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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다카3070 판결
[입체금등][공1989.11.1.(859),1448]
판시사항

가. 선박보호약관상 추정전손에 관한 단일사고(Single Accident) 규정의 취지와 근인(Proximate Cause)의 원칙과의 관계

나. 선박의 좌초와 선원의 이선으로 인한 원주민의 약탈이 동일한 사고로부터 생기는 일연의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선박보험약관상 추정전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단일사고로 인한 비용 또는 같은 사고에서 야기되는 일련의 손해로 인한 비용만을 고려하도록 규정한 단일사고(Single Accident) 규정은 보험목적물에 대한 전손만의 보험에 가입한 자가 어떤 보험사고로 손상을 입고도 이를 수리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후의 보험사고로 입은 손해와 합하여 추정전손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데에서 발단된 것이고, 근인(Proximate Cause)의 원칙은 어떤 특정보험사고(담보위험)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문제로서 수개의 보험사고를 한데 묶어 단일사고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와는 반드시 같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단일사고의 문제는 각 손해와 보험사고 사이의 근인의 존재를 전제로 한 다음 단계의 문제이다.

나. 선박좌초후 선원의 이선으로 인해 원주민이 선박을 약탈한 경우 원주민의 약탈은 선행의 주된 보험사고라 할 수 있는 좌초의 기회에, 좌초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좌초와 약탈을 단일사고, 특히 이 사건 보험약관 제12.2조 후단의 동일한 사고로부터 생기는 일련의 손해(Sequence of damages arising from the same accident)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제일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병호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동화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경근 외 1인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이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본 사실과 채택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사실을 보면 대강 다음과 같다. 피고가 1984.10.29. 원고와의 사이에 피고 소유의 참치잡이 원양어선 제71 동화호(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피보험자 피고, 보험기간 1984.10.29. 12:00부터 1985.10.29 12:00까지, 보험목적 선체 및 기관 등, 보험가액 및 보험금액 미화 385,000불, 보험료 미화 14,002.45불로서 해상, 강, 호수, 기타 항해수역에 있어서의 위험, 본선 이외의 사람에 의한 폭력을 수반한 도난, 선장, 사관, 선원 또는 도선자의 과실, 선장, 사과 또는 선원의 악행(단 악행으로 인한 손실, 손상은 피보험자, 선주 또는 관리인의 상당한 주의의 결여에 기인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한다)등에 의한 보험목적의 전손(현실 또는 추정전손)만을 담보하기로 하되, 이 사건 선박이 추정전손 되었는가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보험가액을 수리 후의 선박가액으로 취급하며, 이 경우 선박 또는 난파선의 손상 또는 해체된 상태의 가액은 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아니하고, 선박의 회복 또는 수리의 비용에 기초한 추정전손으로 인한 청구는 그러한 비용이 보험가액을 초과하지 않는 한 인정될 수 없으며, 이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단일사고로 인한 비용 또는 같은 사고에서 야기되는 일련의 손해로 인한 비용만이 고려되도록 하기로 하는 내용의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 그리하여 피고는 위 계약의 내용에 따라 제1회 보험료로서 1984.10.29. 미화 3,500.62불, 제2회 보험료로서 1985.1.29. 미화 3,500.61불을 원고에게 납부한 사실, 이 사건 선박의 선장 소외 1 등 선원 17명은 1985.2.4. 14:00경 위 선박을 타고 경북 영일군 구룡포항을 출발하여 2.17. 03:00경 남태평양 미국령 캐롤라인군도 서남방 해역에 도착하여 참치잡이 조업을 하다가 그 해 3.14. 00:35경 위 선박의 레이다장비 고장 등으로 인하여 거리측정 등을 잘못하여 항로착오를 일으켜 북위 07도 14.6분 동경 144도 26분에 위치한 캐롤라인군도 이팔릭섬 서안의 수중 산호초에 좌초한 사실, 그리하여 선장 등은 즉시 위 선박의 이초작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자 같은 날 17:00경 전원위 선박을 떠나 원주민이 살고 있던 이팔릭섬으로 대피한 사실, 그러자 원주민들이 위 선박에 승선하여 선박내의 장비 등을 일부 약탈 파괴하였고, 선박의 선미관 눌름패킹의 조임나사가 풀어져 있어 그 틈을 통하여 기관실에 해수가 유입되어 침수되는 바람에 손해가 확대된 사실, 피고는 1985.3.15. 위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위 보험사고의 발생을 통지함과 동시에 선체 및 선원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즉시 사고현장에서 가까운 영국 로이드 보험회사 괌대리점을 통하여 해난구조회사인 캐브라스 마린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위 회사소속 예인선 테리앰호를 사고해역에 출동시켜 위 선박을 이초시켜 예인하여 3.24. 12:00경 괌도에 입항시킨 사실 등 이다.

