은 달 4. 14:00경까지 서울철도차량정비창 등 전국 641개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한 채 업무를 거부하여 한국철도공사의 KTX 열차 329회, 새마을호 열차 283회 운행이 중단되도록 하였고, 그로 인해 한국철도공사는 영업수익 손실과 대체인력 보상금 등 총 13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3.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이 사건의 쟁점

피고인은, 이 사건 직권중재회부결정에 다음과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어 그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파업은 중재 회부에 따른 쟁의행위 금지를 규정한 법 63조 에 위반되지 않는 것이어서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 취지로 주장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 사건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전제로서 이 사건 직권중재회부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2) 피고인의 주장 요지

(가) 직권중재제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실행하기도 전에 행정청인 노동위원회의 재량에 의하여 강제로 중재에 회부하도록 하고 있고, 중재회부결정 이후에는 15일간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면서도 금지되는 쟁의행위의 태양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 에 위반하여 필수공익사업 종사자들의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 등 노동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필수공익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일반사업장의 근로자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 에 위배되므로, 이와 같은 위헌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은 위법하다.

(나)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법 규정에 어긋나거나 그 규정을 사실상 형해화시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즉, ① 중재회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특별조정위원회가 사전에 조정을 실시하고 조정안을 제시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 조정안을 제시하지조차 아니하였고, 특별조정위원회의 조건부 중재회부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어 결과적으로 중재회부를 권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은 특별조정위원회의 조정안 제시절차 내지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결정 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②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확약서를 근거로 중재회부 보류결정을 해오면서 2차 확약서의 교섭시한인 2006. 1. 31.에 이르러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확약서 제출이 없었음에도 ‘만약 향후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즉각 중재에 회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자의로 중재회부 보류결정을 하는 등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중재회부결정을 남용하다가, 조정기간이 만료된 2005. 11. 25.부터 3개월이 지난 2006. 2. 28.경 파업예정시각을 4시간 남겨두고서야 비로소 중재회부결정을 하였는바, 이는 ‘㉠ 특별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권고가 있어야 하며, ㉡ 다른 공익위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법 규정을 형해화시킨 것으로서 그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한 것이다.

(3)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이 위헌적인 직권중재제도에 기한 것이어서 무효이거나 위법한지 여부

(가) 직권중재제도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국민의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법률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 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의 입법 활동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인바, 그러기 위해서는 입법의 목적이 정당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입법자가 선택한 방법이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똑같이 효과적인 방법 중에서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는 방법을 사용하여야 하고,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 형량하여 양자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위 직권중재제도는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 노사 양측의 극단적인 이해대립과 갈등으로 노사분규가 합의에 의하여 용이하게 타결되지 아니하여 파업이 빈발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마비시키고 국민경제가 붕괴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노동위원회의 중재를 통한 쟁의의 해결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공중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국민경제를 보전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공중의 일상생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보전이라는 목적들은 모두 사회질서의 유지와 공공의 복리라는 더 광범위한 개념의 공익 목적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 에 열거된 기본권제한사유 중에서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그 입법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노동쟁의로 인하여 국민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의 공급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중대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국민의 기초적 일상생활이나 심한 경우 그 생명과 신체에까지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며 나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상황을 방지하여 공익과 국민경제를 유지할 필요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직권에 의한 중재를 사전에 거치게 하는 것이 노동쟁의를 합리적 방향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타결하도록 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법상 별도로 인정되고 있는 긴급조정과 이에 따른 강제중재의 제도는 사후 구제책으로서의 기능을 할 뿐이고 이러한 사후적 제도만으로는 국민생활과 국가경제를 안정시키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직권중재제도가 파업에 이르기 전에 노사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 방법상 헌법상 정당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합한 수단의 하나가 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직권중재제도에 의한 직권중재의 대상은 도시철도를 포함한 철도,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 병원, 한국은행, 통신의 각 사업에 한정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사여건 하에서는 위와 같은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하여 쟁의행위에 이르기 이전에 노동쟁의를 신속하고 원만하게 타결하도록 강제중재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공익과 국민경제를 유지·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강제중재제도에 의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다수 국민의 생명·신체·건강 등 가장 중요한 개인적 가치를 지닌 법익일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유지, 보존이라는 중대한 공익이다. 이러한 공익은 쟁의가 발생한 당해 사업장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행동권의 보장이라는 사익에 비교하여 보아도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양 법익 간에 균형도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위 직권중재제도는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법상 규정한 기본권제한의 방법이 적절하며, 기본권 제한의 정도도 최소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간의 균형도 유지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 2003. 5. 15. 선고 2001헌가31 결정 참조).

(나) 직권중재제도가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 에서 규정한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직권중재제도는 철도,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 및 석유공급, 병원, 한국은행, 통신 등 필수공익사업이 일시적으로라도 중단될 경우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함은 물론 국민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고 국민경제를 현저히 위태롭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필수공익사업에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한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필수공익사업장의 근로자를 일반사업장의 근로자와 차별하는 것은 정당하다.

(다) 따라서 직권중재제도가 헌법에 위배되므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이 법 규정에 어긋나거나 그 규정을 사실상 형해화시킨 것이어서 무효이거나 위법한지 여부

(가) 특별조정위원회의 조정안 미제시가 위법한지 여부

위 인정사실과 같이 특별조정위원회가 두 차례 사전조정회의를 거쳐 2005. 11. 25. 본 조정회의를 개최하여 209건에 달하는 노사간의 쟁점사항을 조정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노사간 주장의 현격한 차이로 인하여 조정안 제시가 어려워 조정성립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조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조정을 종료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는 노동위원회규칙 제48조 제6항의 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에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에 기하여 이루어진 중재회부결정 또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나) 특별조정위원회의 조건부 중재회부결정이 위법한지 여부

법 제74조 제1항 에 의하면 특별조정위원회는 중재회부의 권고를 결정할 수 있는바, 그 중재회부의 권고에 있어서는 노사의 자율적인 분쟁해결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는 현행법의 취지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므로( 법 제47조 , 제52조 참조), 그 권고의 권한에는 노사의 자율적인 분쟁해결에 필요하다면 그 권고를 조건부로 하거나 그 중재회부의 시기를 조정하여 권고할 권한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특별조정위원회의 조건부 중재회부권고결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이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결정 및 다른 공익위원에 대한 의견 청취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는지 여부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은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결정 및 다른 공익위원의 의견청취가 있은 때로부터 3개월 후에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특별조정위원회가 ‘우선 중재회부를 보류하고 향후 노동조합이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장을 중재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중재회부를 권고하였고, 공익위원도 조건부 중재회부의 의견을 제시하였는바, 위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 및 의견 제시는 노사의 자율적인 분쟁해결을 우선시하여 바로 중재회부를 하는 것은 보류하되,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장을 중재에 회부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내용에 따른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까지도 당연히 예정해 두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은 법 소정의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결정과 다른 공익위원에 대한 의견 청취절차를 거쳤다고 할 것이다.

(라) 2005. 1. 31.자 중재회부 보류결정 및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이 위법한지 여부