피고는 이 사건 좌초는 담보위험인 선장의 과실로 인하여 일어난 것으로서 좌초자체로 인한 수리비만도 보험가액을 초과하고, 아니라해도 좌초와 원주민의 약탈등은 모두 합하여 보험약관 제12.2조의 단일사고로 인한 비용 또는 같은 사고에서 야기되는 일련의 손해로 인한 비용(이하 Single Accident라 함)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그 총수리비가 보험가액을 초과하므로 어느모로 보나 추정전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수리비는 좌초와 선원들의 파괴 및 이선이라는 악행과 원주민들의 약탈이라는 각기 다른 보험사고로부터 생긴 것으로서 위 각 사고가 보험약관 제12.2조의 Single Accident에 해당하려면 각 손해에 대한 근인(Proximate Cause, 피고는 상당인과 관계로 표현함)이 같아야 하고, 각 손해에 대한 Proximate Cause가 서로 다르면 별개의 사고라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에 있어서 좌초, 선원의 악행, 원주민의 약탈은 서로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위 사고들을 합하여 Single Accident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각 사고로 인한 수리비만으로는 어느 것이든 보험가액에 미달하여 추정전손이 설립되지 아니한다고 다툰다.

원심은 이 사건 사고는 좌초와 선원들의 이선, 원주민의 약탈과 침수로 이루졌으며 이는 각각 독립된 보험사고로서 좌초때문에 순차 발생된 일련의 사고가 아니라 하여 보험계약상의 추정전손의 성립을 부정하고 원고는 의무 없이 피고를 위하여 피고 소유의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처리한 것이니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위 사무관리를 위하여 지출한 필요비인 금 36,519,68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약관 제12.2조의 Single Accident에 관한 규정은 그 제정의 경위와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외국 특히 영국이나 미국의 학설 판례에 의존하여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보험약관상으로도 영국법과 영국관습에 준거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험거래에 있어서 실제의 전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조나 수리비가 수리후의 보험목적물가액을 초과하는 경우에 전손으로 의제하여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의 청구를 인정하는 추정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의 경우, 피보험자가 여러 차례에 거쳐 발생한 분손(Partial Loss)을 합하여 추정전손을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으나 문제가 제기된 시초에도 일치된 의견은 연속된 손해(Successive Losses)는 특히 별개의 항해중에(OnSeperate Occasions)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합하여 추정전손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그 후 여러개의 분손을 합하여 추정전손을 주장하는 경우에 대한 사전대비책으로 장차 피보험자가 추정전손을 구성하기 위하여 별개의 분손을 합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험자들은 미리 보험약관에 적당한 규정을 만들어 피보험자가 그러한 행위를 할 권한이 없음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이에 따라 1970. 미국 선체보험증권에, 영국에서는 1983. 협회선박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 Hulls, I.T.C) 제19.2조에 그에 관한 규정(이 사건 보험약관 제12.2조와 같다)이 삽입된 것이다. 이 약관의 규정에 대하여 학자들은 손해액을 결정함에 있어 피보험자가 이전의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수리되지 아니한 손해를 합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선박의 측정전손임을 입증하기 위해 동일 보험증권유효기간동안 수리하지 못한 모든 손해를 선주가 합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제기된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와 관련된 유일한 판례인 미국의 Lenfest V.Coldwell(1975) 사건에서는 선박의 손해가 여러개의 담보위험 즉 악천후로 인한 손해, 선원들의 과실로 인한 손해등으로 이루어져 그 사이에 하등 필연적 관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업자등 당사자 모두 이를 합쳐 추정전손을 주장하는데 이의가 없었으며 별개의 담보위험에 기인한 사고에 의하여 발생된 손해라도 적절하고도 영구적인 수리를 현실적으로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어느 단일지점에서 다함께 존재하고 있던 손해라면 추정전손의 목적을 위해 모두 합쳐질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기록상의 자료에 의하여 인정한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여 볼 때 추정전손에 관한 Single Accident 규정은 보험목적물에 대한 전손만의 보험에 가입한 자가 어떤 보험사고로 손상을 입고도 이를 수리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후의 보험사고로 입은 손해와 합하여 추정전손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데서 발단된 것으로 보인다.