노동쟁의조정에 있어 사적조정을 최우선시하고 있는 현행법의 취지를 고려해 보면 노사의 자율교섭의 중단으로 이르게 되는 중재회부결정은 노사의 분쟁해결에 있어 예외적이고 보충적으로 기능을 해야 할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노사간의 자율성, 책임성을 제고하여 성숙한 노사관계의 확립으로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노사간의 자율교섭에 의해 분쟁해결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중재회부결정은 되도록 신중하게 행하여져야 할 것이어서, 그 결정의 보류가 단지 쟁의행위 자체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재회부보류결정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특별조정위원회가 2005. 11. 25. 전국철도노동조합으로부터 2005. 12. 16.까지 파업 없이 성실히 교섭에 응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받고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결정을 하였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다시 교섭 시한을 2006. 1. 31.까지로 하는 확약서를 제출하자, 중앙노동위원회원장이 노사의 자율교섭에 의한 분쟁해결을 우선시하여 2차례에 걸쳐 중재회부보류결정을 한 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06. 1. 31.에 이르러 더는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명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은 당시 노사 교섭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구체적인 파업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노사자치에 의한 교섭과 노동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중재회부보류 결정을 한 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06. 2. 7.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총파업일정을 2006. 3. 1. 01:00경으로 결의한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와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으나 2006. 2. 28. 최종적으로 노사간의 교섭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이 ‘향후 노동조합이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장을 중재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다’는 2005. 11. 25.자 특별조정위원회의 조건부 중재회부권고와 그에 대한 공익위원의 의견을 고려하여 파업시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고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할 것이 예상되어 2006. 2. 28. 21:00부로 중재회부를 결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자율교섭의 약속에 따라 2회에 걸친 중재회부보류결정에 이어 내려진 2006. 1. 31.자 중재회부보류결정도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자율교섭의 약속은 없었으나 당시 자율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존중하여 행해진 것으로서 단지 쟁의행위 자체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위와 같이 이루어진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이 특별조정위원회의 조건부 중재회부권고결정 후 3개월이 지나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결정과 공익위원의 의견제시를 사실상 형해화시켜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이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마) 따라서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이 법 규정에 어긋나거나 그 규정을 사실상 형해화시킨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5) 소결론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파업은 법 제63조 에 위반한 쟁의행위로서 그 주체, 목적 등을 살필 필요 없이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파업이 업무방해죄 소정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자의로 계약을 위반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바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근로자들이 상호 의사 연락 하에 집단적으로 작업장을 이탈하거나 결근하는 등 근로의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사용자의 생산·판매 등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여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다면, 그와 같은 행위가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다중의 위력으로써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2도557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같이 피고인을 비롯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집행부는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에도 불구하고, 2006. 3. 1. 01:00경 조합원들에게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투쟁명령 제3호를 통하여, ‘전 조합원은 3. 1. 01:00경을 기해 총파업에 돌입하고, 각종 유언비어 및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에 현혹되지 말고 총파업 대오를 유지하라’는 취지의 방침을 전파하고, 이어 정부의 강경 대응방침 천명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주동자 체포영장 발부 등 사법처리절차에 직면하자, 2006. 3. 2. 조합원들에게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투쟁명령 제4호를 통하여, ‘전 조합원은 산개 투쟁을 지속하고 지역본부는 제2거점을 확보하여 파업을 지속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고, 이에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2006. 3. 1. 01:00경부터 같은 달 4. 14:00경까지 서울철도차량정비창 등 전국 641개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한 채 업무를 거부하여 한국철도공사의 KTX 열차 329회, 새마을호 열차 283회 운행이 중단되도록 하였으며, 그로 인해 한국철도공사가 영업수익 손실과 대체인력 보상금 등 총 13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는바,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하여 중단된 한국철도공사의 업무내용 및 그 손해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파업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부작위범에 해당하는지 여부

쟁의행위는 집단적 행동이라는 면에서 위력의 개념요소인 ‘위세와 인원수’ 요건을 이미 충족하고 있고, 압력을 가하는 실력행사라는 점에서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경우 위력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 근로자의 상호 의사 연락 하에 이루어진 노무제공의 거부는 근로자 개개인의 그것과는 세력의 정도나 위험성의 면에서 서로 같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다수 근로자가 상호 의사의 연락 하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는 이를 작위의 일종인 ‘위력’으로 파악하여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보는 것이지 부작위로 파악하여 처벌하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8. 7. 16. 97헌바23 결정 참조),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파업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2006.5.25. 선고 2002도5577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과 같이 이 사건 파업은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에 따라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기간인 2006. 3. 1. 01:00경부터 같은 달 4. 14:00경까지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미 법령의 규정을 위반한 쟁의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은 손해 또한 상당하므로, 그 주체, 목적 등에 대하여 살필 필요 없이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당시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이 사건 파업을 주도하였으며,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해 한국철도공사가 상당한 손해를 입고,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도 불편을 초래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아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으나, 한편으로 피고인이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정하여 노동조합 중앙대책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투쟁방침에 따라 이 사건 파업을 개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파업의 기간이 4일 정도로 비교적 짧았고, 사업장을 점거하거나 기물을 손괴하는 등의 적극적인 폭력적 방법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하여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소극적인 방법을 택한 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이 사건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노사간의 자율교섭을 우선하여 성실히 교섭에 응한 것으로 보이고, 그 후 파업의 개시를 예고하여 사용자가 파업에 대한 대처방안을 어느 정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한편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는 2006. 4. 1. 단체협약을 이루었고, 2006. 11. 27. 임금협약에 대해서도 원만히 합의함에 따라, 한국철도공사 서울지사장이 당심에 이르러 노사대화합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 이외의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의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5.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당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의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해당란에 각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모두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형의 선택

위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설시한 사정들을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택

1. 노역장유치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판사 김선혜(재판장) 고승일 이중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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