3. (1) 원고는 영국해상보험법(MIA) 제55조의 이른바 Proximate Cause 원칙에 따라 각 손해의 Proximate Cause가 같으면 Single Accident 이고 그렇지 않으면 별개의 사고라고 보아야 함을 전제로 이 사건에서 각 손해의 Proximate Cause는 좌초, 선원의 이선과 파괴, 원주민의 약탈이며 따라서 각각 별개의 손해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Single Accident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Proximate Cause의 원칙은 어떤 특정보험사고(담보위혐)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문제로서 이 사건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와 같은 수개의 보험사고를 한데 묶어 Single Accident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와는 반드시 같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Single Accident의 문제는 각 손해와 보험사고 사이의 Proximate Cause의 존재를 전제로 한 다음 단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 원심판결은 이미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선박의 좌초와 선원의 이선 및 그로 인한 원주민의 약탈 등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는 우연의 일치가 존재할 뿐 필연적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보험약관 제12.2조의 Single Accident임을 부인하였으나 원주민의 약탈은 선행의 주된 보험사고라 할 수 있는 좌초의 기회에, 좌초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좌초와 약탈은 Single Accident 특히 그 후단의 동일한 사고로부터 생기는 일련의 손해(Sequence of damages arising from the same accident)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아 추정전손을 인정한 것은 협회선박 보험약관의 Single Accident 규정이 도입된 경위에 비추어서도 부당한 결론이라 할 수 없다. 원심판결은 원주민에 의한 약탈이외에 선원의 이선 내지 악행을 독립된 손해 원인으로 들고있으나 그로 인한 손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나타나 있지 아니하며, 좌초후의 침수도 뒤에 보는 바와 같이 좌초시의 충격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에서 Single Accident의 문제는 결국 좌초와 원주민의 약탈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 (1) 원심은 이 사건 선박이 1985.3.14. 00:35경 좌초되었는데 선원들이 좌초직후 이초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자 그날 17:00경 근처의 섬으로 대피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선박에 전복위험등 급박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아울러 좌초시부터 이선시까지 사이에 본사에 사고를 보고하는 전보를 쳤을 뿐 아무데도 구조요청을 한 바 없으며 그 후 구조선이 도착한 3.19.까지도 그러하였다는 등 10개 항목에 이르는, 선장 또는 선원들의 악행이 있었음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적 사실들을 인정하고 이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이 좌초되자 그 선원들은 이를 이용하여 추정전손 상태를 만들기 위하여 배가 침수되도록 여러가지 조치를 취한 다음 섬으로 가서 본사에서 보내주는 구조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취지가 가령 좌초후 선원들이 이선을 하지 아니하고 구조를 기다리며 선박내에 대기하고 있다가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의하여 약탈이 있었다고 할 때에는 좌초와 약탈이 Single Accident를 구성한다고 한 취지로 판시한 것인지 불명이나 어느 경우에나 결론을 달리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약탈에 대하여 피고에게 책임이 있다면 별도로 그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2) 원심판결이 인정한 10가지 간접사실 가운데 구조선이 도착했을 때 선미관 눌름패킹의 조임나사가 매우 헐겁게 풀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좌초시의 충격으로 인한 것은 아니고 도구를 가진 사람의 고의적인 소행으로 보였다고 한 여섯번째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6호증의3(감정인 운터버그의 첫번째 보고서)에 의하면 위와 같은 취지의 기재부분이 있으나 그 후에 작성된 두번째 보고서(을 제10호증)에 의하면 선미관 눌름받침대를 다시 점검한 바 나삿니가 부분적으로 떨어져 있고 이는 좌초시 샤프트에 의해 크게 눌린 충격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므로 뒤의 수정보고내용에 의하여 나삿니의 풀어짐이 고의추정의 간접사실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은 보험약관의 해석을 그르치고 채증법칙을 어긴 잘못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제2항 에 해당하므로 논지는 이유 있다.

이에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거칠것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 이재성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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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7.11.5.선고 86나3732
참조조문